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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매실 독(毒)을 둘러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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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매실 독(毒)을 둘러싼 논란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초여름에 반짝하는 매실 시장이 올해는 큰 타격을 입는 일이 펼쳐졌다. 충분한 정보가 전달되지 못하고 단편적인 정보가 산발적으로 전달되다 보니 소비자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킨 부분도 없지 않다. 한 해 농사를 망칠 농가에게는 슬픈 일이다. 소비자들에게 올바른 정보의 전달이 이루어지지 못한 점이 아쉽다. 전문가의 체계적인 설명이 뒤따랐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우리 주변에는 잘못된 정보들이 판을 치기도 한다.

매실뿐만 아니라 복숭아, 체리, 살구, 서양 오얏 등의 씨 속에는 과육의 5배 정도나 많이 함유되어 있는 아미그달린이란 성분을 제대로 이해해 볼 필요가 있다.
아미그달린은 우리 몸속의 효소나 미생물이 만들어 내놓는 효소 등에 의해 분해 과정을 통해 시안배당체를 만들게 되는데 많은 양의 씨앗들을 씹어서 먹는 경우 이러한 물질이 복통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아미그달린이 체내에서 분해되면서 시안화유도체가 생성되면 이것이 암세포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으로 예상하여 사용하고 있으나 암세포를 죽일 정도면 정상세포에도 상당히 치명적 손해를 미친다. 따라서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모든 세포에게 피해를 준다.

미국국립암연구소에 따르면 아미그달린이 항암 효과를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고 말하고 있으나 미국의 FDA가 승인한 원료식품이 아니며 부작용으로 시안기 독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또 독일연방위해평가원(BFR)에서도 “암 예방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살구씨를 과다 섭취할 경우 건강이 위험할 수 있는데 심각한 중독 증상을 보일 수 있고 심할 경우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어 하루 두 개 이상의 살구씨를 먹지 말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덜 익은 풋과일 속에는 이런 아미그달린이 상대적으로 많이 있으나 과일이 익어 가면서 과육에는 매우 적은 양만 남으며 씨앗에서도 그 양이 5분의 1로 대폭 줄어든다. 이런 과일의 씨앗을 먹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볼 수 있지만 씨를 포함하여 과육 속의 아미그달린이 발효를 하는 과정에서 분해되면서 생성되는 물질 중에 시안화수소가 있는데 이 성분은 치명적인 청산가리를 구성하는 시안성분이다. 보통 발효과정 중에는 아미그달린이 분해되어 생성된 시안화수소는 기체로서 공기 중으로 모두 날아가 버리며 유해성분들은 거의 대부분 분해되어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과일이 숙성해 가면서 아미그달린의 양은 감소하게 된다. 보통 매실에 알코올이나 설탕에 재워서 발효시킨 매실주나 매실청을 만들어 드시게 되는데 알코올 양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3개월 정도까지는 초기 매실에 함유되어 있던 양보다도 다소 많은 양의 아미그달린이 생성되어 매실 1㎏당 아미그달린 함량이 235.5㎎으로 가장 높아졌다가 300일에는 매실 1㎏당 아미그달린 함량이 30.6㎎으로 감소하고 1년 후에는 모두 분해되었다고 농촌진흥청연구팀의 발표가 있기도 했다. 1년이 지나면 아미그달린은 대부분 분해되어 없어지고 아미그달린이 분해되면서 생성된 시안화수소도 대부분 공기 중으로 날아가 버리며 다른 물질들도 분해되어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식품에 함유된 유해 물질에 대하여 사람들은 유해물질이 ‘있다, 없다’에만 관심이 있지 얼마만큼 있는 것이며 그것이 과연 우리에겐 치명적인 것인가에는 관심이 없다. 왜냐하면 양에 대한 정보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의 연구 결과를 미루어 보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사실을 그 양과 치사량에 대한 정보를 논하지 않고 이야기한 것 자체가 문제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오랫동안 매실주나 매실청을 만들어 먹어 왔다. 이제까지 아무런 탈이 없었다는 점은 우리에게 치명적인 해를 입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실례라 말할 수 있다. 독성분이 식품에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매우 적은 양인 경우에는 그것이 오히려 좋은 식품으로서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와는 반대로 아무리 좋은 약재나 좋은 유효 성분이라도 그 양이 지나치게 많으면 우리 몸에 해가 되는 경우들을 보아 왔다. 독성분의 유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독성분의 양이 얼마인가가 더욱 더 중요한 것이다.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