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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대체육의 식품유형 설정에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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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대체육의 식품유형 설정에 앞서

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
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
가짜식품이란 식품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하여 가짜 원료를 사용하거나 참 원료를 사용한 것처럼 눈을 속여서 표시 사항을 허위로 표기하는 식품을 말한다. 영세한 중소기업체나 원료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공급업체들이 가짜식품을 제조하는 경우가 있다. 최근 일부분만을 혼합하여 복잡한 공정을 거치는 경우 이를 찾아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믿고 사용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홍삼농축액에 수입 홍삼을 사용하거나 더덕이나 도라지 추출물을 혼입하고 조청을 첨가하여 9번 증자를 반복하기 때문에 국내산 홍삼으로 만든 홍삼농축액으로 속여 파는 예가 바로 그것이다. 가짜식품의 예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2000여 년 전에도 3개 대륙이 농산물을 거래했던 레바논에서도 있었다고 한다.

가짜식품 외에도 모조식품, 인조식품 또는 인공식품, 최근에는 대체식품 혹은 대용식품이란 용어들이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원료의 일부를 다른 원료를 사용하여 이미 활용되어 왔던 제품과 대체할 수 있다는 개념에서 출발했으나, 최근에는 이에 대한 정의를 보다 명확히 하고 경계를 정확히 설정하였으면 하는 요구들이 있다. 기존의 제품을 생산해 왔던 업체 입장에서는 충분히 요구할 만한 사항이며, 또한 새로운 신제품을 출시해 보고자 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꼭 그런 원료만을 사용해야 하느냐 하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두 주장이 모두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식품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가구들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하지만 기계의 발명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새로운 창의적인 제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조금씩 대체되고 바뀌어 편리성, 효율성 등 새로운 기능이 갖추어질 때마다 대체품이라는 생각보다는 새로운 발명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휴대폰의 기능이 이것저것 합쳐서 오늘날 우리들이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은 과거의 공중전화기와는 전혀 다른 컴퓨터의 역할마저 수행하는 편리한 기구로 바뀌어 왔다. 하지만 이를 두고 대체컴퓨터라고 부르지 않는다.

식품 분야에서는 유난히도 대체우유, 대체버터, 대체육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물론 콩을 이용하여 우유를 만든 두유를 두고 지금은 대체우유라는 말이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식물성 기름으로 만든 버터의 일종인 마가린을 두고 대체버터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냥 새로운 식품 유형을 만들어 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최근 소개되기 시작한 대체육이라는 표현이 오히려 소비자들에게는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미국의 경우 상품명을 ‘기존의 육류고기를 뛰어넘은 것(beyond meat)’, ‘불가능한 버거(impossible burger)’라고 표시하였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소비자들의 판단에 맡기고 다만 FDA는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것인가에 초점을 두어 관리를 한다. 조직배양을 행한 육류는 배양육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편리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으나 그렇다고 새로운 유형의 카테고리를 설정해 나간다면 식품공전에는 수많은 식품 유형이 자리를 잡게 될 것이다.

새로운 유형의 카테고리를 명확하게 설정하여 주는 것이 식품업체들에게는 편할 수 있을는지 모르나 사실 경계라는 것이 칼로 무엇을 자르듯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반도체가 나노미터로 만들어지는 오늘날 몇 나노미터에 해당하는 것을 어떤 카테고리로 설정한다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제품이 창출될 때마다 새로운 유형을 자꾸만 만들어 나간다면 이를 관리하는 면에서 매우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다.

식품 유형에 대해서는 포괄적으로 관리하고 식품의 안전에 대해서는 보다 철저한 방식으로 관리하는 방향이 식약처가 나아가야 할 길이 아닐까 싶다.


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