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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장수 마을 오키나와의 식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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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장수 마을 오키나와의 식생활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많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듯 일본은 세계적으로 장수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나라이다. 특히 일본은 100세 이상의 장수 노인들이 점점 줄어드는 다른 장수국과는 달리 갈수록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 1963년 일본에 사는 100세 이상 장수인은 153명에 불과했으나 2014년에는 무려 3만 명으로 늘어났다. 이러한 추세라면 5년 이내에 100세가 넘는 노인의 수가 2배 이상이 될 전망이다. 일본의 여러 지역 가운데 섬마을인 오키나와는 일본 내에서도 장수 노인이 가장 많기로 유명한 곳이다. 오키나와의 인구 130만명 중 100세 이상인 사람은 740명에 이른다. 이는 인구 10만명 중 58명에 해당된다.

오키나와에서 필자가 첫 번째로 찾은 곳은 오키나와에서도 최장수 마을로 알려진 오기미 마을이다. 자동차로 나하공항을 출발한 지 3시간 정도 지나서야 오기미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을 입구에서 우리를 반겨준 것은 오기미 노인클럽연합회에서 세운 비석이었다. 이 비석에 쓰여 있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80세인 당신은 어린아이에 불과하다. 저승에서 90세에 당신을 오라고 하면 100세까지 기다리라고 해라. 우리들은 점점 기운이 왕성하여 아이가 된다. 당신도 장수를 원하면 우리 마을에 와서 자연의 혜택과 장수의 비밀을 받아라. 우리 오기미 마을 노인들은 여기가 일본 제일의 장수촌임을 높이높이 선언하노라.”
오키나와에선 살이 찐 노인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칼로리를 적게 섭취하면서 활동량은 많기 때문이다. 오키나와 100세 장수인들의 하루 평균 칼로리 섭취량은 남자 약 1400㎉, 여자 1100㎉ 정도로 이는 일반 서양인들이 섭취하는 2400㎉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식단은 주로 채소나 해조류 위주로 구성된다. 칼로리가 적은 브로콜리와 같은 채소, 사과나 블루베리와 같은 과일, 두부, 현미, 해조류 등은 위에 포만감을 주는 식품들이다. 칼로리 밀도가 낮은 식품은 섬유질이나 물이 많은 식품이다. 이들 식품은 많이 먹어도 칼로리의 섭취량이 적고 쉽게 배가 부르기 때문에 체중 감소에도 도움이 된다.

무병장수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오키나와 장수 노인들이 즐겨 먹는 음식은 불로초나 다름이 없다. 그렇다면 이들은 무슨 식품을 어떻게 먹기에 100세가 넘도록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걸까? 그 첫 번째 식품은 콩이다. 일본 사람들은 콩으로 만든 음식을 많이 먹으나 오키나와 사람들은 일본 본토 사람들보다 1.5배나 많이 먹는다.

두 번째 식품은 생선과 해조류이다. 생선에는 단백질, 아연, 필수지방산, 비타민 B3, B6, B12가 풍부하고 포화지방산이 적으며 심장병 예방이나 뇌 발달에 좋은 오메가-3 지방산도 많이 들어 있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이처럼 몸에 좋은 생선을 서양 사람들보다 20배나 더 많이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 번째 식품은 삶은 돼지고기이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삶은 돼지고기를 일본의 다른 지역에 비하여 2.5배나 많이 먹는다. 오키나와에서는 돼지고기를 껍질째 무, 다시마 등과 함께 삶아서 기름을 쏙 뺀다. 기름이 빠진 돼지고기를 다시 냉장고에 넣어 하얀 기름이 생기면 흰 고체 기름을 제거하고 먹는다. 이 과정을 통해서 돼지고기의 포화지방산과 콜레스테롤 함량이 줄어들어 매일 돼지고기를 먹으면서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네 번째 식품은 녹황색 채소와 과일이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일본 본토에 비해 과일과 채소를 1.5배 이상 먹는다. 녹황색채소에는 식이섬유, 엽록소와 같은 생리활성 물질, 비타민 A와 C와 같은 항산화물질이 풍부하다. 오기미 마을 사람들이 일본의 다른 지역에 비하여 삶은 돼지고기를 많이 먹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육류 소비량은 1인당 하루 평균 40g 정도이며 콩류, 채소, 과일, 해조류의 소비량은 400g에 달한다. 이곳 사람들은 육류보다는 콩, 과일, 채소, 해조류, 생선을 많이 먹고 있었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장수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먹느냐 하는 식생활과 어떻게 활동하며 살아가는가 하는 생활 태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최근 들어 오키나와 청소년들도 햄버거를 좋아하지만 언론 매체를 통해서 그들 조상들의 식생활이 이상적이라는 사실들을 깨달아 가고 있다. 오키나와에서는 예전의 식생활이 장수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어린 청소년들에게 이러한 사실들을 교육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있기에 세계 최고의 장수마을이라는 오키나와의 명성은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이다.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