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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건강한 삶 사는 2020식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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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건강한 삶 사는 2020식사법

이원종 강릉원주대 교수
이원종 강릉원주대 교수
예전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하루 두끼를 먹기도 힘들었다. 밥을 굶는 것이 매우 흔한 일이었던 가난한 사람들은 주린 배를 채워야겠다는 생각에 빠른 속도로 밥을 먹곤 했다. 특히 가족의 수가 많고 가난할수록 먹는 속도가 빨라야 배를 채울 수 있었다. 이렇게 배고픈 시절에 밥을 굶은 사람이 밥을 먹는 모습에서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한다’는 속담이 생겨나기도 했다. 당시에는 배가 고파 허겁지겁 먹어도 살이 찔 겨를이 없었다. 먹을 것이 귀했고 먹은 것보다 많이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워 빨리 먹을 이유가 없다.

뇌가 음식에 대한 포만감을 알아차리는 데에는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너무 빨리 먹게 되면 배가 부르다는 사실을 뇌에서 느끼기도 전에 많이 먹게 돼, 결국 살이 찌고 만다. 빠른 식습관은 위에도 부담을 주어 스트레스가 쌓이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2020식사법’이란 음식을 입에 넣은 다음 20회 이상 씹어서 넘겨 식사시간을 20분 이상 유지하는 것이다. 음식을 섭취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음식물을 섭취한 후 어느 정도까지 소화시켜 흡수하여 이용하느냐이다. 소화과정에서 첫 번째 단계가 바로 씹는 동작인데 침을 섞어가며 씹는 동안 침 속에 있는 프티알린이라는 아밀라제 계통의 효소가 전분을 맥아당으로 분해한다.

또한 침 속에는 파로틴이라는 호르몬도 들어 있다. 입안에 있는 침은 유해물질을 무독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도시샤대학의 니시오카 교수는 발암물질에 침을 섞어서 일정시간 방치한 후 발암불질의 유해정도를 측정한 결과 30분이 지난 후에 발암물질의 독성이 80~100%가 소멸된다고 보고했다. 식품첨가물, 농약, 유독성 곰팡이 등 우리가 먹는 식품과 함께 섭취될 가능성이 있는 유해물질도 발암물질과 마찬가지로 상당히 감소된다고 보고했다.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는 유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천천히 씹어 먹으면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다. 천천히 먹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천천히 씹어 먹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입속의 음식물을 다 삼키기 전에는 음식을 뜨지 않는 것이다. 음식을 한 숟가락 입에 넣은 다음 숟가락을 놓고 다 씹어 먹은 후에 다시 숟가락을 들도록 하자.

음식을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 행위는 우리의 뇌를 자극한다. 뇌에서 흐르는 혈액량이 증가하면 집중력과 기억력이 좋아진다. 또한 천천히 먹으면 많이 먹지 않아도 포만감을 느껴 식욕을 억제할 수 있다. 음식을 빨리 먹으면 뇌에서 음식을 인식하고 포만감을 느끼기 전까지 식욕을 억제할 수 없어 대량의 음식을 섭취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에게 2020식사법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턱의 발달을 위해서다. 음식을 오랫동안 씹으면 턱이 잘 발달한다. 일본 교토대 니시오카 하지메 바이오사이언스연구소장에 의하면 씹는 습관이 줄어들어 턱의 골격이 퇴화되고 얼굴형태가 변하고 있다고 한다. 턱이 작으면 치아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해 덧니가 나거나 치열이 고르지 못하게 된다. 그러니 식사를 할 때는 여유를 갖고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도록 하자.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식사예절은 조용히, 정갈하게 식사를 마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에 반대한다. 밥을 먹는 시간은 무엇보다 즐거워야 한다. 우리는 수다쟁이가 되어 맘껏 웃고 즐기며 음식을 먹을 필요가 있다. 식사시간을 이용해 공통 관심사에 대한 대화를 나누자. 즐겁고 편안한 환경은 자연히 식사시간을 늘려줄 것이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풍족한 음식의 양이 아니라, 풍족한 대화와 여유있는 식사시간이다. 적은 양으로 공복감을 줄여보자. 음식을 천천히 씹어 먹으면서 자연히 건강과 다이어트를 해결할 수 있다.

이원종 강릉원주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