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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육식과 채식의 조화로운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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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육식과 채식의 조화로운 선택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전형적인 농경국가였던 우리나라는 벼농사를 중심으로 집 앞에 있는 텃밭에서 각종 채소를 재배하며 자급자족했다. 고기는 좀처럼 구경조차 하기 힘든 음식이었다. ‘쌀밥에 고깃국’은 생일날에나 먹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는 많은 것이 바뀌었다. 경제 발전에 따른 풍족한 생활은 식생활의 변화를 가져왔다. 지난 40년 동안 우리 식탁에서 동물성식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3.2%에서 22.3%로 크게 증가했다. 그 결과 현대인은 지방의 과잉 섭취에 대해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육식이 비만과 각종 성인병(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의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육식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절대 악처럼 여기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지방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물질이다. 지방은 식품에서 맛을 내는 성분으로 지방이 골고루 분포된 고기일수록 맛이 좋고 먹은 다음에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지방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를 만드는 필수영양소다. 지방은 면역작용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호르몬의 합성에도 관여한다.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지용성 비타민을 운반하는 역할을 하는 것 역시 지방이다. 필수지방산이 부족하면 피부가 건조해지거나 습진이 생기기 쉽다. 여기에 성장발육과 생식기능에 장애를 가져올 수도 있다.
지방이 많은 고기를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자궁암, 난소암, 췌장암, 방광암, 위암 등 각종 암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동물성 지방의 섭취는 대장암의 발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0년 동안 대장암 환자 수가 2.5배나 증가하고 있다. 특히 고기를 굽는 과정에서 ‘헤테로사이클릭 아민’이라는 발암물질이 생길 수 있다. 특히 고온에서 오랫동안 구우면 더 많이 생긴다.

지방은 단백질이나 탄수화물의 두 배가 넘는 열량을 가졌으며 우리 몸에 쉽게 저장되어 체중이 증가한다. 특히 포화지방산이 많이 들어 있는 식품을 섭취하면 혈관 속의 지질함량이 높아진다. 혈중지질의 함량의 상승은 동맥경화의 원인이 된다. 동맥경화란 동맥 내막이 두꺼워져서 동맥 내경이 좁아지는 증상을 말한다. 동맥이 경화되면 협심증, 심근경색뿐만 아니라 중풍인 뇌졸중 등 심장질환의 원인이 된다. 아시아인들이나 지중해 연안 사람들이 서양인에 비해 심장질환에 적게 걸리는 이유 중의 하나는 쇠고기, 돼지고기와 지방이 많은 유제품을 적게 섭취하고 도정하지 않은 곡물, 콩, 채소, 과일, 생선, 올리브유 등을 많이 섭취하기 때문이다.

고기도 적당량을 먹으면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에콰도르의 빌카밤바, 파키스탄의 훈자, 그루지야의 캅카스, 불가리아의 로도피산맥, 프랑스 남부, 이탈리아의 캄포디멜라와 사르데냐 섬, 중국의 바마현과 루가오, 일본의 오키나와 등 10곳의 장수마을에서는 한 가지 공통점이 존재하는데 가축을 방목해 키우며 적당량의 육식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장수마을을 둘러보면 언제 어디서든 산비탈에서 소나 염소들이 유유히 풀을 뜯으며 망중한을 즐기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이탈리아에서 장수하는 사람이 많이 살고 있다는 사르데냐 섬에는 깎아지른 듯한 산비탈에 염소들을 방목해 기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곳 사람들은 돼지고기나 쇠고기보다 염소고기를 더 많이 먹는다. 산속의 절벽을 오르내리고 있는 염소의 고기는 맛도 뛰어나지만 그곳 사람들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었다.

오키나와 사람들이 장수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삶은 돼지고기를 많이 먹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삶은 돼지고기를 일본의 다른 지역에 비해 2.5배나 많이 먹는다. 그러나 그들이 많이 먹는 것은 녹황색 채소와 과일이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일본 본토에 비해 과일과 채소를 1.5배 이상 먹는다. 내가 오키나와의 장수마을인 오미기마을 사무소에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그곳 사람들의 육류 소비량은 1인당 하루 평균 40g 정도이며 콩류, 채소, 과일, 해조류의 소비량은 400g에 달한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육류보다는 콩, 과일, 채소, 해조류, 생선을 많이 먹는다. 건강하려면 ‘소육다채’를 해야 한다. 육식은 적게 채소는 많이 섭취하라는 뜻이다. ‘소육다채’야말로 우리의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