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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흑해곡물협정 종료 "식량 인플레 대란"…뉴욕증시 암호가상화폐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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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흑해곡물협정 종료 "식량 인플레 대란"…뉴욕증시 암호가상화폐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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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시아 대통령 국정연설 모습
[김박사 진단] 흑해 곡물협정 종료 식량 인플레 대란…뉴욕증시 암호가상화폐 비상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끝내 흑해곡물협정 "연장 거부"를 선언하면서 뉴욕증시 비트코인에는 식량 먹거리 인플레 비상이 걸렸다. 뉴욕증시는 물론이고 달러환율 국채금리 국제유가 금값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가상 암호화폐도 흑해곡물협정 "연장 거부"를 주목하고 있다. 뉴욕증시에서는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 종료를 선언하면서 세계적인 식량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 중에도 국제 곡물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버팀목이 돼 온 이 협정이 연장없이 이대로 파기될 경우 기아·식량 불안 상태에 놓인 저개발국을 중심으로 수억명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식량 가격이 치솟을 경우에는 그동안 고금리를 통한 물가안정 노력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

18일 뉴욕증시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흑해곡물협정의 데드라인이 이날이었다며 "불행히도 러시아 관련 사항이 이행되지 않아 오늘부터 협정이 종료됐다"고 밝혔다. 흑해곡물협정에 따른 곡물 수출은 16일 우크라이나 오데사 항구를 떠난 곡물선을 마지막으로 끊길 전망이다. 흑해곡물협정은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선박이 흑해를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하고, 러시아는 농작물과 비료 수출을 보장받는 것이 골자다. 흑해곡물협정은 또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공동조정센터(JCC)를 두고 곡물선이 무기 운송 등 다른 용도로 쓰이지 않는지 검사하는 등 수출입 절차 전반을 관리하도록 했다. 2022년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 아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이 협정을 체결하면서 농업대국인 우크라이나는 전쟁 중에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농산물을 수출할 수 있게 됐다.

우크라이나는 밀, 보리, 해바라기유, 옥수수 등의 주요 수출국으로 특히 전 세계 밀 수출량의 1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흑해곡물협정이 체결되면서 한동안 급등하던 국제 식량 가격도 진정됐다. 작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우크라이나의 주요 수출경로이던 흑해 항로가 봉쇄되면서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던 국제 농산물 가격은 협정 체결 이후 전쟁 이전의 평상 수준을 되찾았다. JCC에 따르면 흑해곡물협정 발효 후 우크라이나가 수출한 곡물 등 농산물은 3천290만t(톤)이다. 이 가운데 절반이 개발도상국에 수출됐다.

유엔은 흑해곡물협정으로 공급이 안정화하면서 국제 곡물 가격이 20% 이상 하락했다고 보고 있다. 이집트, 레바논 등 수입 식량에 의존하는 개발도상국들에 큰 도움이 됐다고 보고 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흑해곡물협정 이후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72만5천t을 에티오피아, 아프가니스탄, 예멘 등 기근과 분쟁으로 기아에 허덕이는 최빈국에 구호 원조로 전달했다. 우크라이나는 WFP가 식량원조용 농산물을 조달하는 국가 중 2위에 해당한다. 국제구조위원회(IRC)가 흑해곡물협정을 두고 "가장 심각한 식량 불안 상태에 놓인 79개국 3억4천900만명에게 생명줄과 같다"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 5개 유엔 산하 기구들은 최근 발간한 식량 안보·영양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굶주림에 직면한 세계인구는 평균 7억3천500만명, 식량을 제때 공급받지 못하는 인구는 24억명에 달한다고 보고했다 .흑해곡물협정이 이대로 파기될 경우 이러한 취약층이 가장 큰 위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에 복귀할지는 불투명하다. 러시아는 자국 농산물과 비료 수출 관련 사항이 이행되면 흑해곡물협정에 복귀하겠다고 여지를 남기고 있다. 러시아는 자국 은행 등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농산물과 비료 수출에 걸림돌이 된다면서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등은 그러나 러시아산 농산물과 비료 자체는 제재 대상이 아니며 수출도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요구는 '생트집'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러시아의 밀 수출량은 2022∼2023 무역연도에 4천550만t에 달했다. 2023∼2024년에는 사상 최대치인 4천750만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바로 이런 점을 들어 뉴욕증시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세계 식량사정을 볼모로 흑해곡물협정과 같은 기존 합의들을 파기하겠다고 위협하는 '전투외교' 행보를 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전쟁 중에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곡물을 수출할 수 있도록 한 흑해곡물협정의 사실상 종료를 발표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의 요구가 수용될 경우 협정에 즉각 복귀할 것이라며 협상을 위한 여지도 남겼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푸틴 대통령의 결정으로 "흑해곡물협정은 오늘부터 효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앞서 밝힌 대로 협정의 데드라인은 17일(오늘)"이라며 "불행히도 러시아 관련 사항이 아직 이행되지 않았고, 따라서 협정이 종료됐다"고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날 우크라이나에서 점령 중인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크림대교에 대해 벌어진 공격은 이번 협정 종료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협정에 대한 입장을 이번 사건 이전에 이미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7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흑해에서 곡물 수출선의 안전을 보장하는 흑해곡물협정을 맺었다. 러시아는 자국 농산물과 비료의 수출을 보장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협정을 탈퇴할 수 있다고 위협해왔다. 협정은 지난 5월 17일 3번째로 연장된 뒤 이날 2개월의 기한이 만료될 예정이었다. 러시아는 이전에도 우크라이나의 공격이나 협정 이행 여부 등을 문제 삼아 여러 차례 협정을 중단시킨 적이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의 흑해함대를 공격했다면서 협정 참여를 중단했다가 복귀한 바 있다. 지난 4월과 5월에도 러시아가 선박 검사를 거부하면서 협정 이행이 수일간 중단된 적이 있다.

러시아는 크림반도와 본토를 잇는 크림대교가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현지 매체 영상에서 끊어진 경간이 확인된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이날 벌어진 크림대교 공격 사건에 대해 보고받은 뒤 교량 복구를 지시했다고 전했다. 미국과 영국이 이번 공격에 가담했다는 러시아 외무부 발표에 대해선 "우리는 누가 이번 공격의 배후에 있는지 알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협력이 얼마나 깊은지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의 핵심 보급로 역할을 해온 크림대교에서는 지난해 10월에도 대규모 폭발이 발생해 한때 통행이 중단됐다가 올해 2월에야 차량용 교량이 복구된 바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러시아가 유엔과 튀르키예 등 국제사회 중재 노력에도 사실상 흑해곡물협정 종료를 발표한 것을 강력히 규탄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오후 트위터를 통해 이같이 밝힌 뒤 "EU는 전 세계 취약층을 위한 식량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른바 우크라이나의 농산물이 동유럽 EU 회원국을 경유해 제3국에 수출될 수 있도록 한 이른바 'EU 연대 회랑'(EU Solidarity Lanes)을 통한 수출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전화회의에서 "러시아가 앞서 밝힌 대로 협정의 데드라인은 17일(오늘)"이라며 "불행히도 러시아 관련 사항이 아직 이행되지 않았고, 따라서 협정이 종료됐다"고 밝혔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