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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구정책 컨트롤타워 인구부 신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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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구정책 컨트롤타워 인구부 신설 필요하다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65명으로 0.7명 선이 무너져 사상 처음으로 0.6명대에 진입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2015년(1.24명)을 정점으로 8년째 계속 떨어지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한 나라의 현 인구를 유지하려면 2.1명이 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현상은 청년세대의 결혼과 임신 기피 경향이 확산됨에 따라 앞으로도 쉽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저출산은 국가 소멸 얘기가 나올 정도로 심각하다. 특히 저출산·고령화가 심화하면서 경제의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이 0%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경고음까지 들린다. 2013년까지만 해도 3.5%였던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현재 2%로 추정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00~2060년 장기 재정전망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2030년 이후에는 0%대(평균 0.8%)로까지 추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는 장기간에 걸쳐 국가 사회 전반에 총체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다. 인구정책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장기간 일관되게 인구정책을 종합적으로 수립·집행하는 컨트롤타워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적정한 인구 유지, 고령사회 대비 정책을 총괄할 수 있는 ‘인구부’를 신설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인구정책 관련 업무를 관장하는 부처가 현재와 같이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 여러 부처에 산재한 상태로는 집중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 추진이 불가능하다.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뒷받침된 강력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컨트롤타워가 반드시 필요하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있지만 예산·인사·집행 등의 실질적 권한이 없는 자문위원회 수준에 불과해 강력한 인구정책을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부 모두 육아휴직 의무화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현재처럼 특히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쓰기 위해 상사의 눈치나 보는 분위기에서는 육아휴직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 보니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이 여성보다 4배나 낮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매년 3월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발표하는 ‘유리천장 지수’ 지표에서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육아휴직 이용은 출생아 100명당 35명으로 OECD 평균 74명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특히 남성 육아휴직은 출생아 100명당 5명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육아휴직 사용은 고용 형태에 따라서도 큰 차이가 난다. 민주노동연구원이 지난 1월 육아휴직을 경험한 남성 노동자 1720명을 대상으로 육아휴직 경험을 조사한 결과 정규직 85.1%, 무기계약직 12.8%, 비정규직 2.1% 순으로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육아휴직을 의무화해 제대로 지키는 기업에는 세제혜택을 주거나 정부지원사업에서 가점을 주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도록 해야 한다. 반면 지키지 않는 기업은 명단을 공개해 사회적으로 치명타를 입게 해야 한다.

일본은 저출산 문제 대책으로 2025년 4월 시행을 목표로 종업원 300명 이상 기업에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 공개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차세대 육성지원 대책추진법’ 개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해당 기업은 남자 직원의 육아휴직 사용률을 공개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합계출산율이 2015년 1.45명까지 반등했다가 2016년부터 다시 떨어지기 시작해 지난해 1.2명대로 하락하자 이같이 강도 높게 저출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는 장기간에 걸쳐 국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쳐 최악의 경우 국가 존망과도 연결되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정부는 이 같은 점을 심각하게 인식해 인구부 설치 등 특단의 인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원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wsedu@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