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세상일은 대부분 아는 만큼 실천이 뒤따르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유기농산물에 찬성표를 던지면서도 실제로 돈 내고 살 때는 머뭇거리지 않는가. 이렇듯 이론과 실천 사이에는 갭(gap)이 있게 마련이다. 자칭 음식윤리 전문가인 나 역시 내가 아는 이론과 내가 행하는 실천 사이에 엄청난 크레바스가 존재함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이 갭을 좁히려면 음식을 직접 만들어봐야겠다고 아내에게 말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아내는 학원보다 집에서 먼저 배우라면서 팔을 걷어붙였다. 난 그냥 지나가는 비처럼 말했는데, 아내의 답변이 폭우처럼 쏟아졌다. 그래서 자의반 타의반 아내에게 음식을 배우기 시작했다. 학생의 학습열은 어정쩡한데 선생님은 엄청난 열의와 사명감에 불타올랐다. 선생님의 열의가 큰 만큼 소극적인 학생을 향한 핀잔 또한 강렬했다. 그 강렬함에 나는 장렬하게 쓰러질 수밖에. 아내는 ‘생명과 행복을 주는 음식을 정성스럽게 만드는 것이 바로 지혜’라면서, “아니, 음식윤리에 합당하게 음식을 만들어야지, 이게 뭐에요? 음식을 이렇게 대충 만들면서 음식윤리 강의를 한단 말이에요?” 나야 시무룩했지만, 아내는 통쾌하게 웃었다.
어느 날 달걀찜을 배웠다. 증기로 찌지 않고 직접 익히는 방식이라 간편해서 좋았다. 먼저 달걀 양만큼(1)의 물을 법랑냄비에 넣고 곱게 간 마늘과 새우젓을 조금(2) 넣으란다. 물이 끓을 동안 적절한 크기(3)의 그릇에 달걀을 풀은 다음 파를 곱게(4) 썰어 넣고, 명란젓도 잘게(5) 썰어 잘(6) 섞는다. 물이 끓으면 달걀 풀어놓은 것을 넣으며 잘(7) 휘젓고 뚜껑을 덮고 타지 않도록 불을 적절히(8) 조절하고 기다리란다. 위의 (1)부터 (8)까지는 명확한 객관적 지침이 물론 없다. 그래도 알아서 잘 해야 하는 것이 포인트란다. 그 애매함보다 견디기 힘든 것은 터널 안의 교통체증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교육적 핀잔. 대충 써는 칼질, 슬쩍 헹구는 설거지, 너무 많이 쓰는 주방세제로부터, 음식이 끓는데 자리를 비우는 일, 휘저을 때 힘 조절 부족, 생각하지 않고 대충 넣는 양념, 먹는 사람을 염두에 두지 않는 마음, 재료의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자세까지. 아이스크림의 반이 공기인 것처럼, 달걀찜의 반은 핀잔으로 채워졌다.
김석신 가톨릭대 식품영양학전공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