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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RE100 그게 뭐냐? 윤석열 대통령 "CF 연합" 이니셔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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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RE100 그게 뭐냐? 윤석열 대통령 "CF 연합" 이니셔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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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내외
대통령 선거가 한창이던 "RE100"이라는 경제용어가 느닷없이 대선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2022년 2월 3일 KBS에서 지상파 TV 방송으로 대선후보 4자 토론회가 열렸다. 이자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 RE100에 어떻게 대응하실 거냐"고 물었다. 윤석율 후보는 " 그게 뭐냐?"고 되물었다. 이재명 후보는 "EU택소노미가 중요한데 원자력 논란이 있다. 원전을 주장하시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실 것이냐"고 재차 질문을 날렀다. 윤석열 후보는 "EU 뭐라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다. 가르쳐 달라"고 맞았다.
이 토론에 대해 시청자들의 반응은 엇각렸다. 윤석열 후보를 겨냥해 장기 국가전략으로 논의되는 글로벌 이슈에 대해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있었던가 하면 이재명 후보가 알기 쉬운 말로 토론에 임하지 않은 채 윤 후보를 곤혹스럽게 하려는 모습이 싫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 방송 토론회 시청율은 닐슨코리아 집계 기준으로 39%였다. 윤석열 이재명 토론으로 RE100과 EU택소노미는 일약 국민 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택소노미(Taxonomy)란 '생물학적 분류학 체계' 또는 각종의 '분류체계'를 말한다. 무엇이 어디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기준이 바로 택소노미다. 원래는 보통명사였으나 요즘은 택소노미라는 단어가 고유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EU(유럽연합)에서 녹색활동 여부를 판별하기 위한 이 기준을 만들었다. 그 분류체계를 'EU 택소노미'(EU Taxonomy)라고 명명했다.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195개국이 기후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준선을 정했다. 전 지구적 기온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인 1850년부터 1990년까지의 평균기온보다 2℃ 이하로 막자는 협약이다. 이를 위해 각국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각종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EU 역시 '2050년 기후중립'을 장기 목표로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금융·산업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EU 택소노미는 기후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 중 한 축이다. 녹색활동으로 규정된 곳에 그린뉴딜 예산을 투입할 수 잇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EU 택소노미는 △임업 △환경보호 △제조 △에너지 △수자원 및 폐기물 관리 △수송 △건설 및 부동산 △ICT(정보통신기술) △전문적 과학·기술 △금융·보험 △교육 △인적자원 및 사회적 사업 △예술 및 엔터테인먼트 등 13개 분야(Sector)를 아우르는 101개 활동(Activities)을 녹색활 동으로 규정했다. EU 택소노미에서 특히 논란이 된 것이 LNG(액화천연가스) 발전과 원자력 발전을 녹색활동에 포함시킬 것인지 여부였다. 현재의 기술 수준 및 산업계 여건을 감안했을 때 석탄·석유 및 LNG 등 탄소기반 연료에서 완전히 탈피하기 어려우니 원자력발전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때문이다. EU는 결국 LNG 및 원자력을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포함시키는 내용을 공개한 바 있다.

택소노미가 정부 차원의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제도 성격의 틀이라면 RE100(Renewable Energy 100%)은 민간 기업 주도의 이니셔티브이다. 사용하는 전기에너지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선언이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원을 통해 생산된 전기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구매 역시 재생 에너지 사용으로 인정된다. RE100 가입 기업들은 최종 목표 달성 시점, 중간 목표 시점 및 달성 목표, 당해 연도 RE100 이행률 등을 매년 공개한다. 알파벳(구글)은 2017년 이후 2020년까지 4년 연속으로 100% 이행률을 달성했다고 보고했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애플, 아스트라제네카,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61개사가 100% 이행률 달성을 선언한 상태이다.

RE100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글로벌 산업 생태계에서 RE100에 동참하지 않는 기업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은 구조적으로 RE100을 이행하기가 무척 어렵다. 재생에너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충분히 생산되는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한국은 이같은 여건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살정이다. RE100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RE100 회원사들이 RE100 이행이 어려운 나라로 한국을 첫 번째로 꼽았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상 재생에너지 기반을 확충하지 않을 때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교역시장에서 그만큼 불리한 여건에 처해질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제78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CF 연합 결성을 주창하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연설에서 대한민국은 무탄소에너지 확산을 위해 전 세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인 ‘CF연합’을 결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앞당기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전, 수소와 같은 고효율 무탄소에너지(CFE: Carbon Free Energy)를 폭넓게 활용할 것”이라면서 “이를 기후위기 취약국들과 공유함으로써 이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게 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를 위해 무탄소에너지에 관한 국제공동연구를 추진하고, 민간의 기술혁신과 투자를 촉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무탄소 에너지란 직접적으로 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전기를 생산해 내는 일체의 에너지원을 지칭한다. 태양광, 풍력, 수력, 지열, 바이오매스 등 재생에너지는 물론, 원전, 수소, 탄소포집저장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윤석역 대통령이 구상하는 ‘CF연합’의 역할은 무탄소에너지에 관심이 있는 모든 나라가 공동으로 무탄소에너지에 대한 연구를 해나가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무탄소에너지 확산에 걸림돌이 되는 요소는 무엇인지 식별하고 이행·검증 체계와 국제 표준을 마련하는 일 등이 연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

윤 대통령은 무탄소에너지 관련 논의의 장을 구성하고 이를 지원함으로써 탄소중립 현실화, 새로운 에너지 개념에 대한 개도국들의 접근성을 증대 등 궁극적으로는 국제사회에 새로운 기여를 하겠다는 포부를 가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이 무탄소에너지에 대한 논의를 주도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경우, 무탄소에너지와 관련된 우리 기업들의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CF연합’은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부터 강조하고 있는 가치인 ‘연대’에도 부합한다.

윤석열 대통령을 수행한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미국 뉴욕에 설치된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무탄소에너지가 단순한 잠재력을 넘어 탄소중립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가 간의 연대와 협력이 중요하다”면서 “탄소포집저장은 국제 거래를 위한 공통의 규범이 필요하고 어느 한 국가만의 노력으로는 기술 혁신과 규모의 경제 달성이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상목 수석은 “선진국들이 힘을 보태면 개도국의 무탄소에너지 체제로의 전환도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미국과 영국의 차관으로 건설한 고리 1호기가 대한민국 산업화의 초석이 되었듯 무탄소에너지 확산을 위한 선진국과 개도국의 협력은 개도국의 탄소감축뿐 아니라 산업화를 실현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해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수석은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주도하게 될 'CF 연합'은 글로벌 기업뿐 아니라,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 등 전 세계 누구나 함께 참여하는 오픈 플랫폼으로 추진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제안한 CF 연합 이니셔티브가 본격 추진되면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원전과 수소자동차, 수소연료전지의 시장이 전 세계로 확장되면서 우리의 수출과 일자리 창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윤석열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앞당기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CF연합(Carbon Free Alliance)' 결성을 제안한 것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했다. 재계의 지지이다. 대한상의는 우태희 상근부회장 명의의 코멘트에서 "윤 대통령이 기조연설에서 개발, 기후대응, 디지털 전환 등 세 분야의 국가간 격차해소를 위해 한국이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에 대해 경제계도 깊게 공감한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 기후위기와 환경문제 등 지구촌이 직면한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CF연합' 결성을 제안한 것에 대해 적극 환영한다"며 "재생에너지를 포함해 원전, 수소 등 모든 무탄소에너지원을 포함하는 CFE(Carbon Free Energy)는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기업에 보다 현실적이고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하는 동시에 미래 먹거리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이어 "CF연합 이니셔티브를 통해 에너지분야 민간의 투자와 혁신을 촉진하고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글로벌 탄소중립 노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며 경제계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한국 경제의 미래가 RE100과 CF연합에 달려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 경제학 박사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