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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잘 먹기보다는 잘 배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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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잘 먹기보다는 잘 배설하자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좋은 식품을 먹고 싶은 욕망은 누구나 있다. 그것도 배가 부르고 맛도 좋으면서 기능성이 있어 자신의 병을 예방하는 효과마저 있다면 더 찾게 된다. 최근 방송에선 유난히 식품을 다루는 프로가 많고 또 효능에 대한 이야기가 좀 지나쳐서 마치 그 음식을 먹으면 모든 병을 치료하고 나을 것 같은 분위기마저 조성되곤 한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것을 찾아 먹기에 바쁘지만 사실 효능이 있기 위해서는 그 양을 얼마큼 먹어야 하는 점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필요 이상이라 할지라도 무조건 많이 먹으면 더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몸도 기계와 같아서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일정 양 이상을 섭취하면 체내에 있는 효소로 분해하지도 못하며 배설되기보다는 오히려 축적이 된다. 축적된 영양 성분들은 반대로 우리 몸에 해를 끼치게 된다.
약도 적당량을 먹었을 때 효과가 있지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오는 것처럼 우리가 먹는 음식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많은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성인병의 원인을 보면 대부분 영양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영양 과다로 인한 질병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한편 먹는 음식 중에는 우리 자신의 의도와 달리 이롭지 못한 성분들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잔류 농약이나 방사능 물질, 환경 호르몬, 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그것이다. 이런 물질은 체내에 오래 머물면 머물수록 해가 되는 것들이다. 따라서 이른 시간 내에 몸 밖으로 배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유해물질을 빠르게 제거하는 방법은 유해물질들과 잘 결합할 수 있는 성분이 함유된 음식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본에서 원전 사고가 일어나기 전 이미 발표되었던 논문에 따르면 방사능 물질과 흡착하여 몸 밖으로 방사능 물질을 제거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물질이 미소 된장에 있는 자이비콜린 성분이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것이 우리나라 재래식 된장의 시꺼멓게 갈변이 된 물질 속에도 있다는 점이다. 방사능에 의한 피해로 인해 DNA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후천적으로 질병을 가져 오는 돌연변이 현상을 억제시킬 수 있는 항돌연변이 물질이 재래식 된장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는 점이다. 일본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인들이 국내에 들어와 재래시장에서 시커멓게 색이 변한 재래식 된장을 몰래 싹쓸이하다시피 사가지고 갔다는 점을 유념해 보아야 할 일이다. 한편 우리 조상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구체적인 성분은 모르지만 이와 같은 기능에 대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왕실에서 구전으로 내려오는 식품에 관한 정보 중에 도토리묵이나 감 혹은 밤, 포도주의 떫은 맛 성분인 타닌에 이런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주식을 투자하는 사람들 중에는 지수가 상승하는 점에 투자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역발상을 하여 오히려 주가가 폭락하는 시점을 이용하면서 투자가치를 극대화하는 사람도 있다. 좋은 식품을 먹는 것보다 이제는 건강을 위한 접근 방법을 달리하여 우리 몸 안의 나쁜 물질을 빨리 제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오히려 건강을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이 말은 제한된 사람에게만 적용될 수 있는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영양 과잉 시대에 살고 있어 영양가가 더 좋은 음식을 찾아 나서기보다는 유해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배설하기 더 좋은 음식을 찾아 나서야 한다.

옛말에 “잘 싸야 잘 산다”는 말이 있다.

잘 배설할 수 있어야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는 말이다. 병원에 입원하여 1주일 이상 변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경험을 해 보면 아무리 좋은 음식이 있더라도 쾌변을 볼 수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입 안에서 느끼는 감칠맛이나 단맛을 찾아 혹은 기능성이 있다는 말을 듣고 멀리 떨어진 음식점으로 자동차를 몰고 가는 것보다도 쾌변의 기쁨을 맛보는 것이 훨씬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