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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트랜스지방-모두가 나쁜 지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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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트랜스지방-모두가 나쁜 지방인가?

윤석후 우석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
윤석후 우석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은 올 6월 트랜스지방은 몸에 해로우므로 모든 식품에서 트랜스지방(혹은 트랜스지방산)을 사용할 수 없다고 발표하고 식품업체들은 이 문제를 2018년까지 해결하도록 했다.

트랜스지방이 우리 몸에서 동맥경화와 심장병의 원인이 되는 저밀도지방질단백질 콜레스테롤의 함량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잘 알려져 왔다. 트랜스지방은 콩기름, 팜기름, 옥수수기름 등 식물성 기름에는 거의 들어 있지 않으며 우유, 버터, 치즈 등의 유제품에는 미량으로 존재하고 있다. 영양학자들은 인체의 건강을 위해서는 모든 지방질인 포화지방산, 단일불포화지방산, 고도불포화지방산을 균등하게 섭취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트랜스지방은 그 구조가 불포화지방산임에도 불구하고 포화지방산과 유사한 직선상의 분자 구조를 가지므로 영양적인 역할도 포화지방산과 유사하다는 인식 아래 지난 60여 년간 전 세계적으로 폭넓게 사용되어 왔다.
그런데 우리 몸에 문제를 일으키는 트랜스지방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트랜스지방이 아니다. 문제의 트랜스지방은 액체기름을 고체기름으로 만드는 수소첨가공정(또는 경화공정)에서 생겨나는 비켤레트랜스지방인데 미국 FDA의 발표는 바로 이렇게 생겨난 트랜스지방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

그러면 유제품 등에 들어있는 천연 트랜스지방은 몸에 좋은가?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답은 “그렇다”이다. 유제품 등에 들어 있는 트랜스지방은 켤레트랜스지방이라고 불리는데 주요 성분은 켤레리놀레산(CLA)이다. CLA는 항암, 비만 방지, 골 강화, 동맥경화 예방 등 우리 몸에 유익한 다양한 생리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는 세계 여러 나라와 마찬가지로 CLA를 중요한 건강기능식품원료로 인정하여 많은 종류의 식품에 폭넓게 이용하고 있다.

식품과학자들은 CLA를 경제적으로 생산하기 위하여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식물성 액체기름을 수소첨가하는 공정을 거치면 CLA가 다량 생성되는 것을 알아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수소첨가를 하는 공정에서 CLA뿐만 아니라 문제가 되는 비켤레트랜스지방도 같이 생성이 되는 것이었다. 많은 연구를 거쳐 CLA의 함량은 높이면서도 비켤레트랜스지방의 양은 획기적으로 절감시키는 기술들이 발명됐으나 최근까지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한 시기에 미국 FDA가 3년 후에는 트랜스지방의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는 발표를 하게 된 것이다.

식물성기름을 수소첨가하는 공정을 거치지 않으면 나쁜 비켤레트랜스지방은 생성되지 않는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 식용유지 과학자들의 고민이 있다. 나쁜 트랜스지방을 사람들이 섭취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식용유지학자들이 당연한 해야 할 일이지만 유익한 CLA를 어떻게 경제적으로 만들어 국민들에게 공급해야 하나 하는 점이 바로 고민거리인 것이다. 유제품 속에 CLA가 들어 있다고는 하나 그 양은 매우 적어 우리 몸에서 유익한 효과를 보려면 엄청난 양의 유제품을 먹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또한 유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환경 문제, 식량과 사료의 효율성 문제 등이 수반된다. 식물성기름을 부분적으로 수소첨가하여 얻어지는 부분 경화유에는 나쁜 트랜스지방이 미량 들어 있지만 실제로 식생활에서의 이득도 매우 많았다. 예를 들어 튀김을 할 때 부분경화 콩기름은 유지의 산화를 지연시켜 유지식품의 저장성을 높여주며 맛도 증진시켜 주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식물성기름을 수소첨가하여 튀김유로 사용하는 대신 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은 팜기름을 튀김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팜기름을 공업적으로 라면을 튀기거나 스낵을 만들 때는 유용하게 사용되지만 가정에서 식용유로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하다. 팜기름에는 물론 트랜스지방이 없다. 그러나 CLA도 없다.

소비자들은 유지제품을 고를 때 식품 용기에 부착된 영양성분표를 유심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영양성분표에 CLA 함량을 표시하고 있지 않지만 유지제품에 일반적으로 트랜스지방이라고 표시된 비켤레트랜스지방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CLA는 얼마나 들어 있는지 등을 관심을 가지고 살펴봐야 할 것이다.
윤석후 우석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