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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생명공학과 미래 식량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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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생명공학과 미래 식량위기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로 세계 인구가 2050년에는 9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며 이 인구를 먹여 살리려면 지금보다 2배에 가까운 식량을 생산해야 된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로 기존의 농업 생산성은 감소하게 되며 잦은 가뭄과 홍수, 해수면의 증가로 인한 바닷물 피해로 세계의 식량생산 능력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가뭄저항성 벼와 옥수수, 염해저항성 채소와 사료작물들이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신품종 개발에는 유전자 재조합이나 유전자변형(GM) 기술이 중심기술로 자리잡고 있다. 해충저항성이 강해 농약을 적게 사용하는 옥수수와 가지, 제초제 내성이 있어 김을 매주지 않아도 되는 콩과 카놀라 등이 개발되어 빠르게 기존 품종과 교체되고 있다. 세계 콩 재배 면적의 79%가 제초제 내성 GM콩으로 교체됐으며 옥수수 재배 면적의 32%에서 병충해 내성 GM옥수수가 재배되고 있다.
유전자변형 신품종이 상업화된 지 불과 20년 만에 세계 28개국 1억8000만㏊(세계 전체 경작지의 12%)에서 GM작물이 재배되고 있다. 이와 같이 빠른 속도로 전 세계에서 GM작물이 재배 면적을 넓혀나가는 이유는 농업 노동력을 크게 줄이고 적은 농약으로 많은 수량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과학자 단체가 147개 연구논문을 메타 분석하여 발표한 최근의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18년간의 GM작물 재배로 수확량은 22% 증가, 농약 사용은 37% 감소, 농가수익은 68% 증가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옥수수와 콩의 90%가 유전자변형 신품종이며 3억명이 넘는 미국인들이 지난 20년간 이들을 먹고 있으나 부작용이 보고된 사례가 한 건도 없다고 한다. 미국의 과학자들이 주장해 왔던 실질적 동등성의 원리가 확인된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GMO에 대한 불안감과 부정적 견해를 유포하는 단체나 개인들이 있다. 지난달 농촌진흥청이 인체의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레스베라트롤을 다량 함유한 GM벼를 개발하여 상용화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일부 극렬 반대론자들이 농진청 앞에서 반대 시위를 벌여 연구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정부의 창조농업혁신 의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지난달 4일 ‘생명공학기술을 활용한 우리나라 농업 발전 방안’ 원탁토론회를 개최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과학자 단체인 한림원이 일부 GM 반대론자들의 비과학적인 주장으로 암초에 걸린 우리 농업의 암울한 미래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한 것이다. 생명공학에 대한 소비자들의 막연한 불안감과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기 위해 과학계가 대 국민 교육 홍보에 나설 것과 현재 초·중등 과학교과서에 기술된 GMO에 대한 부정적 서술을 고쳐 생명공학기술은 21세기 농업 혁신의 중심 기술이며 인류의 미래 식량을 책임지는 기술임을 학생들에게 바르게 가르쳐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중국은 생명공학에 의한 신품종 개발을 국가 중점 연구개발 사업으로 채택하여 이미 충분한 국제경쟁력을 확보했다. 이로써 다국적 종자 기업들의 독점적 시장 진입을 막고 자체 개발한 유전자변형 작물 재배로 농업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농업생명공학분야 연구개발비는 중국의 10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며 정부의 실용화 의지도 없는 상태이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우리는 필연적으로 생명공학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다국적 기업들의 종자에 의존하는 농업 종속국이 될 것이다. 이러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우리 과학계와 정부는 생명공학에 의한 창조농업혁신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생명공학 신품종들을 적극적으로 실용화하여 연구자들의 사기를 높이고 미래 식량자원 개발에 학계와 정부가 혼연일치되어 매진해야 한다.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고려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