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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와인 한잔의 비밀', 프렌치 패러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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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와인 한잔의 비밀', 프렌치 패러독스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프랑스사람들이 육류 등 동물성 지방을 많이 섭취하는 데에도 불구하고 심장질환에 걸리는 사람이 적은 현상을 ‘프렌치 패러독스(역설)’라고 한다. 이는 포도주를 많이 마시기 때문이라고 한다. 포도와 포도주에는 폴리페놀 성분이 들어있는데, 이 성분은 플라보노이드계통의 성분으로 혈중 콜레스테롤의 함량을 낮춰주어 동맥경화는 물론 다른 심장질환을 예방해 주는 효과가 있다. 포도주 중에서도 적포도주는 백포도주보다 20배나 많은 폴리페놀을 함유하고 있다. 적색포도가 떫은맛을 내는 것은 포도껍질부분에 들어있는 이 폴리페놀 성분 때문이다. 폴리페놀함량은 포도의 품종과 재배지역, 포도주의 제조 방법에 따라 현저히 다르다.

프랑스 남부지역에서 육류위주의 식사를 하고 있는 데에도 100세까지 살고 있다는 부부가 있다고 하여 그 비결을 알아내고자 노부부를 찾아 나섰다. 부부가 함께 100세까지 산다는 것은 통계적으로 600만 명에 한명 정도 가능할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부부가 모두 다 100세로 할머니가 생일이 조금 빠르다. 할아버지의 형님은 102세로 파리에 살고 있고, 여동생은 99세로 프랑스 남부지방에 살고 있는 장수가족이다. 아들과 딸이 시내에서 따로 살고 있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요즘에도 할머니와 함께 시내에 나가 슈퍼에서 과일을 사오기도 하고, 산책을 하고 아침이면 걸어서 신문을 가져온다. 할아버지는 인터뷰 내내 큰 목소리로 쉬지 않고 혼자서 이야기를 한다. 물론 잘 귀도 잘 들리고 치아도 틀니가 아니다. 할머니 역시 아직도 미니스커트를 입고 단정한 모습을 유지하고 침대에 걸쳐 앉아 있다. 할머니를 보는 순간 90세만 넘으면 거의 모든 노인들이 건강이 안 좋아 살아있으나 죽어있으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왔던 기존의 내 생각이 확 바뀌어 버렸다. 이 정도라면 100세까지 살아도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듯 보기에는 70대로 보이나 자세히 보니 목 밑에 주름이 깊게 패이고 목살이 늘어져 있는 모습으로 보아 나이가 들었음을 알 수 있다.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음식은 감자와 치즈를 혼합하여 만든 음식. 그리고 흰콩을 자주 먹는다. 야채를 좋아하지만 버섯은 싫어한다고 한다. 할머니는 과일을 즐겨 먹는다. 할머니는 어렸을 때에 어머니가 사과파이를 자주 만들어 주어 지금도 사과파이를 즐겨 먹는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먹던 음식이 중요함을 느낀다. 아침에는 프랑스빵과 버터로 식사를 하고 커피를 즐긴다. 내가 궁금했던 점은 “과연 그가 고기를 좋아하는 데에도 불구하고 100세까지 살고 있느냐?”하는 점이다. 내가 궁금해 하자 그는 “젊었을 때에 매일 고기를 먹었지만 금요일에는 종교적인 이유로 고기를 먹지 않았다”고 대답한다. 그는 고기뿐 만 아니라 생선도 좋아한다.

그는 가톨릭신자로 매주 일요일이면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린다. 내가 “건강의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대답대신에 “와인 한잔 마시자”며 냉장고에서 와인 한 병을 떠낸다. 그가 꺼낸 포도주의 이름은 화인루비 적도도주로 알코올 19%자리이다. 와인치고는 독한 편이다. 그가 따라 준 독한 와인 한 잔으로 나는 금방 취해버렸다. 우리는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적포도주가 몸에 좋다고 해서 매일 적포도주를 취하도록 많이 마시는 것은 아니다. 5일에 한 병 정도를 마신다고 한다. 커피 역시 한 달에 두 사람이 64잔을 마신다고 하니 한 사람이 하루 한잔 꼴로 마신 셈이다. 할아버지부부의 절제하는 모습에서 건강의 비밀을 읽을 수 있다.

할아버지의 가족 모두가 장수하는 것으로 보아 할아버지의 건강비결은 유전적인 요인도 있지만 그의 절제하는 노력 덕분으로 보인다. 고기를 좋아하지만 와인을 적당하게 마셔 콜레스테롤치를 유지하고, 쉬지 않고 운동을 한다는 점, 기억력을 유지하기 위한 글자 맞추기를 하는 등 그의 쉬지 않는 노력이 돋보인다. 할아버지는 우리나라의 도시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노부부를 보면서 느낀 점은 열심히 노력한다면 100세까지도 부부가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하면서 건강하게 살수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 남부 지역은 와인생산지로 유명하다. 특히 리옹, 샴페인, 보르도, 몽페리에 등 네 곳은 와인생산지로 유명하다. 특히 프랑스 남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포도주는 폴리페놀 함량이 다른 지역에 비하여 월등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9년 영국의 레거(Lager)박사팀이 연구하여 란셋(Lancet)잡지에 보고한 바에 의하면 “와인의 소비와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률과는 깊은 관계가 있다”고 한다. 와인을 많이 마시지 않는 미국 남성들은 와인을 많이 마시는 프랑스인들에 비해 심장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10배 높다는 것이다.

모든 주류가 같은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며, 와인에 들어 있는 향기성분과 미량원소들이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 콜레스테롤의 함량을 낮춰주고, 뇌졸중의 원인이 되는 혈전의 형성을 저해하여 심장질환을 예방한다는 것이다. 프랑스 남부지역은 기후가 온화하다. 내륙의 건조한 바람과 지중해의 온화하고 습기찬 바람이 만나 포도가 자라기 좋은 기후이다. 포도열매는 긴 봄과 여름을 통해서 서서히 익어간다. 포도열매는 흙속의 물과 영양분을 서서히 흡수하여 당을 형성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맛을 형성한다. 동시에 포도열매 속에 수많은 향기 성분과 미량원소들이 형성된다. 훌륭한 와인을 마시는 것이 프랑스 남부 사람들의 장수 비결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