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식품칼럼] 식품에도 윤리가 필요하다…제조업자는 윤리의식, 유통업자는 자부심 가져야

공유
2

[식품칼럼] 식품에도 윤리가 필요하다…제조업자는 윤리의식, 유통업자는 자부심 가져야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폐기용 소뼈를 재사용해 만든 사골 곰탕이 유명 유기농 업체를 통해 3년 가까이 팔려나간 사실이 또 밝혀졌다. ‘100% 무항생제’ 고급 제품으로 둔갑해 팔려나가는 동안 유기농 전문판매점도 전혀 확인해 보지도 않고 파는 일에만 신경을 썼다. 좋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면 불시에 방문하여 과연 어떻게 원료를 선별하여 좋은 제품을 제조하고 있는지 확인도 해 보았어야 한다. 외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원료도 우리가 모르는 약품을 사용하지나 않는지 확인하는 것처럼 유통업체도 이런 확인 과정이 필요한 것은 바로 소비자에 대한 신뢰를 쌓기 위함이다.

100% 무항생제란 표현은 광고마케팅 용어에서는 매우 설득력이 있는 표현이지만 품질 관리 차원에서는 매우 어려운 일 중의 하나이다. 원료로 사용된 소가 항생제주사를 맞지 말아야 하며 이들이 먹는 사료에서도 항생물질이 발견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독일의 어느 마을에서는 유기농 식재료를 생산함에 있어 항생제가 첨가된 물질을 사용해서는 안 되는 것은 물론 사람의 변을 이용하여 퇴비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사람들이 항생물질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지키고 있을 정도로 철저하게 노력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항생물질에 대한 내성수치보다도 높을 정도로 항생물질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 있다. 그런 탓에 100% 무항생제 제품을 만들기란 사실 너무 어려운 일이다. 이런 제품의 품질을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제조업체는 물론 유통업체 그리고 그러한 광고 문안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광고심의 과정에서도 한번쯤은 100% 무항생제품이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했다고 보인다. 과대광고로 보일 수 있는 요소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데에는 물론 식품을 제조하는 업자 및 종사자들의 윤리의식도 문제이다. 이익만 추구하면 된다든가 먹고 죽을 것도 아닌데라는 생각으로 제조를 했다면 소비자들의 눈을 속이는 이런 행위는 제조업자로서 자격을 상실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회사가 문을 닫을 정도의 처벌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안다면 종업원들도 사전에 이렇게 만들다가는 월급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직장도 잃고 마는 일이 일어날 것이라 생각하고는 회사에 요구를 하여 사전에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처벌이 미약하다보니 문을 닫더라도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또 다른 회사를 만들어 운영하는 일을 자주 접하게 되는 상황을 보면서 더욱 엄격한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싱가포르나 미국에서 사람들이 법을 참 잘 지켜나가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여기에는 엄격할 정도의 처벌이 뒤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조그만 잘못도 심할 정도의 처벌을 받게 되니 주변에서 누군가 그러한 처벌을 받는 것을 보면 자연스럽게 법을 지켜나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모두가 하게 된 것이다. 윤리의식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학교에서 가르친다고 모두가 잘 지키는 것도 아니다. 몸소 뼈저린 처벌을 받아 보거나 그런 사실을 알면 자연 지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먹는 식품에 대하여 눈속임을 하여 장사를 하려 한다는 것은 소비자의 신뢰를 무시하겠다는 처사이며 이는 식품을 제조할 자격이 없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식품제조업자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판매 유통업자도 자기가 파는 제품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팔아야 하는데 그러한 자부심을 갖지 못한다면 자부심을 가질 때까지 제품에 대한 여러 특성을 확인해 보아야 한다.

안전하다고 믿고 먹을 수 있는 식품을 제조하기를 우리 모두가 원한다. 신뢰가 가는 식품이 생산되기를 바란다. 제조업자로부터 유통 업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철저한 관리가 이루어져야 하며 식품 제조업자나 유통업자도 이제는 올바른 윤리의식을 가지고 소비자로부터 신뢰받는 제품을 생산하기 바란다. 아울러 이를 책임지고 관리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이러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더욱 정진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