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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칼럼] 경부 고속도로와 포니, 그리고 디자인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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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칼럼] 경부 고속도로와 포니, 그리고 디자인 혁명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

대한민국의 근대화·산업화를 이끌면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성공적으로 뒷받침하고, 한강의 기적을 앞당긴 것은 1970년 7월 7일 개통된 경부 고속도로이다. 이는 기차로 12시간, 기존 도로는 15시간이 걸리던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이동 시간을 4시간 30분대로 단축했다.

1967년 당시 1인당 국민소득 142달러에서 의식주도 해결하기 어려운 시절, 자본·기술·장비 등 제대로 갖춘 것이 하나도 없었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독일 경제 부흥의 실핏줄인 '아우토반'을 직접 보고 난 뒤, 도로 총연장 428㎞의 경부 고속도로 건설 계획을 공표했다.

국가 예산 24%인 430억원을 투입하는 국책사업이었기에, 자동차 등록 대수 5만 대에서 다양한 이유로 정치권·언론·학계는 극렬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산업구조가 경공업·농업 중심에서 중화학 공업과 수출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경제 발전과 현대화·도시화로 이어졌다.

현대 정주영 회장은 고속도로 개통으로 전국이 일일생활권으로 되고, 현대화·도시화를 촉진해 여가문화 시대가 열릴 것을 예측했다. 동생 정세영 회장을 통해 이탈리아 디자이너인 조르제토 주지아로에게 제안해, 1976년 북한과 일본은 물론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 최초 모델이 ‘포니’다.

한국 대표기업인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가 2019년 3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디자인 박람회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 참석했다. 세상 변화에 민감하고 개성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사용자 경험 취향을 따라잡지 않고선 기업의 미래가 없다는 의미이다.

삼성전자는 2005년 이건희 회장이 ‘밀라노 선언’을 한 뒤 매년 참석하지만, 23년 만에 재해석한 디자인 철학을 선포했다. 자사의 디자인 철학인 “대담하라. 영혼과 교감하라”는 주제로 전시했다. 기존에는 “사용자에서 출발해 미래를 담아 낸다”는 디자인 철학을 표방했다.

현대차는 2015년 이후 4년 만에 참석했다. 2013년 디자인 철학 ‘Fluidic Sculpture(유체 조각)’을, 2015년엔 ‘Helio Curve(힐리오 곡선)’, 2019년엔 고객 스타일에 맞춘 공간과 하드웨어, 인간의 창조적 생활방식을 구성한 ‘Style Set Free(스타일 무료)’가 주제였다.

제4차 산업혁명은 소비자 구매 패턴의 변화에서 시작되었다. 단순히 제품 성능과 기능이 아닌, 외형적인 특성까지 고려한 빅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인터넷, 무인 운송수단, 3차원 인쇄, 나노 기술 등이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된 새로운 기술 혁신이다.

자동차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성능과 안전이지만, 자율주행차, 무인 자동차 등 기술혁명에서는 디자인이 중요하다. ‘더 빠르게’, ‘더 많이’, ‘더 편하게’ 구호가 지구와 인간을 병들게 할 뿐이고, 경쟁으로 얻을 수 있는 건 불확실한 미래뿐이라고 주장하지만, 소수 의견이 되었다.

미래 자동차 산업에도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기술이 수요 중심의 플랫폼과 만나 유인 드론의 시대까지 아우르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특히 미래 자동차는 열교환 통풍구 등 공간 활용에서 새로운 ‘판도라 상자’를 주목하면서, 디자이너들의 창조적 역할이 주목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이번 달 7일 서울 강남 현대모터스튜디오 '포니의 시간' 전시 오프닝 행사에서 주요 임원, 계열사 사장, 원로까지 총출동해 47년 전 할아버지가 만든 위대한 업적을 기리고, 향후 기업의 존재 이유와 지향점을 고민하는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소비자 심리, 참여도 측정에 시급을 다투고 있다. 급속충전 인프라 투자와 디자인의 조형미, 내비게이션, 영상 및 음향 시스템, 실내 조명·소재와 유지보수, A/S 등에서 차별화한 경험과 새로운 서비스로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있다.

새로운 산업혁명에서 새로운 기술과 디자인의 혁신적인 변화들은 인류의 생활을 풍요롭게 만들고, 새로운 가치에서 동기를 부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능화하는 공급망 시스템에 융화되고 ‘풍요의 역설’은 계속하면서, 협업으로 새로운 가치의 차별화를 만들고 있다.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