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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방송과 식품에 대한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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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방송과 식품에 대한 편견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음식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편견이 오히려 현대인의 육체적 건강은 물론이고 정신적 건강도 해치고 있다. TV에서 어떤 식품이 건강에 좋다고 말하면 다음날 시장에서 그 제품이 동이 날 정도로 팔리고, 어떤 식품에서 유해성분이 검출되었다고 하면 온 국민이 패닉에 빠진다. 국민이 이렇게 음식에 대한 보도에 관심을 가지니 방송들은 앞다퉈 음식에 대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온갖 스토리를 만들어 시청자들을 호객하고 있다. 별로 먹지도 않는 생소한 음식들이 만병통치약으로 둔갑하는가 하면, 매일 먹는 음식들이 착하지 않은 음식으로 매도된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국제식품정보서비스(IFIS)에서 발간하는 ‘푸드인사이트(Food Insight)’ 최근호는 슈퍼푸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혼란을 해소하기 위한 기사를 실었다. 소비자들은 슈퍼푸드라 하면 슈퍼맨을 연상하게 되고 먹으면 힘이 나고 모든 병이 고쳐질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이에 대해 미국 터프스(Tufts) 대학의 제프리 블럼버그(Jeffrey Blumberg) 교수는 슈퍼푸드에 대한 명쾌한 정의와 소비자들이 알아야 할 주의사항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슈퍼푸드란 상업적으로 사용되는 용어이며, 과학적으로 어떠한 검증이나 인정을 받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슈퍼푸드라는 잘못된 용어에 현혹되지 말고, 슈퍼푸드에 대한 맹신으로 다양한 식품 섭취를 방해받거나 경제적인 손해를 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슈퍼푸드는 기능성 식품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점도 강조한다.
기능성식품이란 단백질, 필수지방, 비타민, 미네랄처럼 기존에 잘 알려진 영양성분 이외에 생리적으로 작용하는 기전이 밝혀진 생리활성 성분들을 많이 함유한 식품으로 먹으면 혈당조절이나 혈압, 순환계 기능에 도움을 주거나 뼈 건강, 변비, 체중조절 등에 효과가 있는 식품을 말한다. 기능성식품은 특정 생리기능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으로 관계 당국이 표시를 허용하고 그 생산과 유통을 관리하고 있는 식품이다. 기능성식품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유용한 식품들이 많이 밝혀지고 있는 최근의 추세에 편승하여 슈퍼푸드와 같은 잘못된 용어들이 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는 것이다.

방송채널 다양화로 각종 종편들이 시청률 경쟁을 하면서 저속한 개그 프로그램이 많아지고 건강과 음식이야기가 주 메뉴가 되었다. 사이비 전문가들이 주어들은 이야기를 무책임하게 확대 재생산해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고 그것으로 방송사들은 존재감을 느끼고 있다. 대학교수들이 이런 방송에 인터뷰를 꺼리자 소위 의사, 한의사, 영양사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근거 없는 주장으로 코미디를 연출하고 있다. 슈퍼푸드 열풍, 글루텐프리 메뉴, MSG 공포 등 시간이 지나면 비과학적이고 터무니없는 넌센스로 밝혀질 일들이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국가적으로 적지 않은 경제적 손실을 남기고 있다.

좋은 음식을 먹고 건강해 지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바람이다. 이러한 인간의 본성에 대해 공익성을 지녀야 하는 방송이 상업적 목적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자세이다. 음식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신중하게 보도해야 하는 이유이다. 슈퍼푸드는 없다. 글루텐을 함유한 맥류는 인류가 수천년 동안 먹어온 주식이다. MSG는 단백질의 주성분이다. MSG 공포를 유발시켜 우리나라 조미료 산업이 무너지고 지금은 중국에서 수입해 먹고 있다. 이런 일을 꾸민 사람들이나 부화뇌동한 언론 아무도 책임지고 국민에게 사과하지 않고 있다. 음식을 가지고 장난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음식은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유지시켜 주는 신성한 물질이고, 신선하고 깨끗하게 조리된 것을 골고루 먹어야 한다는 너무나 평범한 진리를 잊지 말아야 하겠다.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고려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