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제도가 변화됨에 따라서 사건 당사자의 증거수집 활동이 더욱 활발해졌다. 피의자나 고소인 모두 자신이 직접 증거를 수집해서 제출해야 절차가 원활히 진행되고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는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이 규정되어 있다.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는 원칙이다. 이 규정의 적용을 받는 대상은 개인이 아닌 국가, 즉 수사기관이다.
한편 통신비밀보호법에는 위법수집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별도의 규정이 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4조는 “제3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불법검열에 의하여 취득한 우편물이나 그 내용 및 불법감청에 의하여 지득 또는 채록된 전기통신의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동법에서는 수사기관뿐만 아니라 일반인이 위법하게 획득한 증거에 대해서도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다. 반면, 형사소송법에서는 사법기관과 수사기관을 대상으로 위법수사를 통제하는 것일 뿐 개인의 증거수집에 대해서는 별다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 부분은 판례와 학설의 해석에 맡겨져 왔었다. 대법원은 인격권 및 사생활권 등의 기본권 침해와 그로 인한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공익을 비교형량 하여 증거능력을 판단하는 이익형량설을 취하고 있다.
도입부에서 언급한 사안의 경우, B가 받는 인격권 및 사생활권 침해와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한 공익을 비교했을 때 이익형량설에 의하더라도 A의 위법행위는 정당화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촬영물에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고, A에게는 주거침입죄와 정보통신망법 비밀침해죄 등이 성립된다.
이와 비교하여 과거 간통죄가 폐기되기 전, 이혼을 요구하고 별거 생활을 하던 부인이 다시 집에 돌아왔는데, 외도를 의심한 남편이 부인이 거주하던 주거지에 들어가서 휴지와 침대 시트를 확보한 뒤 증거로 제출하여 간통죄로 기소한 사건이 있었다. 이 경우는 부인이 다시 집으로 복귀함으로써 종전 주거지에서의 생활이 종료되었기 때문에 주거침입죄가 성립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형사소추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증거이므로 공익의 실현을 위해서 증거능력이 인정되었다.
그러나 위법한 증거의 수집이 통신비밀보호법에 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면 통신비밀보호법이라는 개별법에 의해서 증거능력이 인정될 여지가 없다. 예를 들어 도청이나 몰카로 취득한 증거는 이익형량을 할 필요도 없이 수사와 재판의 증거로 쓰일 수 없는 것이다.
한 세기 전과 달리 기본권 침해는 국가에 의해서만 문제 되는 것이 아니다. 현대 사회의 기본권 침해는 대부분 타인에 의해서 발생함을 고려할 때 형사사법기관은 일반인이 불법적으로 획득한 증거를 바탕으로 처벌하는 것에 대해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민경철 법무법인 동광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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