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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미국에서 퇴출 위기 맞은 ESG와 D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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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미국에서 퇴출 위기 맞은 ESG와 DEI

올해 대선은 미국 민주주의와 글로벌 리더십 변곡점

한때 미국에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발전을 대변했던 ESG와 DEI가 퇴출 위기를 맞았다. ESG는 ‘Environment’ ‘Social’ ‘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기업 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을 고려해야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그러나 월가에서 새로운 투자 부문으로 각광받던 ESG가 최근 수익률 하락과 정치적 논란으로 투자와 경영에서 모두 뒷전으로 밀렸다.

DEI는 다양성(Diversity), 형평성(Equity), 포용성(Inclusion)의 영어 앞 글자를 딴 것이다. 이는 인종, 성별, 성적 취향, 장애 등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공정한 대우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대학 입학, 기업의 고용 기준 등으로 DEI 가치가 널리 확산했다. 미국에서 진보 진영은 이것을 비(非)백인의 계층 이동 사다리로 본다. 하지만 보수 진영은 DEI가 미국의 전통 가치인 ‘능력주의’를 훼손하고, 백인 남성의 역차별을 초래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국 기업들이 ESG를 ‘더러운 구호’ 취급을 하면서 ‘책임 경영(responsible business)이라는 말로 이를 대체하려고 한다고 보도했다. 컨설팅회사 테네오가 지난해 12월 실시한 조사에서 약 8%의 최고경영자(CEO)가 ESG 프로그램을 축소하고 있고, 나머지 기업인 역시 ESG 변경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으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에 반영되는 500대 기업 중에서 ESG 경영 원칙을 언급한 곳은 61개에 불과했다. 지난 2021년 4분기에155개였으나 1년여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금융권에서도 ESG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연간 100개 이상 출시되던 ESG 기업 투자 펀드가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 55개 출시됐던 ESG 펀드하반기에는 단 6개 출시되는 데 그쳤다.

최근 하버드대 첫 흑인 여성 총장 클로딘 게이가 헤지펀드계 거물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 등의 압력으로 사퇴한 것을 계기로 하버드대가 DEI 퇴조의 상징이 됐다. 애크먼이 모교인 하버드대에 낸 5000만 달러(약 660억원) 기부금을 내세워 게이 전 총장을 반(反)유대주의와 논문 표절 덧씌우기 전략으로 몰아냈다.

지난해 6월 연방대법원이 소수인종 우대 정책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을 위헌이라고 판결하자 흑인과 히스패닉계의 명문대 입학이 어려워졌다. 하버드대는 게이 전 총장 사임 후폭풍에 휘말려 DEI 가치를 허무는 데 앞장서고 있다.

ESG와 DEI의 퇴조로 미국 내 보수와 진보 진영 간 ‘문화 전쟁’에서 보수 세력이 우위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보수 진영은 ESG가 자본주의 개념에서 벗어난 것이고, 진보 세력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가공의 가치’일 뿐이라고 파상 공세를 펴고 있다. DEI도 보수 진영이 내세운 백인 역차별 프레임에 휘말려 힘을 잃어가고 있다.

올해 미국 대선전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돌풍은 ESG와 DEI 퇴조와 절대 무관하지 않다. 백인 중심의 보수 세력 결집으로 트럼프가 백악관에 다시 입성하면 올해 미 대선은 미국 민주주의 퇴보와 글로벌 리더십 상실의 변곡점이 될 것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