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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올해의 사자성어’가 보여주는 나라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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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올해의 사자성어’가 보여주는 나라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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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를 뽑았다는 소식이다.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뜻이다.
정치판에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줄인 ‘내로남불’이 유행하더니, 교수들은 ‘아시타비’라는 ‘신조어’로 정치판을 꼬집고 있다.

교수들은 작년에는 2019년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정했었다. 공명지조는 불교경전에 나오는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했다. 어느 한 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 같지만, 결국은 공멸하게 된다는 것을 꼬집었다고 했다. 상대방을 없애버리면 자기도 살아남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교수들은 이렇게 작년에도 올해도 정치판을 주로 비판하고 있었다.

정치가 이 모양이니 서민들은 제대로 곪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허덕이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함께 성인남녀 67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적막강산(寂寞江山)’이었다. 온 세상이 적막하다는 소리다. 잡코리아는 ‘앞일을 내다볼 수 없게 답답한 지경’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실제로, 자영업자들은 속속 문을 닫고 있다. 복작이던 길거리가 ‘적막강산’이 되고 있다.

기업들은 휴업과 폐업을 하는 바람에 공장에서 연기가 끊기고 있다. 과거 선비들이 “100리를 가도 인적이 없고, 밥 짓는 연기도 끊겼다(百里無人斷午煙)”고 읊었던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성인남녀 118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우환질고(憂患疾苦)’라고 했다.

‘근심과 걱정, 질병과 고생’이다. 서민들은 희망을 놓치고 있었다.

희망을 놓친 사실은 인크루트와 알바콜의 또 다른 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달 초 성인남녀 1083명을 대상으로 ‘2020 버킷리스트 달성 현황’에 관한 설문 결과, 버킷리스트를 이루어냈다는 응답은 32.6%에 그쳤다.

‘코로나19 때문’이라는 탓이 가장 많았다.

이루지 못한 ‘미완의 목표 10가지’는 로또 당첨․취업․결혼․이직․내 집 마련․저축과 주식투자․금연과 다이어트․출산․독서․자격증 취득 등의 순이었다.

올해 등장한 ‘신조어’도 서민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집값이 치솟는 바람에 거지 신세가 된 '벼락거지', 전셋값까지 튀는 바람에 생긴 '렌트푸어, 이번 생에서 집 한 칸 마련하기는 글렀다는 ‘이생집망'이다. 그래서인지, ‘코로나 블루’가 쌓이고 있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