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알고주알’은 사전상으로는 “아주 하찮은 일까지 속속들이”란 부사어입니다. 이 말 속에는 뿌리를 캐도 잔뿌리까지 전부 캐 버린다는, 조금은 끈질기고도 치밀한 느낌이 곁들여 있습니다.
‘미주알’은 본디 항문을 이루는 창자의 끝부분으로, 속창자까지 살펴볼 정도로 꼬치꼬치 따지고 든다는 뜻입니다. ‘미주알’은 신체의 은밀한 곳에 감추어져 있는데 그 미주알까지 캐낸다는 것은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저 밑바닥 일까지 캐물어, 대답하는 사람을 곤혹스럽게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미주알고주알’이 들어가는 말들은 뭔가 꺼림칙한 구석이 있는가 봅니다. 그리고 후렴으로 붙은 말 ‘고주알’은 ‘미주알’과 운율을 맞추기 위하여 그냥 덧붙인 말입니다.
예전에 아이들이 친구를 놀릴 때 쓰는 오래된 유행어가 있습니다. 친구가 오줌을 싸거나 이성 친구가 생기거나 하면 은근히 놀리는 말, 바로 ‘얼레리꼴레리’입니다. 이 말의 표준어는 ‘알나리깔나리’인데 유행어가 만들어진 게 조선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알나리’에서 ‘알’은 접두사로서 알뚝배기‧알바가지처럼 “아주 작은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나리’는 옛날에 당하관을 아랫사람이 높여 부르거나 지체가 높은 사람을 부르던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주 어린 사람이 나리가 됐다는 뜻”의 ‘알나리’가 된 겁니다.
나이도 어리고 키도 작은 사람이 벼슬을 했으니 당연히 주위에서는 ‘아이 나리’라고 놀렸을 것입니다. 그리고 ‘알나리깔나리’에서 ‘깔나리’는 ‘미주알고주알’의 ‘고주알’처럼 별 뜻 없이 ‘알나리’에 운율을 맞추기 위해 뒤에 그냥 붙인 말입니다.
이재경 기자 bubmu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