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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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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입니다

김아름 플랜비디자인 수석컨설턴트
김아름 플랜비디자인 수석컨설턴트
운동 강도를 높이기 위해 얼마 전부터 집 근처 호수공원에 가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러닝용 운동화를 신고 나가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해주는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트랙을 달리다 보면 어느새 30분 정도가 훌쩍 지나 있다. 처음부터 달리기를 하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학창 시절부터 계주선수로는 나갔어도 체력장 장거리는 늘 하위권일 만큼 지구력이 약했다. 그래서 성인이 된 후에도 꾸준히 각종 운동을 즐기면서도 러닝은 못한다고 생각했었다. 공원을 걸을 때도 가끔 답답할 때 한 바퀴 정도 뛰다 걷기만 할 뿐, 그 이상 엄두를 내본 적은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트랙 세 바퀴만 돌자고 마음을 먹고 달리기 시작했다. 첫 번째 바퀴를 다 돌 때쯤 역시 숨이 턱에 차 그만두고 싶었다. 하지만 고통을 참고 내달렸다. 내 몸이 아닌 것처럼 이 고통은 지나간다 되뇌며 두 바퀴 세 바퀴 지날 때쯤, 몸이 달리는 상태에 적응하는 게 느껴졌다. 숨이 가쁘면 걷는 속도로 천천히 달리고 페이스가 올라오면 다시 속도를 내며 달리는 게 가능해졌다. 이게 달리기의 맛이구나, 그때 처음 느꼈다.
지금은 한 번 달리기를 시작하면 쉬지 않고 5~6㎞를 달린다. 필자의 속도와 페이스를 익혀가며 적절하게 강도를 조절하는 실험을 해보는 중이다. 그때 멈추었더라면, 한 바퀴를 더 돌지 않기로 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지금보다 더 긴 시간 동안 달리기를 못하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정의했을 것이다. 안 될 것이라고,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을 해보기로 마음먹고 시도해볼 때 의외의 결과를 얻게 된다는 걸 이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좀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 달리기와 관련된 책을 하나둘씩 사서 읽고 러너용 운동화를 고른다는 건 필자의 인생에서 아주 크고 재미있는 변화다.

많은 기업의 리더들을 만나면 가끔 이런 말들을 듣곤 한다. ‘이게 될까요?’, ‘안 하던 짓 하면 왜 그러느냐 의심받아요’, ‘갑자기 신입 구성원들에게 말 걸면 더 불편해할 텐데요’, ‘전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 것 같아요’라는 것들 말이다.

사회심리학적으로 ‘부작위 편향(omission bias)’이라고 이름 붙이는 현상이 있다. 어떤 행동을 함으로 인해 생기는 손실이, 하지 않을 때 생기는 손실보다 더 크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행동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무턱대고 숙고 없이 안 하기로 결정해 버리거나, 해야 할 일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을 ‘행동 편향(action bias)’이라고 부른다. 이는 어떤 상황이 낯설고 불분명할 때 가만있는 것과 비슷하거나 더 나쁜 결과가 나오더라도 행동해보는 게 낫다는 믿음이다. 어느 한쪽도 좋다거나 나쁘다고 분명하게 말하기는 어렵다. 무모한 결정이지만 예상외로 잘 풀렸던 경우도 있고, 심사숙고하며 액션을 미루었을 때 더 중요한 걸 발견하기도 한다.

HR업계에서 일하면서 수많은 직장인들과 리더들을 만나고 관찰하며 느끼는 바가 있다. 조직은 상호적이고 유기적인 곳이기 때문에 임직원들은 대부분 관계적인 측면의 고민을 더 크게 안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세상은 급격하게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소통의 중요성, 피드백 스킬 등에 대한 교육 수요가 많다. 교육을 통하지 않더라도 필요한 정보는 찾으면 넘치는 게 요즘 시대인데, 교육의 주제는 큰 변함없이 여전히 머물러 있는 것만 같다. 특히 교육 시간에는 몰입하더라도 교육장을 벗어나면 배운 내용을 모두 몰랐던 것처럼 리셋하거나, 이전에 비해 변화가 없는 경우가 더 많다. 교육 내용의 문제가 아닌 이상, 이는 행동으로 옮길 만한 큰 동기부여를 스스로 갖지 않거나 혹은 이상적인 말이라며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우일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매년, 매 분기 좋은 교육을 받고 나서도 현업에 적용해보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다. 이때 우리는 행동 편향보다 부작위 편향을 더 많이 선택하는 듯하다.

그러나 소통이든 피드백이든 리더십이든 이것은 모두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다. 소통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말을 건네보는 것이다. 리더십도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시도하고 개발하는 것이다. 나를 알고 상대방을 알아가는 그 지난한 과정을 통해 더 나은 내가 되고, 소통이 열리고 존경받는 리더가 되는 것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이 이론은 역시 나에게 맞지 않아’, ‘저 친구랑은 말이 안 통해’라고 낙인찍고, 숨이 조금 찬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지금보다 나아지는 것은 없다.

충분히 해봤는데 안 된다면, 어쩌면 아직도 당신의 생각만큼 충분하지 않았거나, 그 방법이 맞는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그러니 오늘 한 바퀴를 더 달리고, 오늘 한 가지를 더 시도해보고, 오늘 그에게 한 마디를 더 건네보자. 해보지 않으면, 내가 얼마나 잘 달리는지 알 수 없으니까.

김아름 플랜비디자인 수석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