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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얼음의 유통기한을 정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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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얼음의 유통기한을 정할 수 있나?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우리들이 먹는 식품의 유통기한이라는 표현은 마치 그 기한이 지나면 모든 식품들이 식중독을 일으키거나 건강의 탈을 일으키므로 모두 폐기처분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식중독균이 증식하는 경우라면 당연히 폐기처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유통기한을 설정하는 과정을 보면 다소 의아한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라면이나 과자 등의 유통기한을 설정하는 실험을 하기 위해서는 이들 식품에서 변질될 가능성이 가장 대표적인 성분을 찾아 그 성분이 변하는 정도를 날짜와 온도 조건에 따라서 다양한 실험을 통하여 데이터를 확보한다. 아울러 맛을 잘 보는 훈련된 검사 요원들이 똑같은 조건에서 저장하면서 맛을 보게 되는데 이 상태로 나가면 소비자들이 변질되었다고 판단하게 되어 먹지 않을 수도 있으니 그보다 나은 상태로 출하를 해야 한다.
이러한 정도를 판단해 주면 맛 정도에 따라 그에 대응하는 성분분석 결과를 토대로 유통조건에서의 가상적인 변화를 예측한 다음 더욱 안전을 위해 안전계수까지를 고려하여 유통기한을 설정한다. 이 경우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선택하더라도 식중독이 발병하거나 혹은 건강상의 탈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다만 먹기에 맛이 이상하다는 점이다. 이렇게 결정된 유통기한과는 달리 생선이나 고기 또는 우유와 같은 유제품의 경우는 식중독균이 얼마나 생성되는가를 바탕으로 하여 유통기한을 설정하기 때문에 철저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생선이나 고기에 적용하는 유통기한과는 다소 다른 의미(가장 맛이 좋은 기한: 상미기한)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과자나 사탕이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해서 절대로 먹어서는 안 되는 식중독 유발 가능성식품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유통기한을 설정하고 관리함에 있어 어려운 것 중에 하나가 냉동식품이다. 얼음 상태의 식품을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해서 폐기처분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다. 지방분해효소가 살아 있는 냉동채소식품의 경우 냉동보관을 하더라도 천천히 산패가 일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아이스크림처럼 지방분해효소도 없고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식수를 살균하고 원료도 안전하게 처리한 후 냉동한 것의 유통기한을 설정한다는 것은 마치 우리가 얼음의 유통기한을 설정하자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이스크림과 같은 얼음 상태에서는 미생물의 증식이 일어나지 않고 증식이 정지할 뿐이다. 만일 이미 오염이 되어 있고 살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아이스크림이라면 이것은 제조 과정에서 제거되어야 할 식품이라고 여겨진다. 다시 말하면 생산해서는 절대로 안되는 제품이라고 단언한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배탈 사고가 났다고 신고가 되었을 때, 사고가 난 아이스크림의 미생물 분석이 제대로 추적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갖는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아이스크림 안에 식중독균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찬 음식을 갑자기 섭취하여 나타나는 탈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여진다. 이 부분은 향후 식약처 등에서 추적조사를 해서 대처해야 할 문제라고 여겨진다.

몇 년이 지난 아이스크림이라 이상하지 않겠느냐 말하지만 보관 온도를 잘못 관리하여 녹았다가 얼었다를 반복하는 경우 형태가 바뀌어져 소비자들이 쉽게 판단할 수가 있다. 그것이 부족하다면 포장지를 투명한 것으로 대체하여 그러한 변화 과정을 거쳤는지를 여부를 보면 된다.

아이스크림의 형태에 따라 접근방법을 제안한다면 우유와 지방이 많이 함유된 아이스크림의 경우 언제까지 먹어도 지방산패에 따른 영향을 느끼지 못하는가로 접근해야 한다고 여겨지며, 물을 얼려서 만드는 얼음과자 형태의 아이스크림은 유통기한을 설정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여겨진다.

소비자들의 안전을 추구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일에 이의를 달지는 않는다. 절대로 공감을 하며 지켜져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터무니없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도 한번쯤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