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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육가공품 제조에 첨가물은 꼭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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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육가공품 제조에 첨가물은 꼭 필요한가?

진구복 전남대 동물자원학부 교수
진구복 전남대 동물자원학부 교수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지난달 26일 ‘가공육과 발암가능성’이 발표되면서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이번 발표의 영향으로 학교급식에 일부 육제품이 제외되었고, 육가공품의 소비가 급감하였지만 지금은 다소 회복기에 접어들고 있다고 한다. 그럼 과연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이러한 육가공품에 대한 발암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육가공품제조 시에 첨가되는 첨가물의 기능과 첨가기준에 대하여 알아보자.

식육가공의 역사는 아주 오래전 원시인이 지상에서 수렵생활을 시작한 때부터 고기를 소금에 절이고, 빛으로 건조시키거나 불의 발견으로 가열을 시도했으며 얼음이나 눈을 이용하여 냉장 및 냉동저장기술을 터득하여 왔다. 특히 소금에 절이는 과정 중에서 불순물로 함유된 질산염이 육가공품의 발색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로부터 지금까지 사용되어 왔다. 소금에 절이는 기술은 비단 육류뿐만 아니라 김치와 생선 등에 많은 사용되고 있는데, 소금은 맛과 풍미 및 저장성을 좋게 하여 식품가공에서 널리 사용되는 첨가물이다. 사실 소시지(sausage)라는 어원은 라틴어의 ‘salsus’ 즉 소금(salt)이라는 단어에서 유래되어 소금 없이는 육가공품을 생산할 수 없다. 소금을 첨가해야 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소금의 첨가와 세절공정에 의하여 염용성 단백질을 추출해야 탄력성 있는 육가공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육가공품에 첨가되는 소금은 제품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발효육가공품과 같은 건조가공품을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약 1.5~2.0%다. 육가공품 제조에 있어서 소금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국민들의 소금, 특히 나트륨(sodium) 섭취량이 권고량의 2.3배 이상으로 보고되어 있으며 고혈압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범국민적으로 ‘나트륨 줄이기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육가공품 제조에 있어서 소금첨가량의 감소로 나타날 수 있는 조직감의 결여와 저장성의 감소는 또 다른 첨가물을 요구하게 된다.

다음은 대표적인 염지제인 아질산염(sodium nitrite)이다. 아질산염은 가공중의 발색고정 및 저장성을 증가시키지만 발암가능성 때문에 소비자들이 기피하는 첨가물이다. 아질산염은 육류뿐만 아니라 채소류에도 존재하고 특히 우리의 타액에도 과량이 검출되는 것을 보면 아질산염의 주 공급원은 육가공품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아질산염을 과다 섭취할 때에 인체에 해로울 수 있기 때문에 일일허용섭취량(ADI)이 0.06 mg/㎏으로 규정되어 있다.

아질산염은 이 같이 발색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능 때문에 육가공품에 첨가되며 허용 기준은 우리나라의 경우 육가공품 내의 잔존량이 70ppm 그리고 미국의 경우 소시지 제조시 156ppm을 첨가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첨가된 아질산염은 가공 중에 점차 분해되어 발색에 관여하고 첨가량의 일부가 육가공품속에 잔존하게 되며 이 잔존 아질산염이 단백질 분해에 의하여 생성된 2차아민과 결합하여 니트로사민(Nitrosamine)이 생성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잔존량의 감소로 발암물질 생성을 방지할 수 있다.

하지만 육가공품 내의 발암물질이 생성되려면 고온으로 가열하는 제품에서 발생된다고 보고되어 베이컨을 제외한 일반육가공품에서는 생성이 거의 안 되거나 생성이 되더라도 아주 극미량이 검출된다고 보고되었다. 아질산염이 분해되어 염지육색을 생성하기 위하여 환원제로 에르솔빈산염이나 아스콜빈산염이 첨가되며 분해된 일산화질소가 근육색소단백질인 미오글로빈과 결합하여 가열에 의하여 염지색소(핑크색)를 나타낸다.

또한 육가공품의 첨가된 수분을 함유하는 보수성을 좋게 하여 다즙성을 증진시키고 발색을 안정화시키기 위하여 알카리성 인산염(STPP)이 첨가되고 있으며 첨가량이 0.5% 이내로 규제되고 있다. 이와 같이 4가지의 첨가제를 통칭하여 육제품에 첨가되는 염지제 (curing agent)라고 불린다. 그 외의 첨가제로는 맛과 풍미를 증진시키는 조미료와 향신료, 단가를 절감시키기 위하여 첨가되는 전분과 같은 증량제와 조직감을 향상시키는 결착제와 저장성을 증진을 위하여 솔빈산 칼륨과 같은 방부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가공식품에 있어서 첨가물은 맛과 풍미, 조직감 및 저장성을 위하여 첨가되며 허용 기준 이내에서 첨가물의 사용은 수용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에 나타날 수 있는 제품의 결함을 소비자들은 감수해야 한다. 예를 들면 아질산염을 첨가하지 않을 경우 색이 하얀 화이트소시지(white sausage)를 과연 소비자가 얼마나 선택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반면 어린아이들이나 학교 급식에서는 아질산염이 저감화된 육가공품을 제공할 수 있다.
우리가 식품을 섭취하는 이유는 건강에 필요한 양질의 영양소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아무리 영양이 풍부한 식품이라도 맛이 없으면 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게 되므로 맛과 풍미가 수반되어야 한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 식품첨가물은 허용범위에서 식품에 첨가되어 맛과 풍미를 증진시킨다. 하지만 첨가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유해성논란으로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날로 커져가고 있으므로 생산자 측면에서는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제품의 개발이 시급하다. 나아가 이런 첨가물 사용을 가급적 저감화하고 천연의 기능성 물질이 겸비된 건강기능성 육가공품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 그러므로 소비자는 선택하는 육가공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로 본인에서 가장 적합한 식품을 섭취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번 세계보건기구의 발표는 육가공품을 주식으로 하는 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나라에 대한 육가공품의 과다섭취를 위한 경고의 메시지이지 우리나라와 같이 육가공품의 섭취가 많지 않은 나라에서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만약 발암가능성 때문에 영양이 풍부한 식육가공품 자체를 기피하게 된다면 더 심각한 영양적인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구복 전남대 동물자원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