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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미국 셧다운과 뉴욕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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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미국 셧다운과 뉴욕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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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무부 모습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연방정부 셧다운이란 국가 예산이 제때 확정되지 않아 연방 정부의 업무가 마비되는 현상이다. 예산이 확정되지 않으면 쓸 돈이 없어 정부 기능이 마비되는 것이다. 미국 상·하원에서 기간 내 예산안 처리가 무산되거나, 상·하원에서 예산안이 처리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셧 다운이 발생한다. 미국에서는 연방정부뿐 아니라 주(state)정부 차원에서도 셧다운은 발생할 수 있다. 예산안 처리가 무산되면 공공기관들은 예산을 배정받지 못한다. 연방 공무원에게는 강제 무급휴가 조치가 내려진다. 미국 법률에서는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국방, 치안, 소방, 교정, 항공, 전기, 수도 등 필수 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공공프로그램을 중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셧다운 상태에서는 정부 발주 공사, 여권·비자 발급 그리고 공공기관 업무 등이 일시에 중단된다.
인플레와 FOMC의 잇단 금리인상으로 경제 전반의 체력이 크게 저하된 상태에서 연방정부마저 셧다운을 하게 되면 미국이 또 한번 큰 난관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셧다운은 글로벌 경제의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미 뉴욕증시에서는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뉴욕증시 뿐만 아니라 달러환율 국채금리 국제유가 그리고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가상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연방정부 셧다운 가능성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 기능이 거의 마비되는 정부 셧다운(폐쇄)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 의회 공화당내 소수의 보수 강경파가 현 예산안에 대한 불만으로 예산안 통과를 거부하면서 셧다운이 점차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9월30일 까지 합의가 없으면 미국 연방정부는 다음달 1일부터 정부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다.

셧다운 규정이 도입된 1976년 이후 미국에서는 지금까지 모두 20번의 셧다운이 실제로 발생했다. 민주당의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이던 1995년 셧다운은 무려 21일간 지속됐다. 당시 야당인 공화당이 정부의 복지 예산안을 대폭 삭감하자 클린턴 대통령이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셧다운이 발생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기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오바마 케어(의료보험 개혁법) 관련 예산 삭감을 두고 공화당과 민주당이 대립하다가 예산안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2013년 10월 1일부터 16일까지 셧다운이 발생했다.

트럼프 정부에서는 수시로 셧다운이 발생했다. 첫 번째 셧다운은 2018년 1월 20일 발생하여 사흘간 지속되었다. 미국 상원에서 양당 간 불법체류 청년 추방 문제에 대한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아 예산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셧다운에 돌입했다. 두 번째 셧다운은 2018년 2월 9일 발생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2018~2019 회계연도에 세출 한도를 총 3000억 달러 인상하는 장기 예산안에 합의했으나, 공화당 소속의 랜드 폴(Rand Paul) 상원의원이 재정수지 적자 확대를 반대하는 연설로 표결을 방해해 두 번째 셧다운이 발생했다. 이 셧다운은 반나절 만에 종료됐다. 세 번째는 2018년 12월로 멕시코에 국경 장벽 건설 예산안을 두고 대통령과 야당인 민주당이 대치하면서 발생했다. 이 셧다운 사태는 2019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정부 셧다운을 일시적으로 해제하는 정부 시한부 정상화 법안에 동의하면서 해제됐다. 당시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은 무려 35일간이나 지속됐다.

미국의 회계연도는 해마다 10월 1일 시작돼 그 이듬해 9월 30일에 끝난다. 이번의 새해 회계연도는 2023년 10월 1일에 시작한다. 연방 정부가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으려면 그 하루 전인 9월 30일까지는 예산안이 의회 통과는 물론이고 대통령의 승인 절차를 모두 마쳐야 한다. 이번 새해 예산안은 지금 하원에 계류돼 있다. 야당인 공화당 내부에서 의견 충돌이 일어나 셧다운 시한을 눈앞에 두고도 제대로 심의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공화당 내 프리덤 코카스 의원들은 지난 5월 매카시 하원의장과 바이든 대통령이 합의한 예산 규모보다 1200억 달러를 더 줄이기를 원하고 있다. 축소 대상은 주로 바이든 대통령이 강조해온 사회복지 예산들이다. 현재로서는 9월 30일까지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물리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공화당 소속 매카시 하원의장은 셧다운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예산안 처리 시한을 한 달 연장하는 임시 지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절충안도 표류하고 있다.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은 매카시 의장이 제시한 임시 지출 법안에 일제히 반대 목소리를 냈다.

매카시의 공화당 지도부 주도로 긴급히 마련된 임시 지출 법안은 올 회계연도가 종료되는 9월 30일 이후 찾아올 연방정부 셧다운을 피하기 위해 10월까지 필요한 임시 예산안 승인과 함께 대부분의 정부기관에 약 8%의 지출 삭감을 부과하는 안이다. 매카시 의장은 이 법안으로 상·하원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예산안 협상에서 시간적인 여유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12개 세출법안 가운데 한 건만 겨우 하원 문턱을 넘었을 정도로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만일 미 의회가 예산안과 관련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채 9월 30일이 경과할 경우 국방·교통·보건 등 필수 기능을 제외한 연방정부의 업무가 모두 중단된다.
공화당 강경파들은 새해 예산안 규모를 2022년 수준인 1조4700억 달러로 줄이지 않으면 모든 세출 법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민주당도 매카시 의장의 제안에 보건 예산 삭감,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예산 부재 등에 불만을 표하면서 반대하는 중이다. 지금 미국 하원 의석은 공화당 222석, 민주당 213석이다. 민주당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공화당 의원 12명마저 반대표를 던지면 법안 처리는 불가능하다. 매카시 하원의장이 민주당과 예산안에 맞서 뜻대로 협상하려면 사실상 공화당 소속 의원 전원의 지지가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볼때 여야 이견으로 시한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 경우에는 상 시간을 벌기 위해 전년도 수준의 임시예산안(CR: continuing resolution)을 처리한 적이 많았다. 올해는 그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 미국 공화당은 정부 세수와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을 포함한 재정지출을 놓고 극심한 내분을 겪고 있다.

매카시는 올 5월에도 미국 연방정부 부채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를 간신히 넘긴 바 있다. 강경파를 달래는데 성공해 막판에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며 디폴트를 피했다. 새해 예산안 타결은 디폴트 협상보다 더 어렵다. 최근 수 차례에 걸쳐 예산안 통과를 위해 막후 협상에 나섰으나 보수파를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보수파 지도부는 지난 주 의장에게 휴회를 통보했다.

예산안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드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강경파의 대응을 강력히 지지하면서 셧다운 가능성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뒤틀린 조 바이든의 정부 무기화 모든 관련 예산을 끊을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어 "그들(공화당)은 부채 한도(협상)에는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실패해서는 안된다"면서 "지갑이 갖는 힘을 동원해 이 나라를 지키라"고 촉구했다. 트럼프는 재임 중 두 차례 정부 셧다운을 경험한 바 있다. 두번째 셧다운은 35일을 지속해 미 역사상 최장 셧다운을 기록했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는 트럼프와 관련 예산은 배정할 수 없다는 민주당의 반대가 충돌했다. 맷 개츠(공화·플로리다) 하원 의원 등 이들 강경파는 민주당과 협상안을 들고 오면 의장 불신임 투표까지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매카시를 위협하고 있다.

뉴욕증시에서는 셧다운을 기정사실로 보고 셧다운이 얼마나 지속될지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뉴욕증시는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업무 중단)' 우려, 자동차 업계 파업, 국채 금리 급등, 유가 상승 등 여러 난관에 맞닥뜨린 상황이다.
뉴욕증시 투자자들은 미국 정치권의 예산안 합의와 관련된 소식에 촉각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뉴욕증시 참가자들은 정치적 리스크로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연방정부 운영이 멈추면 주요 경제 지표의 발표가 지연되거나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 시장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주요 경제 지표의 발표가 제때 되지 않을 경우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정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뉴욕증시 투자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만약 연방정부의 셧다운이 한 달 이상 지속한다면, 연준은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사실상 '깜깜이' 상태가 될 것"이라며 "9월 회의 이후 경제 활동이나 물가에 대해 거의 파악하지 못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연준은 지난주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금리를 동결했다. 연준은 올해 금리를 한 차례 추가 인상할 수 있으며, 금리가 더 오랜 기간 동안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와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등 연준 고위 인사들도 긴축을 선호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그 영향으로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4.5%를 돌파했고, 2년물 국채 금리는 5.2%를 돌파했다. 2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2006년, 10년물 국채 금리는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튀어 올랐다. 뉴욕 금융시장에는 주가가 하락하는 동시에 채권의 가격이 하락하는 전방위적인 자산 가치 하락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은 주식과 채권을 비롯한 전 자산의 가치가 뛰어올랐던 지난 2021년의 '버블' 사태와 정반대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의 공포를 키우는 국제유가 상승세 또한 이어지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상회하고 있는 가운데 월가 주요 투자은행들은 국제유가가 단기간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번 주에는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8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발표된다. 또,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이 발표된다.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지난주까지 3주 연속 하락했다.나스닥지수와 S&P500지수는 지난 한 주 동안 각각 3.5%, 2.9% 급락하며 지난 3월 이후 반년 만에 최악의 한 주를 보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지난 한 주간 약 1.9% 하락했다. 이번 달 들어 나스닥지수는 5.8%가량 조정받았다. 9월 동안 S&P500지수와 다우지수는 각각 4.1%, 2.1% 내렸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은 어려운 뉴욕증시를 대폭락으로 몰고갈 수도 있는 뜨거운 감자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