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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중국 수출통제 "갈륨·게르마늄 대란"…뉴욕증시 반도체 관련주 날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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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중국 수출통제 "갈륨·게르마늄 대란"…뉴욕증시 반도체 관련주 날벼락…

미-중 무역전쟁 2라운드 필라델피아 지수 휘청…인텔 엔비디아 TSMC 삼성전자 SK 하이닉스 영향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이미지 확대보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미국 뉴욕증시에서 반도체 관련주들이 날벼락을 맞고 있다. 중국 수출통제법 발동으로 "갈륨·게르마늄 대란"이 우려되면서 뉴욕증시에는 반도체 공습주의보가 내려졌다. 미·중 무역전쟁 2라운드로 본격화 되면서 반도체 필라델피아 지수가 휘청하고 있는 것이다. 인텔, 엔비디아, TSMC,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도 그 영향권에 들고 있다. 뉴욕증시 뿐 아니라 일본증시와 코스피, 코스닥도 비상이다.

5일 뉴욕증시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수출통제법, 대외무역법, 세관법 등 규정에 따라 갈륨과 게르마늄 등 30개 품목에 대해 허가 없이 수출할 수 없도록 하되 수출 통제 대상은 현재로선 특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그러면서도 국가 안보와 이익을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수출 신청은 행정부 격인 국무원의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갈륨·게르마늄의 용도를 볼 때 중국의 수출 통제가 본격화하면 관련 분야 산업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 자명해 보인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수년 전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을 떠올리게 한다. 희토류 생산과 공급을 장악했던 중국이 이를 무기로 국제사회를 압박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2014년 세계무역기구(WTO)에서 희토류·텅스텐·몰리브덴에 대한 중국의 수출 제한이 국제 무역 규칙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끌어낸 바 있다. 중국을 전 산업 분야에서 배제하는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을 시도해온 미국이 유럽 등의 이견을 고려해 디리스킹으로 대응 강도를 낮췄음에도 이에 맞서기 위해 이번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8월 1일부터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나선 건 다분히 미국과 서방의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을 겨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첨단 반도체 산업 굴기를 차단하겠다는 압박에 그냥 당하지는 않겠다는 의지가 배어 있어 보인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중국 방문(6∼9일)을 염두에 두는 듯하다. 중국이 다른 희귀금속 공급 통제 카드도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보다.

갈륨·게르마늄은 반도체 칩 제조와 통신과 군사 장비용 반도체에 두루 쓰인다. 은빛 금속인 갈륨은 전송 속도와 효율을 높이기 위한 화합물 반도체, TV와 휴대전화 충전기, 태양광 패널, 레이더, 전기차에 주로 사용된다. 갈륨비소(비소화합물)는 실리콘보다 열과 습기에 강하고 전도성이 높아 고성능 반도체 소재로 선호된다. 광택이 나는 회백색 금속인 게르마늄은 광섬유 통신, 야간 투시경, 인공위성용 태양전지의 핵심 소재다. 일반적으로 자연 상태에서 발견되지 않으며, 아연·알루미늄 등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소량 생산된다.

중국은 갈륨과 게르마늄 생산·공급을 사실상 독점한다는 점이다. 중국이 갈륨과 게르마늄 세계 공급량의 각각 94%, 83%를 차지한다고 전했다. 외신은 중국이 옐런 미 재무장관의 중국 방문 직전에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낸 데 주목한다. 지난달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양국 갈등과 대립이 일단 '봉합'된 상황에서 옐런 장관의 방중을 통해 본격적으로 경제 문제를 논의하기에 앞서 미국의 디리스킹에 대한 태도 변화를 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미국이 디리스킹으로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접근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자 중국 역시 반도체 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며 맞서고 있다.

앞서 미국은 2019년 5월부터 중국의 5세대 이동통신(5G) 기술의 대명사인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겨냥해 5G용 반도체 칩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고, 이젠 4G용 반도체 수출도 차단할 기세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작년 8월 반도체 산업 발전과 기술적 우위 유지를 위해 모두 2천800억 달러(약 368조원)를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한 반도체법(CHIPS Act)에 서명했으며, 이 법을 통해 투자 대상에서 중국을 철저히 배제했다. 미국은 작년 10월 첨단 반도체 생산 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중단한 데 이어 네덜란드 ASML과 일본 니콘 등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수출 통제에 동참하도록 조치했다. 한국·대만·일본과 함께 중국을 뺀 반도체 공급망 협력 대화인 '칩4'를 주도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 5월 21일 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의 제품이 심각한 보안 위험을 초래한다며 관련 제품 구매를 중지시킨 데 이어 이번에 갈륨·게르마늄 통제라는 공세적 조치를 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바이든 미 행정부의 반응이 주목된다. 중국 상무부의 발표에 미국 상무부는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바이든 미 행정부는 최근 몇 년 새 미·중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미국·서방 대 중국·러시아' 구도의 신냉전 심화 우려가 커진 탓에 '상황 악화' 방지를 위해 중국과 대화에 나서고 있지만, 기존 대중 정책의 핵심인 디리스킹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중국이 중간 선거를 앞둔 바이든 행정부를 압박할 목적으로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갈륨 게르마늄 국가별 생산 비중. 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갈륨 게르마늄 국가별 생산 비중. 연합뉴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는 4일(현지시간) 중국이 첨단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갈륨과 게르마늄의 수출통제에 나선 것과 관련해 "중국이 칼을 뽑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날 광물·화학·에너지 노동조합이 개최한 화학산업 전환과 관련한 콘퍼런스에서 "만약 이 조처가 리튬 등으로 확산할 경우 독일은 전혀 다른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매체 차이신은 세관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중국 갈륨 생산품의 최대 수입처는 일본·독일·네덜란드, 게르마늄 생산품의 최대 수입처는 일본·프랑스·독일·미국이라고 전했다. 독일 하베크 부총리는 "우리는 지난 수년간 일정 정도 생산 주권을 지키는 게 에너지·경제안보를 의미한다는 것을 배웠다"면서 "문제는 우리가 생산에 대한 노하우와 일정 비중의 생산시설을 보유하는 게 가치가 있다고 보느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내주로 예정된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의 방중 일정이 중국 측의 취소 통보로 무산됐다. 나빌라 마스랄리 EU 대변인은 중국측으로부터 내주로 예정된 날짜가 더이상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보렐 고위대표는 앞서 지난 4월 방중해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동할 예정이었으나 당시 코로나19 감염으로 연기된 바 있다. 중국이 지난주 EU 정상회의에서 '대(對)중국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이 거론된 것에 우회적 불만을 표출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EU는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중요한 무역·경제 파트너로 규정하면서도 "공급망을 포함해 핵심적인 의존성과 취약성을 계속해서 줄여나가고, 필요하고 적절한 경우 위험 요인을 제거하고 다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을 향해 "러시아가 침략 전쟁을 중단하고, 즉각 완전하고 조건 없이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도록 압박할 것을 촉구한다"고 명시했다.

미국은 독립기념일 공휴일이다. 독립기념일이 끝나면 미국의 입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뉴욕증시는 하반기 첫 거래일을 맞아 독립기념일 연휴를 앞두고 소폭 상승했다. 테슬라 주가가 7% 가까이 오르면서 시장의 강세 분위기가 유지됐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0.87포인트(0.03%) 상승한 34,418.47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5.21포인트(0.12%) 상승한 4,455.59로,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28.85포인트(0.21%) 오른 13,816.77로 마쳤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