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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면역력을 키워주는 전통 발효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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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면역력을 키워주는 전통 발효식품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이미지 확대보기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전통적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만든 된장이나 김치 등 발효식품은 늘 우리가 그리워하는 음식이다. 아무리 진수성찬이라고 하더라도 김치가 빠지면 서운하다. 발효식품은 미생물 혹은 효소를 이용해 먹거리의 특성을 변형해 얻어지는 식품이다. 현대의 과학자들은 발효식품을 단순한 음식을 넘어 인간의 건강을 위한 미래의 식품으로 여기고 있다. 수천 년 전부터 발효식품을 이용해 온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존경스럽다.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다양한 영양소들은 깊은 맛을 낼 뿐만 아니라 특히 정장작용(整腸作用)이 탁월해 각종 성인병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켜준다. 발효식품에는 단백질이 분해되어 만들어진 펩타이드와 아미노산, 젖산균 등이 많이 들어 있어 우리 몸의 면역력을 증강시켜주고 변비가 있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발효 식품에는 여러 종류의 효소가 들어 있다. 건강한 사람들은 몸 안에서 효소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효소의 분비가 원활하지 않아 질병이 생기고 소화력도 떨어진다. 발효시키면 우리 몸에 이로운 효모나 젖산균 같은 균들은 장 속에서 해로운 세균을 못 자라게 하고 효소를 분비하여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을 분해할 뿐만 아니라 각종 비타민을 합성하며 콩에 함유되어 있는 유용 성분인 이소플라본 계통의 성분들도 발효과정을 통해 얻어진다. 이들은 발효 과정을 거쳐야 얻을 수 있는 생리활성 물질들이다.

불가리아의 장수마을 스몰리얀에서는 요구르트를 많이 먹는다. 우리나라에서 집집마다 김치를 담가먹듯이 불가리아 가정에서는 집집마다 직접 요구르트를 만들어 먹는다. 필자가 스몰리얀에서 맛본 요구르트는 시큼하고 걸쭉했다. 세계적인 장수 마을인 러시아 남부지방인 캅카스에선 발효 유제품인 ‘마츠오니’를 먹는다. 그곳 사람들은 ‘마츠오니’를 ‘신이 내린 선물’로 여긴다. 마츠오니는 염소, 양, 소의 젖을 발효시킨 유산균 음료로 이곳 사람들의 주요 동물성 단백질 및 칼슘의 공급원이다. “장이 튼튼해야 오래 산다”는 말이 있다. 캅카스 사람들을 보며 그동안 대수롭지 않게 여겨온 이 말의 중요성을 새삼 생각해보게 됐다. 이들은 발효식품을 통해 대대로 장 건강을 지키고 있었다.

콩으로 만든 간장, 된장, 고추장 등 우리나라의 장류는 오랫동안 우리 민족의 건강을 지켜온 음식이다. 장류는 부족하기 쉬운 단백질을 공급해 주고, 노화를 억제하며, 항산화물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항암효과가 크다. 김치는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건강 발효식품이다. 그런가 하면 김치 속의 배추에는 식이섬유가 많아 대장암을 예방해주고 마늘은 위암을 예방해주며, 마늘의 알리신은 비타민B1의 흡수를 촉진시킨다. 배추나 양념에 상당량 함유되어 있는 베타카로틴은 신체 내에서 비타민A로 작용한다. 김치가 발효되면서 생기는 유산균은 유기산을 생산하여 새콤한 맛을 낼 뿐만 아니라 해로운 세균의 작용을 억제하여 장 속의 다른 균을 억제하며 병원균이 자라는 것을 막아준다. ‘건강해지려면 옛날 사람들처럼 먹어라’는 말이 있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푸근해지는 우리의 전통 발효음식으로 몸의 면역력을 키워 우리의 건강을 지키자.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