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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삼성전자, 언제까지 엔비디아 눈치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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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삼성전자, 언제까지 엔비디아 눈치만 볼 것인가

10년쯤 전으로 기억한다. 필자는 사석에서 LG전자 한 임원에게 “LG전자가 삼성전자를 앞서기 위한 방안이 있나”라고 질문한 적이 있다. 그때 그 임원은 “글로벌 1등 기업인 삼성전자와는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뛰어넘기에는 너무 큰 간격이 있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라이벌 상대로 호기로운 답변을 기대했는데 너무 솔직한 반응에 적잖이 놀랐었다. 그만큼 그 당시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가운데 ‘압도적’이었다. 매년 직원들에게 지급되는 성과급과 보너스 규모는 단골 뉴스였다.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이라는 자부심은 일반 국민들도 공유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삼성전자의 위상은 눈에 띄게 낮아졌다. 새로운 시장 상황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메모리에만 의존하면서 경기 흐름에 크게 흔들렸고, 인공지능(AI) 대비에도 한 박자 늦었다.

뒤늦게 시스템·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에 뛰어들었지만 후발 주자의 불리함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파운드리 1위 업체 TSMC와의 간격은 더 벌어지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선 SK하이닉스에도 뒤지고 있다. 반도체를 전공하는 대학생들의 취업 선호도에서 SK하이닉스에 밀렸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니다.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10조4000억원의 실적으로 모처럼 ‘어닝 서프라이즈’를 알렸지만 내부의 위기감은 여전하다.

D램과 낸드 등 메모리의 가격 상승과 고부가 제품 판매 호조 덕분에 일시적인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지속적일 수 없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파운드리와 HBM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면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는 일회성에 머물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테스트도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엔비디아 납품을 목표로 HBM3E(HBM 5세대) 8단과 12단 제품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의 입에 하반기 삼성전자 실적이 달린 셈이다.

삼성전자의 대응력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는 예전 같지 않다. 로이터는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테스트 탈락을 보도해 충격을 주었다. 젠슨 황이 직접 로이터 보도를 부인해 설로 끝났지만 삼성전자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지 못하고 추격전에 힘을 소모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정명수 교수 연구팀이 지난 8일 AI 가속기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맞설 수 있는 차세대 인터페이스 기술이 활성화된 고용량·고성능 AI 가속기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상용화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엔비디아가 독점해온 AI 시장도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정명수 교수팀의 성과는 삼성전자가 추격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도 함께 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7분기 만에 영업이익 10조원대를 넘어선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시장의 일시적인 환호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엔비디아의 시총 규모는 삼성전자보다 작았다. 지금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엔비디아가 크지만.

엔비디아가 안주하지 않고 시대 변화에 적절히 대응한 결과다. 인정하기 싫겠지만 삼성전자가 놓쳤던 부분이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지난 8일부터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급기야 10일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했다.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하루빨리 해결 방안을 찾길 기대해본다. 삼성전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강헌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emosu@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