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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리더의 불안은 조직을 잠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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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리더의 불안은 조직을 잠식한다

김아름 플랜비디자인 수석컨설턴트
김아름 플랜비디자인 수석컨설턴트
불안이란 인류가 가진 보편적인 감정이자 평생을 조절해야 하는 숙제와 같은 부분이다. 아주 오래전 생존을 위협하는 야생의 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본능에서 출발해 현대의 불안은 아주 다양한 이유와 증상들로 찾아오고, 또 그 존재감을 과시한다. 불안은 개인 내적인 요소에 의해 심화되기도 하지만 전 세계가 연결돼 있는 현대사회에서는 사회적인 이슈와 함께 숨어있던 얼굴을 드러내기도 한다. 특히 2010년대에는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불확실성의 시대, 곧 ‘우리는 미래에 어떻게 될 것인지 아무것도 알 수 없다’라는 화두가 떠올랐다면 2020년대 들어서는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 등으로 불안을 자극하는 요소들에 관한 정보가 세상을 도배하고 있다.

한 개인이 불안을 인지하고 성숙한 방어기제를 통해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면 정상적으로 건강하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지만, 고통스러운 상황은 이 불안이 개인의 통제 능력을 벗어날 때, 그리고 거기에 원시적인 방어기제가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때 발생한다. 이 불안을 조절하지 못해 외부로 표출되는 방식으로 해소가 된다면 당연히 가까운 사람이나 가족,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가장 큰 여파를 미치게 된다.
조직의 리더는 구성원보다 불안을 먼저, 기민하게 느낄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만약 어떤 조직의 리더가 불안을 감지했다면, 그리고 그 불안을 잘 조절하고 통제하여 긍정적인 방향으로 표출한다면 어떨까? 그는 미래에 다가올 위험에 꼼꼼하게 대비하고, 그 일에 대한 시나리오를 다양하게 그려보며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반면 불안이 심하고 적절하게 조절하지 못하는 리더가 있는 조직은 어떨까? 그 리더는 어떤 방식으로 일하게 될까? 눈에 띄는 현상으로 크게 세 가지 정도를 먼저 얘기해볼 수 있겠다. 첫째, 지나친 통제를 일삼을 수 있다. 불안을 조절하기 위한 원시적 방어기제로서 통제욕이 작동하여 본인이 관리하는 조직 내 모든 정보와 의사결정 상황에 개입하거나, 구성원들의 성과를 압박하고 일하는 방식에도 지나치게 간섭할 수 있다. 심지어 본인이 원하는 방식대로 업무를 컨트롤하기 위해 마이크로매니징을 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이렇게 되면 구성원은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권한을 빼앗겼다고 느끼고 자신에게 전가되는 리더의 불안으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게 된다. 둘째, 안정적인 상태를 지향하며 새로운 도전을 꺼리게 될 수 있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모호함으로 인한 불안이 현재 상태에 안주하게 하며 다른 시도로 인해 생기는 리스크를 감당하지 않으려는 자세를 취하게 할 수도 있다. 혁신을 꾀하며 조직과 사업을 이끌어가야 할 리더에게는 취약점이 아닐 수 없다. 셋째는 리더 개인의 심리적 소진이다. 불안이 관리되지 못하고 성숙한 방어기제의 표출로써 관리되지 못하면 병리적으로는 신경쇠약에 이를 수 있으며 하루에 수도 없이 찾아오는 불안요소들로 인해 사고가 왜곡되거나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등 신체적·심리적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다면 리더가 불안을 적절하게 조절하고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첫째, 세상은 알 수 없는 모호함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먼저 받아들이는 것이다. 성경의 인물 다윗이 지은 시편에 이런 구절이 있다. “…자리에 누워 심중에 말하고 잠잠할지어다.” 이는 어떤 상황에 즉각 반응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으로 대응하려 하기보다는 일단 호흡을 고르고 상황을 주시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조직의 리더가 맡은 역할 때문에 옳고 빠르게 문제해결과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때로는 응급상황이 아닌 이상은 현상을 신속하게 진단하고 다음 스텝을 밟으려는 인지 종결의 욕구를 해결하기보다 불안을 느끼더라도 모호한 상태를 견디며 상황을 차갑게 주시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둘째, 취약성을 드러내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원시적인 방어기제를 사용하며 이를 회피하려는 리더는 자신의 불안을 구성원들이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구성원들은 일상적으로 이 리더의 불안을 감지하며 큰 영향을 받고 있다. 그래서 오히려 조직의 상황을 분명하게 공유하고 구성원들에게 걱정되는 부분들이나 도움을 받아야 할 부분들을 놓고 대화하며 리더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셋째, 성숙한 방어기제를 활용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불안에 대처하는 방어기제로서 원시적인 방략을 쓰면 이는 투사, 부정, 주지화 등으로 나타나지만 성숙한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사람은 유머, 금욕, 이타주의, 승화 등 건강한 방식으로 불안을 조절한다. 나에게 효과적이고 적응적인 방어기제가 무엇인지 찾아보고, 이를 잘 사용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불안이 통제 밖에 있다고 느낄 정도로 고통받고 있다면 의료적인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는 리더 개인이 자신을 챙겨야 할 책임을 넘어 조직적인 차원에서 리더 및 구성원들을 관리하며 서포트를 해야 하는, 제도적이고 경영적인 차원의 이슈이기도 하다.

“적당한 불안은 우리의 친구”라고 보스턴대 불안장애센터 창립자 데이비드 발로가 얘기했다. 리더들에게 이 불안이 객관적으로 인지되고 수용되며 궁극적으로는 성숙한 방식으로 조절될 때, 불안은 어느새 평안으로 이름을 바꾸어 그 얼굴을 드러낼 수도 있지 않을까.


김아름 플랜비디자인 수석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