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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미쉐린스타가 선택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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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미쉐린스타가 선택한 맛

노봉수 서울여대식품공학과 교수
노봉수 서울여대식품공학과 교수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유나티이드 팀은 최근 세계적으로 훌륭한 선수들을 많은 돈을 주고 데려왔다.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되었으니 이제는 좋은 성적을 낼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못하다. 이번에는 최고의 감독을 모셔왔지만 여전히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가 없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아무리 좋은 선수라고 하더라도 다른 선수들과의 발이 잘 맞아야 한다. 선수들 간의 조화가 잘 이루어져야 좋은 성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것도 감독의 판단에 따라 선수별 능력이 최상의 조합을 이룰 수 있도록 선수 배치가 되어야만 최고의 성적을 얻어 낼 수 있는 일이다. 현재 그러한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무엇인지 모르는 균형이 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식품에서도 어떤 성분이 좋다고 하면 그 효능을 가지고 있는 성분을 분리하여 약이나 건강식품으로 내놓고 있지만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효능이 매우 좋은 성분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유효 성분이 좋은 효능을 내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해주는 다른 성분들이 함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칼슘이 부족하여 골다공증이 생겼다면 칼슘제재만을 섭취하는 것은 흡수에 도움이 되질 못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다른 유기물과 함께 복용해야 칼슘만을 섭취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다른 성분들과의 조화를 통해서 그 성분의 효과를 최대로 가져올 수 있는 것을 찾다 보면 결국에는 그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식품이 최고라는 사실이다.
물론 짧은 시간 내에 효능성분을 통해 단기간의 효능을 얻을 수 있을는지 모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해당 음식을 꾸준히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점이다. 우리 모두가 빨리 빨리 그 효과를 얻고 싶어서 그런 욕망을 가져 보지만 약효성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성분이 조화롭게 갖춰진 식품의 선택이 더욱 바람직하다는 점이다. 이 분야의 최고 석학들조차도 오랜 기간 연구를 통해서 느낄 수 있었던 점은 특정 성분 하나를 선택하기보다는 특정 성분이 효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다른 영양소 성분들과 함께 조화를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들 말한다.

얼마 전 미쉐린 스타를 부여한 한국 내의 식당들이 발표되었다. 외국인 심사위원들과 한국인 심사위원들이 판정한 식당의 메뉴는 가장 맛이 있거나 보기에 시각적인 효과를 갖는 것이 아니었다. 계절에 합당한 재료로부터 그 맛을 끌어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은 해당 지역의 땅과 기후와 잘 조화를 이루어진 것을 선택했는가 하는 점이다. 그래야만 그곳을 찾아오고픈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전통적인 맛은 그곳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한 점들이 잘 드러난 식품이 바로 발효식품이 아닌가 싶다. 오랜 시간에 걸쳐 우리 것들이라고 할 수 있는 재료와 우리만의 방식을 통해 전통문화가 곁들여 있으면서 조화의 맛을 제공할 수 있는 발효식품이 그 가운데 우뚝 설 수 있다고 여겨진다. 또 우리만의 고유한 전통이 깃들여진 음식이면서도 현대와 잘 조화를 이루는가 하는 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간장게장과 같은 식품은 서양인들이 쉽게 맛볼 수 없는 우리만의 독특한 식품이 아닌가 싶다. 소금에 절여서 발효시키기보다는 오랜 기간 발효를 통해서 얻어낸 간장을 주원료로 하여 파, 마늘, 고추, 생강 등을 넣고 다시 한 번 더 숙성을 시키는 과정을 통해 게의 비린내를 없애주면서 간장의 은은한 맛이 스며들고, 소금의 짠맛과는 달리 간장 속의 풍부한 아미노산과 펩티드가 제공하는 감칠맛을 비롯한 다양한 맛으로 빠져들게 한다. 또 채소와 허브가 제공하는 향이 만나 서로가 잘 어우러진 독특한 식품으로써 매력적인 맛을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맛이라는 것은 단순히 어떤 특징적인 맛만으로 대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재료의 원산지와 계절적인 요소 그리고 그곳의 문화와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 명감독이 선수 개개인의 특징을 토대로 적재적소에 잘 배치해야 훌륭한 성과를 이루듯 좋은 재료를 선택하고 개성 있는 조리 방법을 통해 최고의 맛과 멋을 풍길 수 있는 일이라고 여겨진다. 각국의 심사위원들이 바로 이런 점들을 고려하여 미쉐린스타를 뽑았다고 볼 적에 우리만의 맛에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문화를 잘 조화시켜 나아가야 하는 것이 우리들의 의무가 아닌가 싶다.
노봉수 서울여대식품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