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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식품위생법보다는 '마음챙김 먹'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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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식품위생법보다는 '마음챙김 먹'로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전쟁의 역사를 수없이 겪어 온 우리 민족은 피란 중에 식사를 해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빨리 식사를 하고 또 피란을 해야 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빨리 빨리’ 문화가 익숙해져 먹는 것 외에도 많은 일을 하면서 ‘빨리 빨리’ 수행을 하는 국민으로 바뀌었고 외국인들도 우리를 그렇게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빨리 빨리’ 문화가 식문화에 가져온 나쁜 점 중에 하나는 음식을 음미하기도 전에 배고픔을 달래고 포만감을 맛보아야 하는 문화로 바뀌어져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식사시간마저도 일에 몰두해야 하는 경우들이 있어 책이나 서류를 보면서 혹은 모니터를 보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운전을 하면서 음식을 먹는다. 이렇게 정신없이 무의식적으로 음식을 먹다보니 포만감의 정도를 벗어나 자기 자신을 조절하지 못하여 여러 가지 성인병의 초기단계로 진입하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꼭 먹어야 하는 영양소라고 여겨왔던 당이나 지방의 섭취량이 너무 많아진 경우를 발견하게 된다. 또 맛만을 추구하다보니 지나치게 많은 양의 소금을 섭취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하였다. 하지만 설탕은 우리 몸과 뇌 활동을 하는 중요한 에너지를 공급해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영양소이며 소금을 구성하는 나트륨(소듐)은 각종 영양소의 이동을 통해 흡수를 유도해주는 힘을 가진 중요한 역할을 해주는 무기질이기도 하다. 이런 성분들은 꼭 섭취해야 하는 성분으로 오래전부터 영양학자들이 주장하는 5대 영양소 중에 하나이다.
최근 식약처는 식품의 나트륨, 당류, 트랜스지방을 ‘건강 위해가능 영양성분’으로 정한다는 식품위생법 시행령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사람이 생명을 유지해 나가는 데 꼭 필요한 영양소를 이처럼 ‘건강 위해가능 영양성분’으로 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들 영양소는 지나치게 탐닉하여 많이 섭취하는 경우에 문제가 될 수도 있는 것이지 평소 우리들 자신이 판단하여 스스로 적당량을 조절해 먹으면 문제가 될 사항이 아니다.

우리가 먹는 식품 중에 비타민 A의 경우도 면역력이나 시력보호를 위해서 꼭 먹어야 하는 식품이지만 지나치게 필요 이상을 먹는다면 체내에서 축적되어 죽음으로 이끌게 되기도 하는 영양소이다. 또 우리 한국 사람이 즐겨 먹는 고추 속에 매운 맛 성분인 캡사이신도 체내 수용체인 TRPV1 단백질과 결합해 항암활성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너무 많은 양의 캡사이신을 섭취하면 오히려 TRPV1과 결합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자연살해세포의 기능 장애를 유도하여 암 발생이 촉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어 위와 같은 논리라면 ‘건강 위해가능 영양성분’에 포함되어야 하는 항목이다. 이들뿐만 아니라 우리들이 먹고 있는 대부분의 식품은 그 양에 따라서 식품의 역할도 하지만 독의 역할도 하는 것이다. 식품뿐만 아니라 모든 약들도 알맞게 먹었을 때만 약효능을 보이지만 지나치면 독의 기능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영양과잉으로 유발되는 문제를 빠른 시간 내에 신속하게 효과를 얻어 내기 위하여 이와 같은 식품위생법을 시행하려 한다면 매우 어리석은 일이라고 여겨진다. 법으로 강제화하기보다는 국민을 계몽하고 자발적으로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우리는 이제까지 어떤 음식을 먹을까를 고민하고 살아 왔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어떻게 먹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식품이 갖고 있는 독특한 맛을 느끼며 즐겁게 먹어야 한다. 젠 초즌 베이 박사는 오랜 연구를 통해 아무 생각 없이 먹으면서 이것 다음에는 무엇을 선택하여 또 먹을까를 고민하지 말고 음식 하나하나 생각을 갖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먹으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다 보면 과식을 자연스럽게 피하게 되고 적절한 양으로 다양한 풍미 속에 빠져들어 자연스럽게 건강하고 행복한 식사를 할 수 있다.

식약처가 ‘빨리 빨리’ 문화를 도입하여 이른 시일 내에 무엇을 보여 주려고 하지 말고 ‘마음챙김 먹기’(mindful eating)와 같은 문화를 보급하여 서서히 습관으로 젖어들게 유도해 나가는 편이 훨씬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