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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시진핑 방주불초(房住不炒) 공동부유(共同富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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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시진핑 방주불초(房住不炒) 공동부유(共同富裕)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김박사 진단] 비구이위안 디폴트와 시진핑 방주불초(房住不炒) 공동부유(共同富裕)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김박사 진단] 비구이위안 디폴트와 시진핑 방주불초(房住不炒) 공동부유(共同富裕)
비구이위안 디폴트로 촉발된 중국의 부동산 위기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뉴욕증시와 비트코인도 흔들리고 있다.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에 이어 뉴욕증시에서 에버그란데로 불리는 헝다(恒大) 마저 미국 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다. 헝다는 막대한 차입금과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중국 경제에 부동산 위기를 촉발한 장본인이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사 비구이위안은 최근 만기인 달러 채권 2종의 이자 2250만달러을 지불하지 못했다. 유예기간 30일 안에 이자를 내지 못하면 디폴트를 맞게 된다. 비구이위안은 2017~2022년 매출 기준 중국 1위 부동산 개발업체다. 신규 주택 판매 기준으로는 지난해까지 5년 연속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큰 회사가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들면서 현금을 확보하지 못하자 구멍이 연쇄적으로 번지게 됐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1998년 주택상품화 이후 부동산 가격 상승에 힘입어 빠른 판매, 높은 프로젝트 회전율 등의 선순환을 등에 업고 엄청난 고도 성장을 누렸다.
중국 부동산의 고도성장에 쐐기를 박은 것이 이른바 시진핑의 방주불초(房住不炒)이다. 2016년 12월 중국 베이징에서는 한해의 경제 운영을 평가하고 다음 해의 경제정책 기조를 정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와 중앙·지방의 고위 관료, 대형 국영 기업 대표 등이 참석했다. 당시 회의에서 가장 민감하게 다뤄진 사안은 부동산 정책이었다. 공산당 지도부는 주택 시장의 안정적이고 건전한 발전을 촉진할 것을 제안했다. 이 자리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집은 거주하는 곳이지 투기하는 곳이 아니다"라는 뜻의 방주불초(房住不炒)를 언급했다. 당시 시진핑 발언의 중국어 원문은 "房住不炒是指房子是用来住的,不是用来炒的。由2016年年底的中央经济工作会议首次提出"이었다.

시 주석이 언급한 ‘방주불초’는 이후 중국 부동산 정책의 대원칙이 됐다. 2016년 중앙경제공작회의 방주불초는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 중앙경제공작회의 등 각종 회의의 발표문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2019년부터 매년 4월과 7월의 중앙정치국 회의 발표문에는 우요 포인트로 포함됐다. 중국 당국은 이 원칙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며 투기 단속 등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을 밀어붙였다. 2017년 당시 중국 인민은행장이었던 저우샤오촨이 “차입금 등 레버리지에 의존하는 형태의 부동산 버블은 결국 끝날 것”이라고 경고했을 정도다. 2021년 8월 시진핑 주석이 ‘공동부유(共同富裕·함께 잘살기)’를 주창한 후 부동산 시장 억제 정책은 더욱 강화됐다.

뉴욕증시의 메이저 언론인 블룸버그는 최근 끝난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회의 발표문에서 방주불초라는 표현이 사라졌다고 대서특필한 바 있다. 방주불초가 빠진 것은 그만큼 중국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뉴욕증시에서는 중국 정부가 공동부유를 앞세운 부동산 규제 정책의 실패를 사실상 인정하고 경제난 타개를 위해 부동산 경기 진작으로 정책을 선회하겠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시진핑의 방주불초 선언 이후 중국은 부채율을 낮추도록 하는 레버리지 규제를 시행하하기 시작했다. 과도한 규제는 결국 부동산 기업의 도산으로 이어졌다. 헝다그룹을 비롯해 유수의 부동산 개발사들이 위기에 빠졌다. 이후 당국은 부랴부랴 일부 규제 완화로 정책을 급선회했다. 헝다그룹 디폴트는 해결없이 어영부영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그런 각도에서 비구이위안 사태는 최근 갑자기 튀어나온 갑툭튀가 아니라 시진핑의 방주불초가 부른 재앙으로 볼수 있다.

비구이위안은 헝다보다 4배 가량 많은 3000여건의 크고 작은 부동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헝다가 정부의 부동산 정책 변화에 따른 재무적 문제가 위기를 촉발했다면, 비구이위안은 부동산은 물론 중국 경제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와 맞물려 있단 점에서 심각성이 훨씬 더 크다. 부동산 문제가 금융권 혼란으로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구이위안발 디폴트 위험이 금융권까지 넘어갈 경우 가뜩이나 중국 경제 전반을 덮고 있는 구조적 경기침체 우려에 쐐기를 박을 수 있다.

유동성 문제를 겪는 것으로 지목된 중룽(中融)국제신탁은 비구이위안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 투자자들에게 만기 상환을 못하고 있다. 중룽국제신탁은 자산관리업체 중즈(中植)그룹이 2대 주주다. 중즈그룹의 자산 규모는 1조위안에 이른다. 블룸버그는 중즈그룹에 대해 “금융 거물이 파산할 위험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중즈그룹은 부랴부랴 글로벌 회계법인 KPMG에 의뢰해 부채 구조조정에 들어가기로 했다. 중룽국제신탁 유동성 문제가 중즈그룹까지 덮치면 중국 금융권의 연쇄 파산은 불가피하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디폴트로 인한 리먼브러더스 파산과 이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가 중국에서 재현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 와중에 헝다가 미국 법원에서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헝다는 해외 채권자들로부터 채무 변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헝다는 아직 국내에서는 파산보호 신청을 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최근 정책금리를 인하하며 유동성을 공급했지만 부동산 경기 회복을 위한 추가 부양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리창 총리도 16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소비 확대·투자 촉진 방침을 밝혔지만 구체적 정책은 담기지 않았다. 획기적인 부양책이 없을 경우 앞으로 부동산 문제는 더 심각해 수 밖에 없다. 중국에서는 최근 440억위안 규모의 106개 신탁 상품이 부도 처리됐다. 이중 부동산 투자가 74%를 차지했다. 신탁 업계의 부동산 익스포저는 작년말 기준 약 2조2000억위안에 달한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경제학 박사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