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가 삼성전자와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생산을 위한 165억 달러(약 23조10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가운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현장을 지휘하겠다”며 전면에 나섰다.
그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은데다 지난 2분기 실적까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머스크가 다시 ‘현장 밀착 CEO’ 모드로 돌아온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30일(이하 현지시각) 벤징가에 따르면 머스크는 전날 X에 올린 글에서 “삼성의 거대한 텍사스 신규 반도체 공장이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 생산을 전담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계약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같은 글의 댓글에서 “진행 상황을 앞당기기 위해 내가 직접 생산 라인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과거처럼 현장 중심 경영으로 복귀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 정치·행정 역할 접고 다시 기업으로
벤징가에 따르면 머스크는 최근까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의 정치적 연대 속에서 ‘정부효율부’ 등 공공 영역에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번 발표는 다시 본업 중심으로 돌아가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그는 앞서도 X의 시스템 장애 사고 당시 “24시간 현장에 머물며 회의실·서버실·공장 등에서 잠을 자겠다”고 언급했으며 “아이들이 집에 없으면 일주일 내내 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머스크는 이번 삼성 계약 발표 이후에도 “앞으로는 X, xAI, 테슬라에 집중할 것이며 다음주에는 스타십 발사도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 실적 부진 속 ‘리더십 리셋’ 시도
머스크의 이같은 행보는 2분기 테슬라 실적 부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테슬라는 지난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 줄어든 데다 여러 지역에서 판매 부진이 이어지며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머스크는 이 같은 위기 속에서도 저가형 모델Y 출시를 예고했지만 기존 모델을 잠식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또 그는 5년 내 옵티머스 휴머노이드 로봇을 연간 10만대 규모로 생산하고 연말까지 미국 인구 절반이 로보택시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제시했다.
머스크가 강조한 또 다른 기술적 이정표는 스페이스X의 스타십 발사다. 그는 “다음 목표는 궤도상 추진체 연료 재보급”이라고 밝혀 우주사업 확대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