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Fed는 1914년에 공식 출범했다. 미국은 1976년에 독립선언을 했다. 헌법 제정을 거쳐 조지 워싱턴이 초대 대통령으로 업무를 시작한 것이 1789년이다. 그때부터 연준이 출범하던 1914년까지 무려 125년 동안 미국에서는 중앙은행이 없었다. 국가 공인의 화폐도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 시중은행들이 임의로 만든 여러 종류의 화폐로 거래를 했던 것이다. 돈을 찍어낸 은행이 어려움에 처하거나 도산하면 그 화폐도 덩달아 부도가 나는 그야말로 불확실성의 시대가 이어졌다. 그러다보니 경제는 항상 불안했다. 여차하면 공황이 밀어닥치기도 일쑤였다.
그로부터 6년후인 1816년 두번째 연준이 설립됐다. 이 2차 연준은 은행권의 태환 유지와 연방 정부 채무 상환 지원업무 등을 수행했다. 2차 연준 역시 민간 은행들이 지분의 80%를 소유하는 형태로 구성됐다. 제2차 연준은 특히 금을 다량 보유하는 방식으로 신용 질서를 유지해나갔다. 주마다 1개씩의 지점을 설치하여 전국적으로 동일한 지폐를 공급토록 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저항을 받았다. 많은 주지사들이 지역자치의 논리를 내세워 지점설치를 반대했다. 또 초대형 중앙은행에 적대적인 지역 토호 민간 은행 자본가들이 반대하면서 제2차 연준은 시행 20년만인 1836년 앤드루 잭슨 대통령때 막을 내리게 된다. 다시 미국은 연준이 없는 시대로 돌아갔다. 화폐는 시중은행들이 찍어냈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중앙은행은 1694년 영국에서 설립됐다. 당시 영국은 9년 전쟁에서 프랑스에 패한 뒤 해군 육성을 위해 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 돈을 을 마련하기 위해 영란은행 지주 회사를 설립하고 주식을 발행하여 주주를 모집했다. 설립 당시에는 화폐 발행권한이 없었다. 이후 정부에 대한 대출을 대가로 화폐 발행 권한을 부여받았다. 영국 정부는 기존에 발행했던 부채를 영란은행 주식과 교환함으로써 정부의 부채를 영란은행으로 넘겼다. 이후 정부는 영란은행을 통해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는 각자의 은행권을 발행하던 시중은행의 발권 권한을 빼앗아 본격적인 중앙은행으로써 역할을 하도록 했다. 영국의 중앙은행이었던 영란은행은 민간 소유였다. 노동당 1946년에 영란은행을 국유화했다. 1998년 공기업으로 전환되어 전체 지분의 절반을 영국 법무국이 보유하고 있다. 금융정책의 독립성은 확실하게 보장되어 있다.
오늘날 미국 연준의 설립근거법은 1913년 12월 23일 미국 의회를 통과한 연방준비법(Federal Reserve Act)이다. 이 법에 따르면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대통령이 임명하고 상원이 승인한 이사 7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철저히 보장받고 있다. 최고 의결기구인 FOMC는 대통령이 임명한 연준 이사회 7명과 민간은행들이 뽑은 지역 연방은행 총재 5명 등으로 모두 1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부 출신과 민간 은행 대표들이 서로 합의하여 결정하라는 취지이다.
연준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미국 달러의 발행이다. 연준은 또 지급준비율 변경, 주식 거래에 대한 신용 규제, 가맹 은행의 정기 예금 금리 규제, 연방 준비은행의 재할인율을 결정한다. 미국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로 쓰이는 만큼, 이러한 결정은 미국 및 세계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연준의 중앙이사회는 워싱턴 D.C.에 위치하고 있다. 현재 미국 연준의 의장은 제롬 파월이다. 미국 각지에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s) 12개 지점이 있다. 보스턴, 뉴욕, 필라델피아,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클리블랜드, 리치먼드, 애틀랜타, 세인트루이스, 미니애폴리스, 캔자스시티, 그리고 댈러스에 연방은행 지점이 설치되어있다. 연방준비은행은 소유 구조에서 엄연한 민간 기구이다. JP모건 등 사립은행들이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는 한 톨의 지분도 소유 하고 있지 않다. 연방준비제도는 달러 발행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국가 소유 은행이 아닌 민간은행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미국 정부는 민간 기업인 연방준비제도로부터 대가를 지불하고 달러를 빌려오는 식으로 화폐를 조달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Board of Governors)는 연방준비은행의 12개 지점을 감독하고 있다. 위원의 임기는 14년이고 재임은 불가능하며 2년마다 1명씩 교체한다.
지금 당면한 연준의 현안은 금리인하의 시작 시기를 잡는 것이다. 금리인하와 함께 대차대조표 축소 즉 양적긴축의 속도를 언제부터 또 어느 정도의 속도로 늦출 것인가가 뜨거운 감자이다. 물가를 잡는다며 금리를 올리고 양적긴축이라는 이름으로 시중 통화를 흡수해왔으나 이제는 경기침체를 막아야할 시점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신의 한 수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