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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호의 일상향(日常向)] 담배, 담뱃갑, 그리고 만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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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호의 일상향(日常向)] 담배, 담뱃갑, 그리고 만우절

오종호 (주)터칭마이크 대표이미지 확대보기
오종호 (주)터칭마이크 대표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담뱃갑 경고 그림 시안으로 촉발된 설전이 담뱃불처럼 뜨겁다. 사람들은 흡연과 금연 진영으로 나뉘어 그림의 혐오스러움 정도를 두고 말을 쏟아냈다. 애연가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인상된 담뱃값만큼 증세에 기여하면서도 쾌적한 흡연공간을 제공받기는커녕 주위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하는 현실을 억울해 했다. 비흡연자들은 정부의 방침을 환영하면서도 아쉬워했다. 선진국 사례를 인용하면서 경고 그림이 내보이는 끔찍함의 강도를 높일 것을 주문했다. 사람들의 말은 서로의 공고한 진지 안에 갇혀 있어서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담배를 끊기 전까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은 담배를 피울 때까지 말과 말의 거리는 좁혀질 수 없는 것이었다. 말과 말 사이에 그림들은 줄 맞춰 늘어서 있었다.

2015년 첫날을 기해 갑당 2천 원씩 담뱃값을 올리기로 결정하면서 정부는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감소된 흡연율이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키며, 증진된 국민의 건강이 국가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2015년 한 해 동안 외산 담배의 수입량은 전년도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었고, 국내 시장에서 사상 최대의 점유율(41.6%)을 기록했다. 담뱃값 상승은 국가의 경쟁력을 키우지 못했다. 담배의 판매량은 전년도 대비 23.7% 감소했지만 세수는 50% 이상 증가하여 3조 6천억 원이 더 걷혔다.

담배 회사가 담배를 만들어 파는 한 흡연자들은 존재한다. 담배의 유해성은 담배의 중독성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모르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없다. 알지만 담배는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담배 회사도 정부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흡연자들의 존재로 담배 회사는 이익을 내고 고용을 유지하며 정부는 징세한다. 흡연자들을 적대시할 이유는 보이지 않는다. 허용 구역 외의 흡연은 과태료로 강력하게 억제된다. 그럼에도 거리를 걸으며 담배 연기를 내뿜는 사람들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단속을 해도 신호위반, 과속,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들이 근절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흡연자와 운전자가 아니라 사람 개인의 문제다. 규제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시민 의식 차원의 문제인 것이다. 슬라보예 지젝은 욕망이 대상의 고유가치와 교환가치의 차액인 잉여쾌락에 의해 지속된다고 했다. 누군가에겐 부질없어 보이는 담배 연기가 누군가에겐 삶을 지속하게 해주는 일상의 에너지일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흡연욕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충족되는 것이 가능하다.

세상은 각박하고 삶은 팍팍하다. 담뱃갑에 그림을 넣어 경고 메시지를 내보내는 것보다 더 시급한 일이 이 땅에는 많아 보인다. 다시 돌아온 선거의 계절은 미세먼지로 가득하고 희망까지의 시야는 부옇기만 하다. 선의의 재미있는 거짓말로 함께 웃음을 교환하곤 했던 만우절을 즐기기에 교묘한 거짓말은 세상에 일상화되었다. 담배에도 거짓말은 침투해 있고, 그림은 그것을 감추지 못한다. 연말에, 담뱃갑의 그림을 가리는 담뱃갑 케이스는 불티나게 팔릴 것이다.
오종호 (주)터칭마이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