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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나루의 아침] 수수료에 휘둘리는 카드사, 리테일 의존 벗어나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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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나루의 아침] 수수료에 휘둘리는 카드사, 리테일 의존 벗어나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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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카드업계 실적을 보면 늘 비슷한 장면이 반복된다. 소비는 늘었다는데 이익은 줄고, 승인액은 사상 최다라는데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됐다는 하소연이다. 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 결제 시장은 커졌지만 주요 카드사들의 순이익은 뒷걸음질했고, 이자비용과 대손비용 부담은 오히려 커졌다.

외형 성장과 내실 악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기묘한 구조다. 업황 탓, 금리 탓, 경기 탓이라는 설명이 이어지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문제의 본질은 경기 사이클이 아니라 산업구조 자체에 있다.

국내 카드사는 여전히 가맹점 수수료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단선적인 수익 모델에 머물러 있다. 정부가 수수료를 내리면 업계 전체 이익이 동시에 흔들리고, 정책 변화 한 번에 연간 실적이 통째로 바뀐다. 특정 기업의 경쟁력이나 전략 차이가 아니라 ‘제도 변수’ 하나에 산업 전체가 좌우되는 구조다.

다른 금융업권이나 제조·플랫폼 산업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많이 쓸수록, 많이 결제될수록 자연스럽게 수익이 늘어나는 것이 정상적인 비즈니스 모델인데, 카드업은 결제가 늘어도 남는 돈이 줄어드는 역설에 갇혀 있다.
어려움이 커질수록 카드사들의 대응 방식은 늘 비슷했다. 본업 수익이 줄면 카드론 같은 대출성 상품을 늘려 단기 이익을 메우는 구조였다. 수수료로 못 번 돈을 고금리 신용대출로 보전하는 일종의 ‘시간 벌기 전략’이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카드론을 포함한 대출성 자산에 대한 DSR 규제와 감독 강화가 본격화되면서 이마저 한계에 부닥쳤다.

이에 카드사들은 다른 곳에서 손익을 쥐어짜고 있다. 사용 실적 대비 수익성이 낮은 카드를 정리하거나 단종하고, 무이자 할부와 각종 할인·적립 혜택을 축소하며, 연회비를 올려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식이다. 고객 혜택을 줄이고 비용을 깎아 간신히 손익을 맞추는 ‘방어적 경영’이 일상이 된 셈이다.

‘할 수 있는 사업’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카드사들은 여신전문금융업 라이선스를 통해 신기술금융 투자, 기업금융, 리스·할부, 데이터 기반 사업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명분으로 신기술금융에 뛰어들었지만, 자산 규모를 보면 대부분 상징적인 수준에 그친다. 벤처투자는 위험하다는 이유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정작 경기 민감도가 훨씬 큰 리테일 신용대출에 더 의존하는 모습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국내 카드업은 ‘내수 리테일 결제회사’라는 틀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소비가 살아나면 숨을 돌리고, 수수료가 깎이면 다시 흔들린다. 구조적으로 국내 경기와 규제에 과도하게 묶여 있다 보니 스스로 실적을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적이다.
해외 결제, B2B 금융, 데이터 비즈니스, 기업 대상 금융 솔루션 등 확장 가능한 시장은 분명 존재하지만 여전히 주력은 개인 결제와 카드론에 머물러 있다. 산업의 덩치는 커졌지만 사업 모델은 10여 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는 ‘수수료 인하 때문에 어렵다’는 말만 반복할 단계는 지났다. 수수료 하나에 산업 전체가 휘청이는 구조 자체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는 신호다. 카드사가 계속 결제 수수료와 리테일 신용에 매달린다면, 앞으로도 실적은 경기와 정책에 따라 출렁이는 롤러코스터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