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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형의 프롭테크 '썰'] '신기루' 된 지식산업센터, 프롭테크가 제시하는 오아시스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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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형의 프롭테크 '썰'] '신기루' 된 지식산업센터, 프롭테크가 제시하는 오아시스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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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형 알스퀘어 대외협력실장
한때 '황금알을 낳는 투자'로 불렸던 지식산업센터다. 수년간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곳은 사막의 신기루처럼 허상이 돼 사라지고 있다. 알스퀘어의 부동산 데이터 분석 플랫폼 R.A에 따르면, 2024년 2분기 서울 지식산업센터 가격은 전분기 대비 5.7% 하락했고, 2022년 2분기 고점 대비 무려 20%나 떨어졌다.

이러한 상황의 원인으로는 고금리와 공급 과잉, 경기 침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2018년 이후 인허가가 급증하면서 공급이 크게 늘었다. 동시에 경제 여건 악화로 수요가 위축되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됐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건축비 상승으로 가격은 급등한 반면에 공급 증가로 임대료가 정체돼 임대수익률이 대출금리를 밑도는 상황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경매로 나오는 물건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지옥션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법원 경매에 부쳐진 전국 지식산업센터는 총 236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 급증했다.

위기의 순간, 프롭테크(PropTech)라는 새로운 물줄기가 메마른 땅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단순히 건물에 첨단 기술을 접목하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 가치를 재정의하고 새로운 활용 방안을 제시하는 혁신적인 접근법이다.
예를 들면, 공실 해소를 위해 기존 공간의 용도를 창의적으로 전환하는 시도다. 임대가 어려운 지하 공간을 무인 공유창고나 디지털 공연, 전시장으로 바꾸는 등의 노력이다. 나아가 프롭테크는 지식산업센터의 미래 가치를 예측하고 설계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한다.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의 발전, 메타버스와 가상현실의 통합, 바이오테크놀로지의 부상 등 미래 트렌드를 반영한 새로운 형태의 지식산업센터로 구상 중이다.

전문가들은 상품 성격이 명확한 지식산업센터 위주로 수요가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서울 주요 지역에서는 오피스형 지식산업센터, 산업단지 내에서는 공장형 지식산업센터로 시장이 이분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의 지식산업센터 시장은 위기이자 기회의 시기다. 프롭테크는 메마른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는 나침반이 될 수 있다. 일반 업무 공간이 아닌 혁신과 창조의 플랫폼으로 재탄생시켜야 한다. 유연성과 확장성을 갖춘 설계, 첨단 기술 인프라,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스템 등을 통해 미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스마트 센터'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프롭테크가 제시하는 오아시스의 길이다. 기술과 혁신이라는 물줄기로 새로운 가능성의 숲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지식산업센터는 번영의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