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는 일회용품 규제를 본격 시작한다는 공문이 시에서 내려왔는데 갑자기 일회용품 규제 계도기간 연장이 된다고 하니까 심란해요. 어제까지는 일회용품 규제가 예정대로 진행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규제에 대비했는데 갑자기 계도기간 연장을 한다고 하니까 혼란스럽네요.”
이는 어느 정도 예견돼 있긴 했다. 지난 2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소상공인과 가진 현장 간담회에서 “일회용품 규제와 관련해 소상공인도 만족할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그의 말에서 당시 규제 완화 및 계도기간 연장 가능성이 읽힌다는 해석이 많았다.
가맹점주 또는 소상공인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매장 내 종이빨대 사용 가능 여부 등 세부적인 지침에 대한 정보 교류를 활발히 했다. 그러나 정부가 돌연, 일회용품 일부를 허용하고 계도기간 연장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같은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일회용품 사용 금지로 설거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비용을 들여 식기세척기를 장만하고, 인력까지 새로 충원했는데 계도기간이 연장돼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고양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23일에 계도기간이 끝난다는 말만 믿고 준비했는데 괜한 짓이었는지 후회된다”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물론, 추가적인 비용 발생과 함께 현실적 어려움이 해소된다는 점에서 일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환영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대다수의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오락가락한 규제에 피로감도 호소한다. 특히 철저한 준비로 규제에 대비하던 자영업자들은 정부가 시키는대로 따랐다가 ‘헛수고’만 한 셈이 됐다.
물론, 정부가 현장에서 나오는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현실에 맞도록 규제를 고칠 수도 있지만, 문제는 정부의 ‘급브레이크’다. 규제 시행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급하게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은 현장의 부작용과 혼란을 가중시켰다. 1년이라는 계도기간이 무색할 정도다. 일회용품 규제에 대한 현장의 불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기에 정부의 규제 완화 움직임이 늦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배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려면 선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나긴 항해에 배의 키를 쥔 선장이 일관성을 잃어버린다면 선원들은 선장을 신뢰할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규제의 일관성을 잃은 정부에 대한 신뢰도 마찬가지다. 일회용품 규제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견해차가 큰 만큼 이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철저한 현장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국민의 일상과도 가까운 규제인 만큼 손바닥 뒤집듯 오락가락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