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7일 방한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양국 경제와 외교안보 현안을 놓고 논의했다. 회담 이후 윤 대통령의 특별한 발표는 없었다. 다만,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브리핑을 통해 한국과 중국 양국이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논의를 8년 만에 재개하기로 합의한 내용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중소기업인대회'에도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을 비롯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등 오너 3세들과도 자리를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대기업·재외동포기업이 '원 팀'이 돼 대·중소기업 동반 성장과 경제 회복을 이루자는 의지를 다졌다.
윤 대통령의 공개 행보를 보면 경제 분야에 집중됐다. 남은 집권 기간 경제에 최우선 방점을 둘 것이라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중 정상회담 등과 같은 외교 행보도 결국은 경제와 밀접하다. 윤 대통령은 리 총리와의 회담에서 한·중 FTA와 관련해 그동안 추진된 상품교역 분야 시장 개방을 넘어 서비스 분야, 특히 문화·관광·법률 분야에 이르기까지 교류와 개방을 확대하는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26조원에 달하는 반도체 산업 종합지원 프로그램 역시 마찬가지다. 미·중 전략경쟁이 불을 댕긴 ‘칩 워’(반도체 전쟁)에 일본과 유럽연합(EU), 대만까지 참전해 수조~수십조원대의 정부 보조금을 퍼붓는 상황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다.
하지만 기업들이나 국민들이 느끼기에는 달라진 점이 별로 없다. 여전히 서민들은 고물가와 내수경기 악화로 시름하고 있다. 기업들 역시 불확실성에 경비 절감은 물론 인력 구조조정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더 나빠질 게 없다”는 자조 섞인 말조차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의 경제지원책도 기업들에겐 그렇게 와닿는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반도체 지원책과 관련해서는 "기업들의 니즈를 모르는 일방적인 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상당수는 '국가 재정을 통한 현금 지급'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데도 정작 정부는 ‘정책금융·민간펀드·세제지원’ 방식을 고수한 탓이다.
말로만 '원 팀'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정책 마련에 앞서 기업들의 니즈를 먼저 헤아리는 게 우선이다. 기업들의 니즈를 모른 척한다면 최우선 과제인 경제 회복·민생 안정도 쉽진 않을 것이다.
유인호 산업부장
유인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inryu00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