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식품칼럼] 반려동물 식품 개발에 나설 때

공유
2

[식품칼럼] 반려동물 식품 개발에 나설 때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의사들 중에서 가장 힘든 의사를 뽑으라면 아마도 소아과 의사일 것이다. 아픈 부위나 증세에 대하여 정확하고 자세히 이야기를 못하고 울음만이 아이들의 표현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프다고 하면 이것저것 예상되는 증세로 연관되는 몇 가지를 관찰해보고 경험을 통해서 병 증세와 원인을 파악하고 치료를 하다보면 특이한 질병의 경우 당연히 오진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와 같은 반려동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말로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이들에겐 의사소통상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아픈 것과 달리 좋아하는 음식의 경우도 다를 바 없는 문제지만 여기에는 경험도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강아지가 좋아하는 음식만을 지속적으로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람도 처음에는 살기 위한 음식을 선택했고 어느 정도 살게 되니깐 이번에는 좋은 영양소를 선택하여 영양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식품을 찾았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병을 예방하거나 혹은 치료할 수 있는 기능을 찾아 기능성 식품을 선택하려는 경향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반려견의 경우도 살기 위해서 먹는 경우는 지났다고 여겨진다. 한 가족의 일원으로까지 생각하게 된 반려동물에게 죽지 않을 정도의 음식을 제공한다는 것은 가족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반려동물들에게도 어떻게 하면 즐겁고 기분 좋은 음식을 공급해 줄 수 있을까? 사람의 경우 예를 들면 감각 평가를 통해서 묘사분석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하나의 음식에서 느껴지는 다양한 맛과 풍미를 묘사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사람들이 좋아할 가능성이 높은 음식을 만들거나 또는 음식을 선택하는 트렌드의 변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성분이나 기능을 토대로 한 새로운 신제품을 개발하여 제공한다. 이런 과정에 태어난 것 중 하나가 허니버터칩이다. 그러나 동물의 경우 이런 감각평가나 묘사분석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수 없다는 점이다.

또 동물들의 식품을 사람들이 맛보려 하지 않는다는 점과 동물과 사람 간에는 서로 기호가 다를 수 있다. 그런 이유로 동물의 식품을 개발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편 사람들이 즐겨 먹는 수박, 양파, 마늘, 파, 우유, 계란흰자, 오징어, 쥐포, 포도 같은 음식이 반려견들에게는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해로운 식품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어려운 일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동물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와 상관관계가 있는 식품의 원료나 성분들에 대한 연구를 사람의 코나 입을 대신하는 전자 코와 전자 혀로 대신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전자 코 학회에서는 이와 관련된 주제들이 몇 가지 다루어져 전체적인 향기 패턴을 이용하여 얻어진 데이터로부터 동물들이 좋아할 가능성이 높은 성분들을 조합하여 반려견 식품을 개발해 낼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고 이를 토대로 애완동물을 위한 신제품 개발이 가능함을 제시하기도 했다.

사람의 입장이 아니라 반려동물의 입장에서 접근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동물들은 매우 좋아하는 성분이지만 사람들이 매우 싫어하는 성분이 있다면 신제품을 제조할 때 이런 성분은 포함시키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기기장치를 이용하여 반려동물들이 좋아하는 성분들을 선택하는 작업을 한다면 사람들이 갖고 있는 주관적인 성향은 완전히 배제시킬 수가 있다.

이처럼 사람들이 먹는 식품의 신제품 개발 능력과 기술이 반려동물에까지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현재 우리나라 반려동물의 사료 시장은 약 1조원 내외를 육박하며 그중 60% 이상을 외국의 다국적기업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대로 간다면 진돗개와 같은 토종인 국내산 강아지에게도 해외 다국적 기업의 애완견 식품을 제공해야 할 날이 머지않았다.

날로 확대되는 반려동물의 숫자를 고려할 때 이제는 인간이 먹는 식품뿐만 아니라 반려식품 시장에서도 새로운 기술과 노하우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때가 왔다고 여겨진다. 우리 토종 강아지들에게도 우리의 반려견 식품이 충분히 제공될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