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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일본 언론이 꼬집은 한국의 ‘우유팩 폐기’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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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일본 언론이 꼬집은 한국의 ‘우유팩 폐기’ 사연

한 일본 언론에서 한국의 우유팩이 재활용되지 않고 폐기되고 있다고 조명했다.

경기도 하남시에서 폐우유팩 집하장을 운영하는 태원리사이클링 이만재 대표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국내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수거해온 우유팩"이라며 현장에 수북이 쌓인 우유팩을 지목해 소개했다. 비닐 속 우유팩은 구겨져 있었고, 우유가 아닌 치즈에 가까운 악취가 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는 "파리와 구더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유팩 안에 남은 우유를 핥고 갉아먹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제지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우유팩 재활용률은 2022년 기준 24.7%다. 우유팩 3만8719톤을 소비했고, 이 중 9561톤만 재활용됐다. 재활용 의무율 29.3%에도 미치지 못한 것도 모자라 이 24.7%도 사실상 '과장된 통계'라는 목소리가 많다. 재활용을 위한 수거까지는 원활하게 이루어지지만, 이 중 20~30%는 도중에 부패하거나 재활용하기에는 냄새가 너무 심해 폐기된다는 것이다.

우유팩은 북미와 북유럽의 고급 침엽수 펄프로 만들어진다. 장섬유이기 때문에 우유팩으로 한 번 사용한 후에도 강도가 유지되어 티슈 페이퍼, 핸드 타월, 특수한 경우 키친타월로 재활용된다. 하지만 이는 분리수거와 세척을 거친 경우의 이야기다. 환경부 규정에 따라 2022년부터 우유팩과 멸균팩은 일반 종이와 별도로 분류 배출하도록 돼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남은 우유나 찌꺼기 등을 세척하지 않고 그대로 버리는 등의 행위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섭취하는 우유의 무분별한 우유팩 투척, 그리고 전체 우유팩의 30%가 소비되는 카페에서도 대부분 세척하지 않고 버린다는 것이 재활용 수거업계의 중론이다. 재활용을 위해 폐기하는 우유팩들을 세척해야 한다는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나서서 세척하는 경우는 드물다.

우유팩 재활용은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강원대 종이소재과학과 류정용 교수는 "같은 우유팩으로 가장 큰 경제성을 낼 수 있는 것은 화장지"라며 “같은 양으로 화장지를 만들면 인쇄용지보다 1.5배의 부가가치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를 활용할 수 있다면 저가 수입품에 밀려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는 국내 화장지 업계에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은 화장지의 원료인 펄프를 대부분 수입하는 반면, 펄프를 자체 생산하는 중국과 인도네시아 기업들이 100% 펄프로 만든 화장지를 국산보다 20~30%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업계는 국내 산업이 쇠퇴하면서 향후 요소수보다 더 심각한 화장지 품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만약 우유팩을 재활용할 수 있다면 화장지 원가의 20~30%를 절감할 수 있다. 저가형 제품들과의 경쟁도 어렵지 않다. 우유팩 원재료를 거의 대부분 수입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세척 문제로 인해 재활용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 아쉽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일본의 경우 우유팩 재활용을 위해 학교에서 우유팩을 세척하고 가위를 넣는 교육이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어 폐우유팩의 품질이 매우 우수하다. 회수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다 보니 해상 운임료 등을 포함해도 가격 경쟁력에서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똑같이 재활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는 점에서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있음에도 그대로 버려지는 우유팩은 매우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