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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산업공학, 화학공학 그리고 식품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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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산업공학, 화학공학 그리고 식품공학

이광근 동국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
이광근 동국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및 정부 주요 관료에 산업공학 전공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미 많은 식품전공자들이 주지하고 있다시피 화학공학 전공자의 공직 진출은 우리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활발하다.

세 전공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미 눈치 빠른 독자들은 인지하고 있겠지만 이 세 전공은 모두 융합공학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산업공학은 컴퓨터 공학을 기초로 하여 모든 산업 경영관련 원천기술을 제공하는 학문이다. 자연스럽게 공학과 경영학의 융합이 시도된다. 하지만 타 학문에 비해 역사는 매우 짧은 편이다. 대부분 70년대 초에 태동했다. 화학공학은 정말 식품공학과 유사하다. 공정과 생산을 다루는 학문으로 자연스럽게 다른 공학과는 달리 전체 흐름을 제어하고 최적화 시킨다는 공통점을 두 학문은 공유하고 있다.
학문적 차이라면 원재료가 식품공학은 농축수산물인 반면 화학공학은 재료공학에서 나올만한 모든 화학원료를 사용한다는 것 정도다. 원부재료로 봐서는 식품공학이 확실히 더 광범위한 지구의 산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더 큰 기상과 기개를 가질만한 학문이다. 필자의 은사님들도 항상 수업시간에 이 부분을 강조하곤 하셨다. 우주의 산물을 이용하는 우리들이야 말로 전 세계를 경영할 자격이 있다고.

하지만 세 학문을 전공한 전공자의 사회 진출을 보면 너무나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미 서두에서 산업공학은 언급을 했으니 차지하더라도, 화학공학 전공자는 과거 정부로부터 현 정부까지 국무총리, 국회의원, 부총리, 장관 등을 다수 배출했다. 식품공학 전공자는 역대 장차관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고 국회의원도 전무한 실정이다. 필자가 아는 선에서는 최근 식약처 차장을 배출한 것이 공직의 최정점일 것이다.

유사한 융합공학이면서도 이러한 사회진출의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왜 그럴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선 역사에서 차이가 난다. 화학공학은 이미 일부 대학에서 식품공학의 모태가 되었으리만큼 역사가 앞선다. 하지만 산업공학은 오히려 식품공학보다 후에 설립된 것을 보면 주된 이유로 설명하기에는 모자람이 있다. 필자가 판단한 가장 큰 차이점은 산업과 학문 분류가 유독 식품공학 부분이 불합리하고 약간 억울함이 있을 정도로 제대로 부합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식품산업이 차지하고 있는 규모에 비해 식품공학이라는 학문은 과거로부터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해 엉거주춤한 형국을 취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농학과 공학의 틈바구니에서 융합의 진정한 우월성을 내세우며 유리한 점을 취해야 하는데 사실은 정반대로 불합리한 구조로 단점만 잔뜩 짊어진 형세이니 참 답답한 심정이다. 학문의 체계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으니 공직진출의 기회는 타 학문에 비해 참담할 정도로 낮고 법이 뒷받침되지 못하니 공직의 직렬 등이 매우 불리한 상황이다.

최근 전국식품공학교수협의회가 이를 개선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 결과 연구직 및 농업지도직에서는 일부 성과가 나타나고 있으나 아직 요원한 실정이다. 이제라도 식품공학 전공자들이 힘과 지혜를 모아 식품산업 규모에 맞는 학문체계를 요구하고 제정해야 한다. 이는 우리들의 권리이자 향후 학문후속세대를 위한 의무이기도 하다. 연구과제 신청과 대학원 교육도 중요하지만 매일 수업현장에서 마주치는 우리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시기라 판단된다.
이광근 동국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