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경제의 성장동력은 금융과 IT, 인공지능(AI) 등을 꾸준히 업그레이드한 결과다. 제조업 쇠퇴의 부작용은 자유무역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다. 공급망 관리도 반도체나 의약품 등 핵심 분야에서만 추진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예측 불가한 경제·외교 정책을 펼치는 중이다. 세계 경제와 안보에 위협을 가하는 상황이다.
미국 우선주의에 불안 조짐을 보이는 게 바로 약달러다. 달러 가치는 올해 연초부터 지난 주말까지 4.2%나 하락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4.8% 하락한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최근 대규모 관세 위협과 연방 기관에 대한 인력·예산 감축에다 지정학적 위기감이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고관세는 저성장과 높은 인플레이션을 의미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가져올 수도 있다. 관세로 수입물가가 오르고 경제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면 미국 경제에도 타격을 준다는 게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의 분석이다.
현재 미국 기업들이 수입품을 사재기하는 바람에 달러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미국의 올 1월 상품 무역적자는 1530억 달러다. 1년 전에는 이게 920억 달러였던 것과 큰 차이다. 이런 추세는 고율 관세정책 아래서 지속할 수밖에 없다.
미국 무역정책이 점점 보호주의로 흐르면 10년 이상 이어진 달러 강세 기조를 바꿀 수도 있다. 달러 가치 하락은 미국 관세에 대한 공포를 반영하는 신호다.
관세가 무역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미국에 대한 신뢰마저 떨어뜨리고, 경제성장 전망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한마디로 달러 지위에 대한 의구심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혼란과 예측 불가능성의 결과다.
변덕스러운 무역정책과 정부효율부(DOGE)의 무차별 예산 삭감은 대표적인 사례다.