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지방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물질이다. 지방은 식품에서 맛을 내는 성분으로 지방이 골고루 분포된 고기일수록 맛이 좋고 먹은 다음에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지방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를 만드는 필수영양소다. 지방은 면역작용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호르몬의 합성에도 관여한다.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지용성 비타민을 운반하는 역할을 하는 것 역시 지방이다. 필수지방산이 부족하면 피부가 건조해지거나 습진이 생기기 쉽다. 여기에 성장발육과 생식기능에 장애를 가져올 수도 있다.
지방이 많은 고기를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자궁암, 난소암, 췌장암, 방광암, 위암 등 각종 암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동물성 지방의 섭취는 대장암의 발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0년 동안 대장암 환자 수가 2.5배나 증가하고 있다. 특히 고기를 굽는 과정에서 ‘헤테로사이클릭 아민’이라는 발암물질이 생길 수 있다. 특히 고온에서 오랫동안 구우면 더 많이 생긴다.
지방은 단백질이나 탄수화물의 두 배가 넘는 열량을 가졌으며 우리 몸에 쉽게 저장되어 체중이 증가한다. 특히 포화지방산이 많이 들어 있는 식품을 섭취하면 혈관 속의 지질함량이 높아진다. 혈중지질의 함량의 상승은 동맥경화의 원인이 된다. 동맥경화란 동맥 내막이 두꺼워져서 동맥 내경이 좁아지는 증상을 말한다. 동맥이 경화되면 협심증, 심근경색뿐만 아니라 중풍인 뇌졸중 등 심장질환의 원인이 된다. 아시아인들이나 지중해 연안 사람들이 서양인에 비해 심장질환에 적게 걸리는 이유 중의 하나는 쇠고기, 돼지고기와 지방이 많은 유제품을 적게 섭취하고 도정하지 않은 곡물, 콩, 채소, 과일, 생선, 올리브유 등을 많이 섭취하기 때문이다.
오키나와 사람들이 장수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삶은 돼지고기를 많이 먹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삶은 돼지고기를 일본의 다른 지역에 비해 2.5배나 많이 먹는다. 그러나 그들이 많이 먹는 것은 녹황색 채소와 과일이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일본 본토에 비해 과일과 채소를 1.5배 이상 먹는다. 내가 오키나와의 장수마을인 오미기마을 사무소에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그곳 사람들의 육류 소비량은 1인당 하루 평균 40g 정도이며 콩류, 채소, 과일, 해조류의 소비량은 400g에 달한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육류보다는 콩, 과일, 채소, 해조류, 생선을 많이 먹는다. 건강하려면 ‘소육다채’를 해야 한다. 육식은 적게 채소는 많이 섭취하라는 뜻이다. ‘소육다채’야말로 우리의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