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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13평 아파트와 ‘흥부네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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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13평 아파트와 ‘흥부네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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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형제라는 것은 어려서는 같이 살아도 처자를 갖춘 다음엔 각각 따로 사는 것이 떳떳한 법이다. 너는 처자를 데리고 나가 살아라.”

놀부는 이렇게 아우 흥부를 내쫓았다. 흥부는 하는 수 없이 아내와 어린것들을 이끌고 대문을 나섰다. 건넛산 언덕 밑에 가서 움을 파고 온 식솔이 모여 앉아 밤을 새웠다.

이튿날 그 자리에 수숫대를 모아다가 한나절에 얼기설기 집을 지어 놓으니, 방에 누워 다리를 뻗어보면 발목이 벽 밖으로 나가고 팔을 뻗어보면 또한 손목이 벽 밖으로 나갔다.…

이렇게 좁았다. 발목과 손목이 밖으로 삐져나올 정도였다. 고전소설 ‘흥부전’은 가난한 흥부의 집을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다. 마음 착한 흥부가 아니라면 아마도 놀부의 멱살이라도 잡으며 다리 뻗을 집 한 칸이라도 마련해달라고 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한 13평짜리 공공임대주택에서 한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는 청와대의 해명을 접하면서 돌이켜보는 흥부네 집이다.

보도에 따르면 ‘투 룸’인 13평 아파트를 방문했을 대 변창흠 장관 내정자가 아이들 방을 보여주면서 “방이 좁기는 하지만, 아이가 둘 있으면 (2층 침대) 위에 1명, 밑에 1명 잘 수가 있고 재배치해서 책상 2개를 놓고 같이 공부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그러니까 신혼부부에 아이 1명이 표준이고, 어린아이 같은 경우에는 2명도 가능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 발언이 변 내정자에게 ‘질문’을 한 것이라는 청와대의 해명이었다. 청와대는 “공공임대주택의 44m²(13평)는 공용면적 등이 빠져 있는 순수한 전용면적이기 때문에 민간 아파트의 18~20평하고 비슷한 면적”이라고도 밝혔다는 보도다. 청와대의 ‘해명’은 문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자 나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13평 아파트에 부부와 아이 2명’ 얘기는 변 내정자가 한 발언이었던 셈이다. 변 내정자는 장관이 되면 그런 규모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것이다.

하지만, 13평 아파트에서 ‘4인 가족’이 널찍하게 생활하기는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가구와 화장대, 아이들 책상 등 기본적인 것만 몇 가지 채워 넣어도 공간이 좁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13평보다도 좁은 ‘청년주택’, ‘행복주택’ 등은 말할 것도 없다. 몇 해 전에는 서울 은평구의 한 고시원에서 60대 남성이 사망한 적 있었다. 이 60대는 발견 당시 ‘앉은 자세’였다고 한다. 눕기도 어려울 정도로 손바닥 닮은 면적이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벌써부터 1인당 소득 3만 달러인 ‘선진국’이다. 소득이 늘어나면 조금이라도 쾌적한 공간에서 살고 싶은 것은 당연한 희망일 수 있다. 그런데 주거면적은 그렇지 못하고 있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