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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무지한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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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무지한 무시

제임스 홍 플랜비디자인 책임 컨설턴트
제임스 홍 플랜비디자인 책임 컨설턴트
무지는 알지 못하는 것이다. 무시는 알지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다. 무지함의 결과는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알지 못해 실수를 저지르고, 문제를 일으킨다. 상처를 주기도 받기도 한다. 때로는 무지했던 모습을 후회하게 만든다. 한 해를 돌아보면 후회되는 기억들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무지함으로 비롯된 결과는 대게 위안을 받기 쉽다. 누구나 처음에는 실수할 수 있다는 것과 몰랐으니 그럴 수도 있다는 위로는 꽤나 설득력을 가진다.

때로는 무지보다 무서운 것이 무시이다. 무시에는 행동에 대한 개인의 결정과 의도가 담기기 때문이다. 무지함으로 비롯된 실수가 개선되지 않으면 결국 실패하게 된다. 더 많은 질타를 받게 된다. 주로 중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의 행동은 용서받지 못한다. 범용적으로 우리 모두가 알고 있고 지켜야 하는 선을 넘었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에 있는 ‘양심’은 매일 우리가 이 선을 넘을 것인 것 말 것인지, 무시할 것인지 말 것인지 선택을 요청한다.
무시가 더 무서워지는 순간이 있다. 무시의 이유가 그릇된 신념에서 비롯될 때이다. 가령 쓰레기를 아무렇지 않게 길바닥에 버리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쓰레기를 아무 곳에나 버리는 것이 잘못된 것임을 알지만 내가 버리는 개인의 쓰레기가 어떤 문제도 일으키지 않는다고 믿는다. 쓰레기를 버리는 행동에 어떠한 양심의 가책이나 제약을 느끼지 못한다. 가장 경계해야 하는 사람은 책을 많이 읽는 사람도 안 읽는 사람도 아니다. 한권 읽은 사람의 신념과 철학이 가장 무서울 수 있다. 특히나, 무지한 사람이 한 가지 신념에만 강하게 사로잡힐 때가 있다. 이때만큼 무지와 무시가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직 기업에서도 무지한 영역과 무시되고 있는 영역이 있다. 인재 육성, 리더십, 조직문화의 영역이 그렇다. 소위 대기업 혹은 떠오르는 기업들의 얘기는 아니다. 이런 기업들은 더 많은 인재들에게 매력적인 곳, 일하기 좋은 곳, 성장할 수 있는 곳으로 보이기 위해 노력한다. 조직의 고용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오히려 교육과 조직문화와 같은 키워드를 강조한다. 하지만, 아직도 사람에 대한 투자에 인색한 조직이 있다.

사람들이 일하는 문화, 환경, 일하는 방식 등이 중요할 수 있다는 것에 무지하거나 그 사실을 무시하는 기업이 있다. 주로, 기업은 학교나 학원이 아니라는 신념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기술과 장비에 대한 투자에만 집중한다. 그러다가 결국 리더십의 부재와 그릇된 조직문화가 야기하는 수많은 문제 때문에 속을 썩는다. 교육과 육성을 통해 직원들의 가치를 더 높이는 것, 사람들을 이끌 리더를 키우는 것,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기업에게 중요하지 않다는 무지와 무시보다 무서운 것은 없다. 결국 조직의 생명을 앗아간다.

고객에게 전달되는 가치를 만드는 주체는 결국 ‘사람’이다. 기술을 진보시키는 것도 결국 ‘사람’이다.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의 문제는 ‘자본’으로 해결되기도 한다. 필요한 사람을 육성하기 보다, 때에 따라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가진 사람을 막대한 자본으로 고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단, 자본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이 리더십과 조직문화이다. 리더십과 조직문화를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투자뿐만 아니라 올바른 신념과 철학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사람과 문화가 변화하고 성장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신념을 가져야 한다. 이런 신념 없이는 단기간의 사람에 대한 투자가 결실을 맺지 못할 때 다시 무지와 무시의 영역으로 돌아선다. 예측할 수 없는 환경의 변화 속에서 변함없이 사람에 대한 신념을 지키는 철학 있는 기업이 되는 것을 한 해 동안 꿈꿔보는 것은 어떨까?


제임스 홍 플랜비디자인 책임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