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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소리 날 땐 이미 늦었다”...증권사들, 선제적 리스크 관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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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소리 날 땐 이미 늦었다”...증권사들, 선제적 리스크 관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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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범 증권부장
영풍제지가 연일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미수거래로 매수한 주식 계좌들은 일명 ‘깡통계좌’로 전락했다.

깡통계좌란 투자자가 자신의 돈과 증권사에서 빌린 투자금을 합해 사들인 주식의 가격이 융자금 이하로 하락해 담보유지비율이 100% 미만인 계좌를 뜻한다. 이 경우 투자자는 한 푼도 건질 수 없게 된다. 깡통계좌가 될 경우 투자금이 모두 날아가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갚아야 할 빚만 남게 된다.
영풍제지 주가는 지난 18일 처음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후 불공정 거래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지난 23일 영풍제지 사무실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당시 검찰은 영풍제지 사건과 관련해 매우 무겁게 보고 있고, 금융질서 교란 사범들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할 것을 강조했으며, 사건 배후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금융당국도 즉각 반응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영풍제지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불법거래 진행 기간이 상반기에 집중됐다"며 "발생 이후 실제 적발까지 3개월이 안 걸렸는데 부족하지만 아주 짧다고 보기는 어려워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불법거래를 포착하고 7월 중에 바로 조사에 착수했다"며 "1개월여 만에 자료를 분석하고 증선위에 보고한 다음 검찰에 넘긴 것이 9월 중순이고 검찰에서도 2~3주 만에 압수수색과 체포가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국은 즉각 매매거래를 정지시켰고, 지난달 26일에야 매매거래 정지를 풀었다. 하지만 매매거래가 재개되자 한꺼번에 반대매매가 속출하면서 4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올해 시가총액이 한때 2조3500억원까지 몸집이 커지기도 했지만, 10월 마지막 거래일 기준 시가총액은 불과 3800억원 규모로 줄어들었다. 고점 대비 2조원가량의 가치가 증발한 셈이다.

이번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로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대출해준 키움증권은 이로 인해 큰 손실이 예상된다. 앞서 영풍제지 거래 정지 다음 날인 20일 키움증권은 고객 위탁 계좌에서 4943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미수금은 미수거래에서 받지 못한 돈을 의미한다. 미수거래는 투자자가 거래대금 중 종목별로 정해진 증거금률에 해당하는 돈만 내고 주식을 매수한 후, 나머지는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거래다. 투자자들이 3일 안에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 증권사는 투자자들이 산 주식을 강제로 내다 파는 반대매매를 진행해 못 받은 돈을 회수한다. 하지만 영풍제지가 연일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키움증권이 받지 못한 돈의 액수도 계속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금융당국은 금융시장 변동성이 심화됨에 따라 증권사들에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어 아쉬움이 크다.

앞서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지난 7월까지 영풍제지 증거금률을 100%로 상향하는 등 사실상 미수거래를 막아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가 돋보였다. 반면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증거금률을 40%로 유지하다가 거래가 정지된 19일에야 100%로 조정하면서 큰 손실을 보게 됐다.
리스크 관리는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효과가 있다. '깡통' 소리가 난다면 이미 때는 늦는다.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key@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