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후 6시까지 영업한다는 KB국민은행의 '9 to 6 뱅크'가 화제다. 전국 72개 지점에서 시행 중인 '9 to 6 뱅크'는 바쁜 업무시간, 은행 내점이 어려운 직장인이나 자영업자 사이에서 호평이다.
필자는 지난해 은행 영업점을 방문했다 코로나19로 은행 영업시간을 30분 단축한다는 입간판을 본 기억이 있다. 당시 불평과 함께 발길을 돌렸지만, 한편으론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필자만 해도 은행 방문이 몇 년만의 일이었다.
은행 입장에서도 방문고객 수가 줄어드는데 점포를 유지할 까닭이 없다. 시장 논리대로라면 은행 영업점 축소 현상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이런 효율성만이 답일까?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고 대부분의 업무를 모바일 앱이 대체해도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감이 필요한 영역은 사라지지 않는다.
일례로 필자의 지인은 몇 년전 주택담보대출을 받고자 여러 은행에서 비대면 상담을 받았지만, 한달 간 대출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결국 주변 지인의 성화로 은행을 직접 방문했고, 얼마 뒤 수억원대의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
이후 필자는 그에게 "그리 쉽게 결정할거면서 왜 그리 시간을 끌었냐?"고 타박했다. 그러자 그는 "조건은 맞았는데 확신할 수 없었다. 직접 설명을 듣고 나니 대출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고 멋쩍게 답했다.
KB국민은행이 내세운 '9 to 6 뱅크'가 유난히 반갑게 여겨지는 것은 어쩌면 효율을 당연시 여기는 요즘, 오히려 퇴보를 선택한 것이 아날로그적 향수를 불러온 탓일 것이다.
은행에게 점포는 곧 '비용'이다. 이를 감수하면서도 고객을 기다리고, 다가가는 '퇴보'는 고객입장에서 반갑다. 비록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지만, 은행 창구만큼은 고객들과 부대끼는 장이 되길 바란다.
신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o63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