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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실리콘밸리 추악한 전쟁... 머스크 vs 올트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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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실리콘밸리 추악한 전쟁... 머스크 vs 올트먼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이미지 확대보기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연구소장 / 경제학 박사)

실리콘밸리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든다’는 낭만적인 서사 위에 만들어진 우리 시대 꿈이자 희망이다. 그 서사의 가장 화려한 꽃이 바로 인공지능 대표기업 OpenAI였다. 엘론 머스크와 샘 올트먼은 인공지능이 소수 기업의 전유물이 되지 않도록 비영리로 운영해왔다. 그 혜택을 인류에게 공개하겠다는 ‘창립 서약’도 내걸었다.

그 아름다우면서도 숭고한 서사가 무너져내리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우상으로 추앙받았던 테슬라의 머스크와 오픈 AI의 올트먼이 오클랜드 연방법원 법정에 섰다. 'Don't be evil(악해지지 말자)'이라는 실리콘 밸리의 오랜 격언은 이미 박물관에나 들어갈 유물이 되었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어처구니 없게도 ‘변절’이다. 머스크는 올트먼과 그레그 브록먼이 자신의 3,800만 달러에 달하는 초기 기부금을 발판 삼아 인류를 위한 기술을 사유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유착을 통해 영리를 추구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OpenAI 측은 머스크의 소송이 경쟁사인 xAI를 키우기 위한 ‘질투 섞인 방해 공작’이라며 맞서고 있다. 3,400억 달러, 혹은 그 이상의 기업 가치를 지닌 거대 공룡으로 성장한 OpenAI의 현재 모습은 역설적으로 그들이 타파하고자 했던 ‘독점적 기술 권력’ 그 자체가 되어버렸음을 시사한다.
재판 과정에서 공개된 수백 건의 내부 문건과 개인적인 메시지들은 우리가 우상화했던 기술 천재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한때 샘 올트먼은 머스크에게 “당신은 나의 영웅(My hero)”이라는 문자를 보내며 존경을 표했다. 하지만 그 찬사 뒤에서는 컴퓨터 연산력을 확보하기 위해 빅테크 기업들 사이를 줄타기하며 치열한 계산을 거듭하고 있었다. 더욱 충격적인 대목은 엘론 머스크의 태도다. 그는 제프 베이조스를 향해 “멍청이(Dummy)”라는 노골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마크 저커버그와는 겉으로는 대립하면서도 사적으로는 도움을 주고받는 기묘한 관계를 유지했다. 실리콘밸리의 상층부는 혁신을 논하는 평의회가 아니라, 질투와 야망, 그리고 사소한 자존심 싸움이 얽히고설킨 중세 봉건 영주들의 영지와 다름없음이 증명된 셈이다.

가장 충격적인 폭로는 ‘엘론 속삭임(Elon Whisperer)’이라 불린 시본 질리스의 역할이다. 뉴럴링크의 임원이자 머스크 아이들의 어머니이기도 한 그녀가 OpenAI 내부에서 머스크의 ‘정보원’ 역할을 했다는 정황은 가히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한다. “정보가 계속 흐르도록 OpenAI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까요?”라는 그녀의 문자는, 실리콘밸리의 의사결정 구조가 공적 이사회보다 사적인 신뢰와 밀약에 의해 얼마나 크게 좌우되는지를 보여준다. 공동 창립자 그레그 브록먼의 개인 메모에 적힌 “재정적으로 나를 10억 달러(1B) 부자로 만들어줄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비영리라는 명분 뒤에 숨겨진 개인적 탐욕의 깊이를 짐작게 한다. 인류의 실존적 위협을 막겠다던 원대한 목표는, 어느덧 개개인의 자산 증식과 권력 유지라는 지극히 세속적인 목표로 대체되었다.

OpenAI가 비영리 원칙을 저버리고 영리 모델로 전환하게 된 결정적 배경에는 ‘컴퓨팅 파워’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AI 학습에 필요한 천문학적인 비용은 결국 거대 자본과의 결탁으로 이어졌다. MS의 사티아 나델라가 증인석에 선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번 재판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실리콘밸리 낭만의 서사는 끝났다. ‘차고에서 시작한 천재가 세상을 구한다’는 아름다운 서사는 이제 1,340억 달러짜리 영수증과 개인적인 원한이 담긴 소송장으로 변질되었다. 우리가 ‘인류의 진보’라고 믿었던 것들이 실상은 몇몇 천재들의 자존심 싸움과 거대 기업의 독점 욕구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잘 드러나고 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번 사태는 '공공재로서의 기술'이 '사유재'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형적인 갈등이다. AI는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공공적 성격이 강하지만, 이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천문학적인 비용은 필연적으로 거대 자본의 유입을 불러온다. MS와 같은 빅테크가 투입한 수조 원의 자금은 결과적으로 오픈AI의 폐쇄성과 영리화를 가속화했고, 이는 기술 독점과 정보 비대칭의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머스크의 소송은 표면적으로는 비영리 원칙 고수를 외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AI 패권 다툼에서 밀려나지 않으려는 전략적 행보이기도 하다. 스페이스X와 xAI의 결합, 그리고 이를 통한 IPO(기업공개) 전략 등은 머스크 역시 AI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기술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기 시작한 시점에 정작 그 기술을 선도하는 리더들은 법정에서 저급한 비난을 주고받고 있다.
머스크와 올트먼의 재판은 기술적 완성도보다 중요한 것이 '거버넌스의 투명성'과 '윤리적 책임'임을 일깨워준다. AI가 가져올 유토피아를 설계하기에 앞서, 그 설계를 맡은 인간들의 탐욕과 배신을 제어할 시스템적 장치가 시급하다. 이번 소송의 끝이 누가 승소하느냐와 상관없이, 실리콘 밸리는 이미 '신뢰'라는 가장 소중한 자산을 잃어버렸다. 진정한 혁신은 법정이 아닌,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고민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2026년 오클랜드 법정의 난투극은 실리콘 밸리가 쌓아 올린 바벨탑이 무너지는 경고음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마주한 것은 화려한 알고리즘이 아니라, 인간의 가장 원초적이고도 서글픈 욕망의 단면이다. 오클랜드의 법정은 단지 머스크와 올트먼 중 누가 옳은지를 가리는 곳이 아니다. 그것은 기술 권력의 비대해진 자아를 통제할 새로운 윤리와 거버넌스가 절실하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타전하는 신호탄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