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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김치, 한식인가? 중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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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김치, 한식인가? 중식인가?

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
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
최근 중국의 한 유튜버가 김치 담그는 동영상에 ‘중식(Chinese Food)’이라고 해시태그를 달았다고 한다. 몰라서 그랬는지 알고도 그랬는지 알 수 없지만, 과연 “김치가 한식인지? 중식인지?”를 객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떤 음식이 어느 국가나 민족의 음식인지 정체성을 가지려면, 1)현재성 2)대중성 3)주체성 4)고유성의 네 가지 객관적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김치도 네 관문을 모두 통과해야, 한식인지 중식인지 정체성을 지닐 수 있고, 어느 하나라도 통과하지 못하면 정체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1)현재성은 현재 김치를 먹고 있는가 아닌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한국인은 과거는 물론 현재도 김치를 계속 먹고 있다. 따라서 현재성을 충족시킨다. 중국인도, 비록 조선족 같은 소수민족이 중심이기는 하지만, 현재 김치를 먹고 있으니, 현재성을 충족시킨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현재성의 관점에서 김치는 한식도 될 수 있고 중식도 될 수 있다.

2)대중성은 김치에 대한 대중적 인기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한국인은 세계 어디에 살건 김치 사랑이 남다르다. 해외여행에서 돌아오면 김치를 더 많이 찾는다. 김치가 건강식품으로 알려진 다음 김치 사랑은 더욱더 깊어졌다. 중국인 가운데 김치를 알거나 먹어본 사람들은 베이징 등 대도시에 주로 살고, 서부지역이나 농촌 사람들은 잘 모른다고 한다. 더욱이 김치를 알거나 먹어봤다고 해서 김치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로부터 김치는 중국인의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고 보기 어렵다. 대중성의 관점에서 김치를 중식으로 보는 것은 수긍할 수 없다.

3)주체성은 ‘우리’ 음식인지 아닌지 구별하는 생각이나 태도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예를 들어 햄버거는 한국에서 현재성과 대중성이 있지만, 한국인들은 햄버거를 ‘우리’ 음식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한국인의 주체성을 만족시키지 못하기에 햄버거는 한식이 아니다. 한국인은 김치는 물론, 김치찌개, 김치볶음밥, 김치전도 ‘우리’ 음식이라는 주체성이 굳건하다. 이와 달리 중국인은 김치를 ‘우리’ 음식이라고 확신할 것 같지 않다. 실제로 김치를 최근에야 먹어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체성의 관점에서 김치를 중식으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4)고유성은 음식에 대한 어떤 국가나 민족의 독특한 ‘개성 더하기 창의성’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한국인은 한자문화권에 살면서도 한글을 창제한 독특한 개성과 창의성을 지니고 있다. 이 개성과 창의성은 김치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한국의 김치는 단순히 염장한 채소가 아니다. 잡균은 억제하고 발효는 촉진한, 영양성, 기능성, 저장성이 돋보이는, 독보적이고 창조적인 음식이다. 그러나 중국의 김치는 한민족인 조선족의 김치이지, 중국인 일반 대중의 고유한 김치가 아니므로, 중국인의 개성과 창의성이 들어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고유성의 관점에서 김치를 중식으로 보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이상 살펴본 것처럼 한국인은 김치의 현재성, 대중성, 주체성, 고유성의 네 가지 객관적 기준을 충족시키는 반면, 중국인은 현재성만을 충족시킬 뿐 다른 세 가지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따라서 김치는 한식이다. 김치는 결코 중식이 아니다.

요즘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음식 가운데 피자가 있다. 이탈리아인은 피자의 현재성, 대중성, 주체성, 고유성을 충족시킨다. 따라서 피자는 자타공인 이탈리아의 음식이다. 미국인은 신대륙 이주 초기부터 파이, 특히 애플파이를 무척 좋아했다. 하지만 미국인은 건국 이후 뒤늦게 이민 온 이탈리아인이 만든 피자를, 파이와 겉모양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이탈리아식 파이’라고 부르지 않고, 원래대로 ‘피자’라고 불렀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중국에서 김치를 ‘한국식 파오차이’로 부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피자는 피자, 파이는 파이이듯, 엄연히 김치는 김치, 파오차이는 파오차이다. 김치는 한식으로서 세계적 공인을 받은, 바로 그 김치(THE KIMCHI)임을 잊지 말자.

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