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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가상화폐 4년전 대폭락 악몽 또 오나? "이번에는 다를 것" vs " 거품 조정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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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가상화폐 4년전 대폭락 악몽 또 오나? "이번에는 다를 것" vs " 거품 조정 불가피"

비트코인 이미지. 자료=픽사베이이미지 확대보기
비트코인 이미지. 자료=픽사베이
가상화폐 시장이 요동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상한가와 하한가가 없는 암호화폐 거래의 특성 상 가격 변동은 언제던지 야기될 수 있다. 미국 뉴욕증시에서는 인도와 터키의 규제 그리고 미국 재무부의 돈세탁 조사설로 야기된 이번 가상화폐 파동이 2017년도 말부터 시작된 1년간의 대폭락과 같은 사태로 이어질 것인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2017년 당시 19000달러였던 비트코인 가격은 그해 말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2018년 말 4000달러까지 떨어졌다. 당시 비트코인 가격 폭락도 각국의 규제에서 부터 시작됐다. 그런 만큼 2017년부터 2018년까지의 대폭락 암흑기가 다시 올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반면에 코인베이스의 뉴욕증시 상장으로 가상화폐가 이미 제도권에 진입한 한 만큼 금융당국의 규제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가상화폐의 가격 예측은 쉽지 않다. 가격을 예측할 만한 기초 지표가 많지 않기 때문에 시뮬레이션을 통한 분석이 어렵다. 4년 전과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은 대규모 투자자들이 많이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뉴욕증시의 플립사이드크립토 연구소에 따르면 2% 미만의 사용자가 공급량의 95%를 점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투자자의 움직임이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기관투자자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많이 들어왔다는 점에서 2017년과 지금은 차이가 있다.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등은 고객들에게 암호화폐 자산 투자 상품을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한 것은 규제에 대한 불안 심리, 급등으로 인한 조정, 중국 일부 지역의 정전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이들이 여기에 어떻게 대응할 지가 변수이다. 또 각 국의 금융당국이 실제로 어떤 규제를 내놓을지도 관심이다.
터키 중앙은행은 이달 30일부터 암호화폐를 상품이나 서비스 결제수단으로 쓰는 것을 금지한다고 발표한 상태이다. 터키는 결제서비스 회사가 암호화폐 플랫폼과 관련한 거래를 하는 것도 못하게 했다. 인도 정부는 가상화폐를 소유만 해도 벌금을 매기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이 두나라의 규제는 단순한 엄포를 넘어 실행단계에 와 있다. 미국 재무부의 암호화폐를 이용한 자금세탁 단속도 여전히 변수이다. 재무부가 이에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는 않고 있으나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스타일로 불 때 돈세탁 조사를 할 수도 있다.

코인베이스 상장으로 지나치게 과열됐던 시장이 정상 궤도로 돌아갔다는 분석도 나왔다. 갤럭시디지털 창업자인 마이클 노보그라츠는 이번 가상화폐 급락에 대해 "시장이 너무 과열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조정이 불가피했다"고 평가했다. 코인베이스 상장을 앞두고 비트코인, 리플, 도지코인 등의 가격이 뛰었으며 너무 일방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최근의 가상화폐 투자 열풍은 코로나19 사태로 시중에 엄청난 유동성이 풀린 결과이다.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정상적인 경제운영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각국 금융당국이 규제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뉴욕증시의 자산운용사 ERShares의 에바 아도스 최고투자전략가는 "더 많은 규제가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상당히 큰 변동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매우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 와중에 영국이 중앙은행에 기반한 디지털 화폐 발행을 검토하고 나섰다.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은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대한 시범 업무를 위해 재무부와 영란은행(BOE)이 새로운 특별전담반(TF)을 출범한다"고 밝혔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의 지원을 받는 디지털 화폐를 사용하게 되면 개인이나 기업이 결제할 때 다른 기관의 중개 없이 은행 계좌를 통해 그대로 돈을 보낼 수 있으며, 기존 대출기관의 역할 역시 완전히 바뀔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낙 장관의 이 발표는 최근 하루 거래대금만 수십조 원을 기록하며 덩치를 키우고 있는 암호화폐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는 비트코인이 안정적인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또는 거래를 위한 효율적인 방법으로서 기능하지 못할 것이라며 화폐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 최초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중국은 최근 디지털 위안화의 역외결제 등을 위한 기술적인 문제를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주 현금의 디지털화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디지털화폐의 등장은 가상화폐에 또 한 번의 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

디지털 화폐가 가상화폐에 줄 영향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각국이 준비 및 검토중인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가 비트코인의 생존에 위협이 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체탄 아이아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여러 중앙은행들이 디지털 화폐 발행을 준비하고 있지만, 디지털 화폐와 비트코인은 각기 다른 쓰임새와 장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 둘은 공존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가 나오면 익명성을 전제로 하는 가상화폐는 더 이상 설 땅이 없어질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디지털 화폐가 발행되면 달러화 등 법정화폐와 연계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 코인은 큰 위협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중국 인민은행을 필두로 전 세계 중앙은행 가운데 86%가량이 자체적인 디지털 화폐 발행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온라인 간편결제 시스템이 가장 발달한 나라인 중국은 위안화의 국제화를 목표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맞춰 내년부터 디지털 위안화를 본격 유통한다는 계획이다. 가상화폐로서는 운명의 순간을 눈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