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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고지방 저탄수화물 섭취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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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고지방 저탄수화물 섭취의 한계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탈북자 청년들을 위한 건강강좌를 준비하면서 그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중 어느 교회에서 탈북청년들을 위한 두루치기 돼지고기 파티를 열어 주어 모두 즐겁게 먹었는데 불행하게도 다음날 대부분 설사를 하고 고생을 했다는 것이다. 평소 돼지고기를 먹어보지 못했던 이들에게는 지방 분해효소의 생성이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에 설사를 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또 이들은 하루 세끼 식사를 온전히 하기가 힘이 든다는 것이다. 세끼 식사를 하면 소화가 잘 안된다고 한다. 그런 탓인지 평소 힘에 부치는 경우가 많고 대학교 공부를 따라가는 일도 매우 힘에 겹고 남는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은 꿈도 못 꾼다고 한다. 불과 30세도 안된 청년들이 배고픔 속에 오랫동안 굶주려 온 탓에 이들의 소화기관의 상당 부분은 퇴화될 정도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우리 한국인은 수천 년 동안 쌀을 주식으로 먹고 채식 위주로 먹어왔다. 최근 고기의 섭취량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긴 하나 서양인들에 비해 많은 양의 육류나 기름을 먹어온 것은 아니다. 서양인들은 아마도 기름진 식사에 익숙하고 거기에 맞게 몸의 소화 시스템도 바뀌어 왔으리라고 생각된다.
얼마 전 이제까지의 우리 식사 패턴과 전혀 다른 고지방 저탄수화물 비율의 섭취 방법이 방송을 타면서 마트에선 버터가 동이 날 정도로 난리가 나기도 했다. 갑자기 버터를 많이 먹고 기름을 주로 먹으면서 탄수화물을 적게 먹는 식단을 따라하는 사람이 늘었는데 이런 시도는 매우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오랜 세월에 걸쳐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 패턴에 익숙해진 우리 몸의 시스템이 하루아침에 바뀌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뿐만 아니라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않으면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아 저장되어있던 글리코겐과 체지방이 분해되면서 일시적으로 살이 빠지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탄수화물의 섭취가 적어지면 우리 몸속에 케톤이 많아지게 되면서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케톤은 우리 몸에 필요하기도 하지만 너무 많아져 신장에 부담을 줄 정도가 되면 우리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진다. 탄수화물의 부족은 두뇌 활동에도 영향을 미쳐 오래 지속되면 정상적인 활동에 영향을 받을 수가 있다.

탄수화물 중에는 배변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식이섬유 성분들도 포함되는데 저탄수화물의 형태로 섭취를 하다보면 절대적인 식이섬유의 양도 줄어들어 원만한 배변 활동에도 영향을 미쳐 변비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로 인해 체내 유해물질의 배출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게 된다. 이는 소화되지 못한 음식물들이 부패되면서 유해가스가 발생되고 이로 인해 두통을 비롯한 다양한 불편함을 호소할 수 있는 일이다. 한 마디로 쾌변을 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지방의 섭취가 적었던 사람들이 갑자기 지방의 섭취를 늘려 나가는 경우 체내에서 지방분해효소의 생성이 빠르게 따라가지 못하여 충분한 대응을 못하면 설사로 인한 불편과 다른 영양분의 섭취마저도 어려워질 수가 있다. 우리 조상들이 돼지고기 편육을 먹으면서 오랜만에 고기를 먹는 사람들을 위해 잘 소화시키라고 지방분해 효소가 많이 생성된 새우젓을 함께 내놓는 것도 이런 문제를 최소화하자는 지혜였다.
상대적으로 지방 함량이 높은 식품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문제가 되는 지방으로 하여금 비만이나 고혈압 등을 일으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장암, 전립선암, 유방암, 자궁암, 난소암, 췌장암, 방광암 등 각종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 특히 포화지방산과 콜레스테롤이 많은 식품을 섭취할 경우 혈관 속의 지질 함량이 높아질 수도 있어 심혈관계통의 질병이 예상된다. 이러한 증세가 갑자기 나타나는 것은 아니더라도 우리에게 익숙해져 있던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황금비율을 다른 비율로 대체시키는 일은 하루아침에 달성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황금비율의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좋은 황금비율을 우리가 선택한다 하더라도 섭취하는 식사량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고지방에 저탄수화물의 황금비율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노릇이다. 이런 비율이 우리들에게 최선의 방법인지는 2주나 두 달 정도의 체험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미 우리 몸에 축적되어 있는 영양소에 의해 나타날 수 있는 효과가 고려될 수도 있다는 점이 확인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황금비율로 3년 이상 실시하여 바람직한 효과를 얻어냈다고 한다면 그때 가서 받아들여도 무방하다고 본다. 식습관은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